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건리훈련장' 확장 계획으로 고향 땅을 잃게 될 위기에 놓인 오현리 주민들과 시민사회단체들의 삼보일배가 8일 오후, 경기 파주 시내에서 진행됐다.
한 낮의 수은주가 30도에 육박한 이날, 뜨거운 아스팔트 열기도 고향 땅을 지키겠다는 이들의 발걸음을 묶지는 못했다.
오후 4시 50분쯤, 파주시청 앞에서 시작된 삼보일배는 국방부가 협의매수에 응하지 않은 주민들의 땅 대부분에 대해 한국토지공사 중앙토지수용위원회(중토위)에 재결을 신청, 오는 28일 그 결정을 앞두고 있는 긴박한 상황 속에서 평화로운 문제해결을 요구하는 주민들의 염원을 알리기 위해 준비됐다.
이 때문에 오현리 주민들을 비롯해 '무건리훈련장확장저지시민사회단체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 소속 회원들과 대학생 등 150여 명이 대거 참가해 파주시청과 시청 앞 사거리를 거쳐 금촌역까지 약 1km의 거리를 줄을 맞춰 이동했다.
주병준 무건리훈련장확장저지 주민대책위원장이 펼침막을 들고 최선두에 섰고 배종렬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공동대표, 송영주 민주노동당 경기도의원, 황수영 민주노총 통일위원장, 김종일 공대위 집행위원장이 뒤를 따랐다.
통일선봉대 등 대학생 50여 명도 '고향에서 살고 싶다'는 손팻말을 몸자보에 부착하고 행렬 중간에 자리했다. 몸이 불편한 사회원로와 고령의 주민들은 뒤편에 있거나 차량을 통해 이동했다.
아스팔트의 열기로 참가자들의 얼굴은 삼보일배를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땀으로 범벅이 됐다. 양 손에 낀 흰색 장갑과 무릎 주변은 금세 까맣게 변했다.
삼보일배를 처음해 보는 오현리 마을 주민들도 고향 땅을 지키겠다는 염원을 담아 구슬땀을 흘렸다.
12대째 오현리에 살고 있는 이형우 씨는 삼보일배를 마치고 "국방부와 대화와 타협으로 문제를 풀어갈 수 있는데 이렇게까지 해야 되나. 주민들의 요구는 고향에서 살겠다는 것밖에 없는데 억울하고 분하다"며 답답한 속내를 드러냈다.
국방부, 주민 의사 배제한 채 중토위에 재결 신청.. 중토위 결정만 남아
국방부는 전체 확장 예정 면적의 90% 이상 확장을 마쳤다고 밝혔다. 따라서, 확장 예정 면적의 3%인 약 30만 평을 양보하면 이 문제가 원만하게 풀릴 수 있다는 것이 주민들과 시민사회단체들의 입장이다.
주병준 주민대책위원장은 "공토법(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 자체가 악법이다. 농민들에게만 법을 강조하면서 자기들은 주민들과 어떤 문제해결 노력도 하지 않고 있다"며 국방부의 태도를 비판했다.
오는 28일 또는 내달 11일 열릴 것으로 보이는 중토위에서 '강제토지수용' 방침이 결정되면, 국방부는 이 지역의 토지를 공탁을 거쳐 강제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할 수 있게 된다.
이의신청과 행정소송이라는 법적 분쟁 절차가 남아 있기는 하지만, 2006년 평택 대추리에서 처럼 결국엔 공권력이 투입되는 등 토지 강제수용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이 대다수다.
주민대책위.공대위 "중토위원 찾아가 중재안 권고토록 설득할 것"
따라서, 오현리 주민들과 시민사회단체들 사이에 중토위의 수용재결을 막기 위한 방법들도 논의되고 있다. "회의를 무산시키는 강력한 투쟁을 전개하겠다"는 얘기다.
이와 동시에 중토위원장을 제외한 중토위원 9명을 일일이 찾아가 주민들의 입장을 알리겠다는 계획도 갖고 있다. 중토위원은 2명의 공무원(상석)과 7명의 민간 전문가들로 구성돼 있다.
김종일 공대위 집행위원장은 "중토위원들을 찾아가 주민들이 모여서 살 수 있도록 공간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을 국방부와 주민대책위에서 조정하라고 권고하는 안을 위원들이 내도록 직접 설득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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