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가 떼어 놓은 당상이라던 ‘국가인권기구 국제조정위원회(ICC)’ 차기 의장 후보를 내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런데 그 이유가 아주 군색합니다. “국내 인권현장을 살피고 국내의 여러 인권 현안을 해결하는 데 더욱 많은 힘을 쏟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입니다. 아무튼 국가인권위가 ICC 의장을 포기한 것은 현병철 위원장 출마와 제2 후보 카드가 모두 마땅치 않다는 것입니다.

인권탄압국이었던 우리나라가 김대중 정부 들어 국가인권위가 출범하면서 노무현 정부를 거치는 비교적 짧은 기간에 인권의 압축성장을 했다고 하는데 갑자기 왜 이렇게 되었을까요?

이명박 정부는 출범 초부터 독립기구인 국가인권위를 대통령 밑으로 두려고 시도하다가 결국엔 축소했으며, 나아가 노동부와 경찰청 등 국가기관들은 국가인권위의 권고를 무시하기 일쑤였습니다. 이 과정에서 우리 정부는 유엔인권 최고대표와 ICC 의장으로부터 네 차례나 경고를 받기도 했습니다.

‘정권은 짧고 인권은 영원하다’는 쓴소리를 남긴 안경환 전 국가인권위원장의 자진 사퇴는 독립기관으로서의 국가인권위의 위상을 결정적으로 급락시켰습니다. 게다가 인권에 ‘인’자도 모르는 문외한이 위원장이 되었습니다. 오죽하면 당시 인권 관계자들이 ‘듣보잡’이라고까지 표현했겠습니까? 게다가 최근 들어 국내 인권단체들은 ICC 측에 현병철 위원장의 의장 당선을 우려하는 서한까지 보냈을 정도입니다.

이같은 일들이 불과 1년여 사이에 일어났습니다. 이는 현 정권이, 이 나라가 ‘인권 선진국’이 되는 것을 진정으로 피하고 싶은 것이라고 밖에는 해석이 되지 않습니다. 그래야 제2의 미네르바사건을 일으키고, 제2의 용산참사도 마음대로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라면 너무 과한 표현일까요?

우리나라의 인권지수가 갑자기 곤두박질쳤습니다. 그 어떤 경제력보다 값어치가 있는 인권선진국 자리를 발로 차버린 우리 당국의 처사가 황당하다 못해 부끄러울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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