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방북 중인 빌 클린턴 전 미 대통령을 접견했다고 북 언론이 4일 밝혔다. 

북한의 최고지도자와 미국의 전직 대통령간 만남은 지난 1994년 6월 김일성 주석과 지미 카터 전 대통령 이후 15년 만이다.

이날 밤 <조선중앙방송>은 "김정일 동지께서는 8월 4일, 우리나라를 방문하고 있는 미국 전 대통령 빌 클린턴 일행을 접견하시었다"면서 "강석주 외무성 제1부상과 김양건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장이 여기에 함께 참가했다"고 전했다.

"석상에서 김정일 동지께 빌 클린턴은 버락 오바마 미 합중국 대통령의 구두 메시지를 정중히 전달해 드렸"으며, "김정일 동지께서는 이에 사의를 표하시고 빌 클린턴의 우리나라 방문을 환영하신 다음 그와 진지한 담화를 하시었다"고 알렸다. 또한 "접견에서는 공동 관심사로 되는 문제들에 대하여 폭넓은 의견교환이 진행됐다"고 덧붙였다.

방송은 '구두 메시지'나 '공동 관심사'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와 관련 <조선신보>는 이날 클린턴 전 대통령 방북 기사에서 "조미(북미) 대결의 근본문제와 관련된 보다 폭넓은 의제를 다루지 않을 수 없다"고 전망한 바 있다.

<조선중앙방송>은 또한 별도 기사를 통해 "국방위원회에서는 우리나라(북한)를 방문하고 있는 미국 전 대통령 빌 클린턴을 위하여 8월 4일 저녁 백화원 영빈관에서 만찬을 차렸다"고 전했다. 공항 영접에 이어 국빈급 예우를 이어간 셈이다.

이 자리에는 북한측에서 김정일 위원장을 비롯해 최태복 최고인민회의 의장, 김기남 노동당 비서, 강석주 제1부상과 김계관 부상, 김양건 통전부장, 우동측 국방위원회 위원 등이, 미국측에서는 클린턴 전 대통령과 수행원들이 참가했다고 알렸다.

<조선중앙방송>은 "만찬은 따뜻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고 전했다.

이에 앞서, 클린턴 전 대통령 일행은 알래스카에서 특별기 편으로 직항로를 따라 이날 오전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 양형섭 최고인민회의 상임위 부위원장과 외무성 김계관 부상과 리근 미국국 국장 등의 영접을 받았다.

방북 일정을 마친 클린턴 전 대통령 일행은 '억류' 중인 <커런트TV> 소속 유나리, 로라링 기자를 대동하고 5일 특별기 편으로 알래스카를 경유, 워싱턴으로 향할 전망이다. 5일께(현지시간) 방북결과를 언론에 설명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로버트 깁스 미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성명을 통해 "두 미국인을 석방하기 위한 오로지 개인적인 활동이 진행되는 동안에는 공식 논평을 하지 않을 것"이며 "클린턴 전 대통령의 성공적인 임무 수행에 차질을 초래하고 싶지 않다"고 밝혔다.

클린턴 전 대통령이 미 행정부의 특사 자격이 아니며, 이번 방북이 '정치 현안'과는 무관함을 강조하기 위한 의도라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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