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2박 3일간의 일정으로 10일 오후 평양 방문길에 오릅니다. 현 회장의 방북 소식은 일주일 전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전격적인 방북만큼 기대를 갖게 합니다.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아주 좋은 징조입니다.

현 회장 방북의 키포인트는 그의 방북임무와 아울러 김정일 국방위원장과의 면담 여부 등 두 가지가 될 것입니다.

먼저, 방북임무는 북한에 억류 중인 현대아산 직원 유모 씨의 석방과 금강산 관광 등 대북 사업 재개 문제로 요약됩니다. 물론 이외에도 지난달 30일 동해에서 나포된 ‘800 연안호’ 선원들의 송환 문제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처럼 빈사상태에 빠진 현대아산을 구출하는 문제와 ‘인도주의적 문제’에 국한된다면 그리 부산떨 일이 아닙니다. 이들 문제가 중요하지 않다는 게 아니라 그 이상일 것이라는 점입니다.

그러기에, 김정일 위원장과의 면담이 중요한 문제로 나섭니다. 김 위원장과 만나려면 현 회장이 ‘특사’로서의 지위를 가져야 합니다. 지금과 같이 최악의 남북관계에서 김정일-현정은 면담이 이뤄진다면 단순한 현대사업문제를 뛰어 넘는 남북문제가 논의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핵심은 현 회장이 어떻게 ‘특사’ 지위를 갖는냐는 점입니다. 하나는 정부당국이 이명박 대통령의 ‘친서’든 ‘메시지’를, 서면이든 구두로 김 위원장에게 전달해 달라고 현 회장에게 청하면 됩니다. 가능은 하지만 남측이 이렇게 ‘대범하게’ 하기에는 지난날의 불찰이 너무 크고 많습니다. 다른 하나는 김 위원장이 현 회장과의 면담을 통해 남측 당국에 전달하라며 메시지를 주는 경우입니다. 북측이 현 회장을 ‘특사’로 받아들임으로서, 현 회장으로 하여금 ‘사실상’ 특사 역할을 하게끔 하는 것입니다. 북측의 그간 행태로 보아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입니다.

북미관계에 이어 남북관계에서도 미묘한 변화의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습니다. 북한이 지난주 클린턴 전 대통령을 평양으로 불러들인데 이어 이번에 현정은 회장을 받아들인 것은 각각 두 민간인들에게 ‘특사’ 자격을 부여해 경색된 북미관계와 남북관계의 물꼬를 트면서, 새롭게 전개될 한반도 정세에서 주도권을 선점하자는 심사로 보입니다. 북한 특유의 ‘몰아치기’ 공격이 현실화되는 느낌입니다. 남측 당국도 예상되는 변화에 적극 대응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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