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가 올해 펴낸 <2009 통일백서>에 따르면 2008년이 ‘새로운 남북관계정립을 위한 조정기’로 표현되어 있습니다.

이를 두고 북쪽에서 잘 쓰는 표현을 빌리자면 ‘삶은 소대가리도 웃다 꾸레미 터질’ 노릇이라고나 할까요? ‘조정기’라니요. 대체 지난해 남북이 조정을 한 게 무엇이 있습니까? 뭔가 조정을 하려면 만나기라도 해야 하는데 남과 북은 공식적으로 단 한 차례도 대화를 나누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무엇을 조정했다는 겁니까?

아무리 ‘표현의 자유’가 있다지만, 자유롭게 표현하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사실에 근거해야 합니다. ‘조정기’라는 표현은 사실무근이자 어불성설입니다. <통일백서>라면 정부당국의 공식적인 자료입니다. 사실(史實)은 지금 비록 불리하다고 해도 나중을 위해 사실(事實)대로 작성해야 합니다. 남북관계가 하릴없이 악화되는 것은 용납할 수 있어도 악화된 남북관계를 ‘조정기’라고 수식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이유입니다.

삼척동자도 알고 있듯이, 2008년은 그동안 잘 나가던 남북관계가 딱 멈춘 해입니다. 그리고 올해는 ‘전쟁접경’이라는 표현에서 보여지듯 지난해보다 더 악화되었습니다. 이렇게 보면 2008년은 ‘새로운 남북관계정립을 위한 조정기’가 아닌 ‘잘 나가던 남북관계가 잘못된 방향으로 빠진 암흑기’인 셈입니다. 마녀사냥이 판치는 중세시대의 암흑기와 흡사하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남북관계를 ‘사실’대로 말해도 뭐랄 사람 하나 없습니다.

이러니 북한으로부터 통일부가 ‘반통일부’니 ‘분열부’니 하고 조롱받고 또 ‘통일백서’가 ‘분열백서’로 폄하 받는 것 아니겠습니까? 암흑기가 지나면 르네상스가 옵니다. 마침 북미관계가 대화모드로 바뀌는 정황들이 포착되고 있습니다. 남북관계를 남과 북이 함께 풀면 좋은데, 그게 여의치 않다면 북미가 분위기를 조성해서라도 남북관계에서 르네상스가 오기를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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