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는 소학교 녀학생 같아 보이기도 하고 때로는 장마당에나 다니는 부양을 받아야 할 할머니 같아 보이기도 한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이 23일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에게 ‘그 녀자’라고 칭하면서 한 험담입니다. 이는 클린턴 장관이 지난 20일 최근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관련 (국제사회의) 중앙무대에 서기 위해 “환심을 사려는 꼬마 같다”고 우회적으로 비난한 발언에 대한 북한측의 맞불이기도 합니다.

지금 ‘총성 없는 전쟁’을 벌이고 있는 북한과 미국 사이에서 말싸움, 즉 설전(舌戰)은 다반사입니다. 그런데 북한과 설전을 벌여 재미를 본 나라는 별로 없습니다. 북한은 체면에 관계없이 상대방을 충분히 응징하거나 제압할 수 있는 탁월한 언어구사력과 다양한 수사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게다가 언어 자체가 군사적이고 공격적이라 파괴력이 큽니다. 일례로 미국이 북한에 대해 ‘인권유린국’이라 하자 북한이 미국더러 ‘인권유린의 왕초’라고 맞대응하는 것은 그래도 점잖은 편입니다.

양국 사이에는 2005년에 극한의 설전이 있었습니다. 당시 부시 미 대통령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을 ‘위험한 사람’, ‘폭군’이라고 비난하자 북한측에서 즉각 부시 대통령을 거론해 ‘불망나니’, ‘인간추물’이라고 맞받아 친 것입니다. 클린턴을 둘러싼 지금의 설전은 양국 수뇌부를 겨냥한 설전이 아니라 그나마 다행이라고나 할까요.

클린턴 장관은 직업외교관으로 잔뼈가 굵은 게 아니라 정치인 출신입니다. 혹시 클린턴은 국제무대에서 외교를 하는 게 아니라 정치를 하려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사실 클린턴 장관이 북한에 대해 ‘환심을 사려는 꼬마’ 운운했을 때 외교가에서는 한 나라의 외교사령탑의 발언으로는 다소 적절치 못하다는 지적이 있었습니다. 게다가 이미 그는 국무장관 취임 직후인 2월 중순 외교가에서는 금물인 북한의 후계구도라는 민감한 문제를 언급, 북한의 거센 반발을 샀던 적이 있습니다. 외교란 국가간 갈등을 푸는 영역이지 갈등을 유발하는 영역은 아닐 것입니다. 클린턴 장관은 재임 중에 특히 설화(舌禍)를 조심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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