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방북 일정이 연장, 재연장됨에 따라 2박3일에서 이틀이 늘어 4박5일로 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귀환 날짜도 12일에서 일단 14일로 미뤄졌습니다. 예상되었던 김정일 국방위원장과의 면담도 아직 성사되지 않았습니다.

손님을 불러놓고 이럴 수가 있냐고 따질 수도 있지만, 김정일 위원장과의 면담 약속도 처음부터 확정된 게 아니기에 딱히 뭐라 할 수도 없습니다. 게다가 북측의 특수한 사정에서 보아 체류 일정이나 행사 일정 등이 연장되거나 바뀌는 것은 비일비재한 일이기도 합니다.

지난 2000년 김대중 대통령의 방북 날짜가 원래 6월 12일이었는데 막판에 북측에서 하루 연기를 요청해와 13일로 되었습니다. 만약 그대로 12일에 방북했다면 6.15선언이 아니라 6.14선언이 됐을 뻔 했습니다. 또 2007년 10월 남북정상회담 때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노무현 대통령에게 예정된 일정보다 하루 더 체류할 것을 제의한 적도 있습니다. 가깝게는 작년 10월 핵 검증 협의를 위해 방북했던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가 평양 체류 일정을 당초 1박2일에서 2박3일로 연장한 적이 있습니다.

아울러 김정일 위원장과의 면담이 꼭 평양에서만 이뤄지는 것도 아닙니다. 김 위원장의 현지지도나 시찰 장소인 지방에서 만나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문제는 북측에서 왜 일정이 연기(연장)되는지에 대해 명확히 밝혀주지 않는다는데 있습니다.

이렇게 보면 이번 현 회장 경우는 그래도 나은 편입니다. 북측 <조선중앙통신>이 12일 새벽과 오후 보도를 통해 김 위원장이 함경북도 함흥 소재 김정숙해군대학을 시찰했으며 또한 함흥대극장에서 연극 공연을 관람했다고 두 번에나 걸쳐 ‘친절하게’ 보도했기 때문입니다.

자연스럽게 현 회장의 방북일정 연장과 추가 연장이 김 위원장과의 면담 일정 조정 때문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입니다. 역설적으로 하루, 이틀이 지연된다는 것은 그만큼 김 위원장과의 면담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의미로도 풀이됩니다.

어쨌든 고대하던 김정일-현정은 면담 불발과 연장으로 지금 남쪽에는 억류자 유모 씨의 석방을 기다리고, 금강산관광 재개와 개성공단 정상화를 기대하며, 나아가 남북관계 개선을 바라는 숱한 사람들의 애간장이 녹고 있습니다. 8.15를 앞둔 지금, 늦더라도 산고 끝에 옥동자가 낳게 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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