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일 오후 7시, 서울 삼성동 웨딩의 전당 2층 에머랄드 홀에서 열린 '<민족21>100호 기념식 및 후원의 밤'에서 발행인 명진 스님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사진-통일뉴스 조성봉 기자]

"<민족21>이 200호까지 가서는 안 된다. 120호로 끝내고 '통일21'로 바꿀 수 있도록 해 달라."

1일 오후 7시, 서울 삼성동 웨딩의전당 2층 에머랄드홀에서 열린 '<민족21> 100호 기념식 및 후원의 밤'에서 발행인 명진 스님(봉은사 주지스님)은 100호 발행을 이뤄낸 '안도'가 아닌 현 시국에 대한 안타까움을 쏟아내며 '앞'을 내다보고 있었다.

명진 스님은 "2000년 6월 15일, 400만 살상의 업을 지고 있는 우리 민족에게 통일이 다가오는 환영 속에서 6.15를 맞이하게 됐다"며 "그런데 이제 10년의 세월 속에 새로운 변화를 맛봐야 할 이 시점에 분단의 골이 깊어지면서 전쟁의 어두운 기운이 이 땅을 뒤덮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숭례문 현판이 툭 떨어질 때 '예의가 무너지는구나, 몰염치한 나라. 후안무치한 나라로 가는구나'하는 느낌이 지나갔다"며 정부가 용산참사 희생자들에 대해 사과조차 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하고는 "이런 죽음, 마치 딴 나라 일 같이 보는 파렴치함이 결국엔 남북 간에 전쟁 위기를 몰아온 것"이라고 개탄했다.

"우리 민족과 조국이 이 땅에서 짊어지고 있는 고(苦)는 분단고"라며 악화된 남북관계를 거듭 안타까워하던 그는 정부에 대해 거듭 쓴소리를 하면서도 각계에 격려의 말을 잊지 않았다.

그는 "2002년 월드컵이나 작년 광화문과 시청에 쏟아져 나온 촛불인파들, 올해 거리로 나온 수십 만 명의 노무현 대통령 조문객들 등 이런 에너지를 잘 끌어내서 어떻게 통일로 갈 것인가를 생각하는 것이 대통령의 역할인데 분단의 골을 깊게 만들고 전운을 짙게 드리우고 미국.일본.중국을 찾아가 '북쪽을 견제하고 파멸로 가는 길을 만들어달라'고 하는 나라"라며 "이런 비극은 여기 앉아계신 분들이 통일을 향한 '고난의 행군'으로 극복해야 할 때"라고 호소했다.

▲<민족21> 100호 기념식에는 명진스님, 통일원로 인사 등  200여 명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사진-통일뉴스 조성봉 기자]

<민족21> 100호가 세상에 나오기까지 8년 4개월, 지난 2001년부터 <민족21>과 함께 해 온 각계 인사들이 기념식을 찾았다.

이재정 전 통일부 장관은 "<민족21> 지령 100호 쯤이면 통일에 가까이 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오히려 뒤로 돌아가서 창간호보다 더 어렵게 됐다"며 "<민족21>의 꿈과 가치와 <민족21>이 하려고 하는 모든 비전들이 우리 민족에게 새로운 길을 열어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민족21>은 우리 민족의 희망이고 등대이며 내일"이라며 "이 뜻이 우리 역사 속에서 이뤄져서 한민족의 새로운 역사, 평화의 역사, 통일의 역사가 우리 앞에 이뤄지리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박지원 민주당 의원도 "<민족21>이 발전해서 현재 위기, '평화냐. 전쟁이냐'하는 갈림길에서 평화를 위해 지도해주시고 발전해 주실 것을 부탁드린다"고 격려했다.

축하의 인사와 함께 <민족21>이 앞으로도 북한에 대한 올바른 시각을 전해주는 '가교' 역할을 부탁하는 이들도 많았다.

▲왼쪽부터 축사를 한 이재정 전 통일부 장관, 박지원 민주당 의원, 이강실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공동대표, 이정희 민주노동당 의원.  [사진-통일뉴스 조성봉 기자]
자신을 '열혈독자'라고 소개한 이정희 민주노동당 의원은 "통일은 말과 말을 잇고, 사람과 사람을 잇는 자그마한 일에서 시작된다"며 "북과의 인연을 맺을 수 있는 기회를 많이 만들어주라"고 부탁했다.

이강실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공동대표도 "아직도 미국이나 다른 나라는 북에 대해서 부정적인 생각을 하는 사람이 많이 있다"며 "많은 글들을 번역을 해서 해외 사람들에게 한반도 문제와 북의 모습을 알려달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창현 <민족21> 대표는 "지금 어려운 상황이 멀리 가지 않을 것이다. 앞으로 1년 이내에 한반도 주변 정세는 좋아질 것"이라면서 "100호 특집에서 다룬 것처럼 155마일 비무장지대 전체를 우리 민족의 새로운 꿈과 희망을 여는, 분단의 아픔을 다 없애는 통일평화의 지대로 만드는 날이 정말 가까워지게 될 것"이라고 화답했다. 

이어 "그 날을 앞당기기 위해 많은 대안과 남쪽 여론을 보완하는 일들을 해 나가겠다"고 향후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정창현 <민족21> 대표가 향후 포부를 밝히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조성봉 기자]
이날 기념식에는 명진 스님을 비롯, 이재정 전 통일부 장관. 박지원.이정희 의원. 이종린 범민련 명예의장. 임방규 통일광장 대표. 박중기 추모연대 의장. 권오헌 양심수후원회 명예회장. 임헌영 민족문제연구소 소장. 최병모 겨레하나 이사장. 김낙중 선생 등 200여 명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소리꾼 김지희 씨는 <민족21>이 걸어온 길을 판소리로 표현해 좌중들의 박수를 끌어냈다. 곳곳에서 추임새와 웃음이 터져 나왔고 사회를 맡은 권해효 씨는 유쾌한 진행으로 분위기를 이끌어갔다.

10여 년 동안 <민족21>과 기사교류를 하며 동행해 온 북측의 <통일신보>, 일본의 <조선신보> 임직원들도 화환을 보내 100호 발행을 축하했다. 중국.일본.러시아.몽골 등 해외에서도 영상을 통해 축하메시지를 전해왔다.

▲민족21 전.현직 기자들.[사진-통일뉴스 조성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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