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일 오후, 서울중앙지방법원 424호에서 범민련 남측본부 간부들에 대한 첫 공판이 열렸다. [사진-통일뉴스 고성진 기자]
"범민련 재판은 노무현 시대의 통일운동에 대한 심판이다."

17일 오후 2시,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424호에서 열린 조국통일범민족연합 남측본부(범민련) 이규재 의장 등 3명에 대한 첫 공판에서 피고인 측 대리인 조영선 변호사는 재판부의 공정한 판결을 호소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조 변호사는 "노무현 정부 5년 간 합법적 공간에서 진행된 민간남북교류에 대한 평가가 이명박 정부 들어 갑자기 문제된 것은 정치적 성격이 있지 않나 보고 있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2004년 11월부터 2007년까지 통일부의 승인을 받고 진행한 남북교류를 문제 삼아 국가보안법상 '지령수수' 혐의를 갖다 댄 것에 대한 문제제기다. 이번 재판이 주목을 받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경원 사무처장은 모두진술을 통해 "2004년과 2005년, 2006년 국정원이 이메일을 압수수색하면서 대화록의 내용을 알고 있었고, 국가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주의 질서에 위해가 있다는 명백한 증거가 없었기 때문에 그동안 검찰에서 기소하지 않은 거 아니냐"며 합법적인 절차에 의해 남북교류 사업이 진행됐다고 강조했다.

이어 "범민련 공동사무국 박용 사무부총장과의 연락은 국정원에 의해 공동사무국이 감청된 상황에서 사실상 공개나 다름이 없는 데 이를 국가보안법 위반이라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검찰의 공소내용을 반박했다.

'지령수수' 혐의에 대해서도 "지령이라 함은 주고받는 사람 관계가 직선이고 수직의 관계여야 하는데 남북, 해외 범민련은 상하관계가 아니며 평등한 관계"라며 사실관계를 바로잡았다.

최은아 선전위원장도 모두진술에서 "남북관계가 순차적으로 변화하고 정책이 반영된 상태에서 남북교류를 합법적으로 용인해줬던 당사자들이 정권이 바뀌었다고 해서 안면몰수해서 이제는 불법행위라고 주장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규재 의장도 "보안법의 잣대는 똑같은 사건을 놓고 노무현 정부 때는 갔다 오라고 해서 갔다 왔는데, 이제 이명박 정부 들어 이렇게 잡아들이고 있다"며 "5년이라는 기간을 놔두고 구속시킬 수 있는 똑같은 조건에서 5년을 기다렸다는 것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공안사건을 조작하려는 의구심을 지울 수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회 전체에 실질적 해악 끼칠만한 명백한 위험성 없다"

'합법적인 민간남북교류'에 대한 국가보안법 적용 여부 논란 외에도 범민련의 이적성에 대해서도 다뤄졌다.

즉, 범민련이 목표로 하고 있는 강령이나 규약, 활동 등이 과연 사회 전체의 실질적 위해를 미칠 수 있는 입증 가능한 위험성을 가지고 있는지 여부다.

조영선 변호사는 "북한이 내세우고 있는 주장과 같다는 사실이 사회에 어떠한 위험성이 있는 것인지 인과관계를 검찰 측에서 명확하게 설명해야 한다"며 "국가안전 존립과 민주주의 질서에 실질적 해악을 끼칠만한 명백한 위험성이 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최은아 선전위원장은 "북의 주장과 유사하다고 해서 찬양.동조.고무했다고 한다면 개성공단 건설을 한 현대아산도 북의 지령수수에 의한 것"이라며 "어느 한 쪽의 주장이 일방적으로 관철된 것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이밖에도 피고인들은 모두진술을 통해 일제히 국가보안법이 적용에 있어서 모호하며 자의적인 기준으로 보수세력의 기득권 유지에 이용된 악법이라고 거듭 비판했다.

변호인단, 동결된 이규재 의장 은행계좌 해체 요청
시민사회 "북측 간부, 박용 부총장 법정 증인으로 요청할 것"


변호인단은 또 지난 6월 3일, 서울지검이 이규재 의장 명의의 은행계좌를 압수수색한 이후 모든 은행 거래가 중단된 상태라며 은행계좌 동결 해제를 요청하기도 했다.

이날 열린 첫 공판에는 각계각층의 인사 100여 명이 찾아 법정을 가득 메웠다. 이들은 오랜만에 만나는 이들의 안부와 건강상태를 물으며 응원했다.

다음 재판은 8월 21일(금)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재개될 예정이다. 재판부는 집중심리 준비기간이 소요되는 점을 고려해 기일을 택한다고 밝혔으며, 21일 이후 매주 금요일에 재판을 열 것이라고 알렸다.

앞서 오전 11시, 서울 서초동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사무실에서 '범민련탄압 대응 시민사회 공동대책위원회'가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재판에서 범민련의 합법적 활동을 적극 입증하고자 한다"며 "이를 위해 북측의 여러 간부들과 공동사무국 박용 부총장을 여러 어려움을 무릅쓰고 남측 법정의 증인으로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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