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가수로 유명한 박종화(46) 시인의 서예산문 '나의 삶은 커라'를 연재한다. 전남 함평의 한 산골마을에서 올라오는 박 시인의 산문과 서예작품은 매주 토요일 게재된다. / 편집자주

향기 나는 사람

간벌 차원에서 정원에 있는 향나무 몇 그루를 베어 냈어요. 그냥 땔감으로 쓰긴 아까운 재목 같아서 어디에 쓸 것인지 요리조리 궁리를 해봅니다. 기둥 몇 개를 납작하게 잘라다가 그릇 받침대를 만들어 볼까 해서 톱질을 하고 나니 무늬 결도 참 예쁘네요. 자세히 보니 가운데는 아름다운 무늬 결과 함께 진한 선홍색으로 물들여져 있습니다. 이게 바로 향나무를 향나무라 부르게 하는 심재라는 걸 알게 됐지요. 그 전까지만 해도 향나무에서는 왜 진한 향이 나지 않고 다른 나무와 별반 다를 게 없는 향이 나는지 도무지 알 길이 없었습니다. 어릴 적 쓰던 연필 중에 으뜸인 것이 향나무 연필이었지요. 바로 이 심재를 뽑아서 향나무 연필을 만들었나 봅니다. 코에 갖다 대고 냄새를 맡아보니 역시 향나무답게 향을 진하게 뿜어내는군요. 향나무가 자신의 몸 깊숙이 향을 품은 채 생명을 다하고 사라진다면 그 향기는 무용지물이 되겠지요. 나무를 잘라다 사용하는 사람이 있기에 진한 향기의 위용도 드러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보네요.

사람에게도 향기가 있습니다.
각자의 개성이 다르듯이 각자가 뿜어내는 향기도 다르겠지요. 어떤 이는 그 향기를 감추고 향나무처럼 향을 좀처럼 내 보이지 않기도 하지요.
자의든 타의든 향기는 내 뿜어 질 때 가치가 있는 것 아닐까요? 자신의 향기를 자신이 모른다면 주위에서 그 향기의 진가를 온전히 발휘할 수 있게 해 주어야 하며 그보다 더 좋은 것은 자신의 향기를 자신이 발견하고 다시 개발하고 그 향기를 많은 이웃과 함께 나누는 거죠.

자기의 얼굴 모양까지도 책임을 져야 하는 인간사회 속에서 향기를 감추는 것은 별 의미가 없습니다. 뿜어내지 않는 향기는 차라리 없는 향보다 못합니다.
향기가 있되 그 향기 뿜어내지 않으면 무슨 소용이 있을까요.

▲ 박종화 作 '향기 나는 사람'(910*320) "아름다운 향기가 있는 그대일 지라도 풍기지 않으면 무슨 소용이 있으랴"

욕심뿐인 향이 어디 향인가요
지향하는 삶의 목표와 의미가 사람의 향을 결정합니다
그 중의 으뜸은 만인을 위한 향기입니다


작품설명 : [향]과 [람]은 구부러지고 뒤틀리며 스스로 나무의 형태를 만들어가는 향나무를 상징화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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