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호석 (재미 통일학연구소 소장)


기존상식을 파괴한 5.25 핵실험

2009년 5월 25일 한반도 시간으로 오전 9시 45분에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에 있는 지하핵실험장에서 핵폭발이 일어났고, 나흘 뒤인 5월 29일 북측 외무성은 대변인 담화를 통해 핵실험 사실을 공식발표하였다. 세계 각국에 설치된 지진계가 포착한 풍계리발 인공지진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06년 10월 9일의 핵실험에서 일어난 핵폭발보다 다섯 배가량 더 강한 폭발이 일어났다고 한다.

그런데 핵실험을 실시한 날로부터 3주가 지나자, 놀랍게도 5.25 핵실험은 핵실험이 아니었음이 드러났다. 2009년 6월 1일 <통일뉴스>에 발표한 나의 글 ‘풍계리발 인공지진, 끝장공세와 연속타격’ 가운데서 북측의 제2차 핵실험에 관해 기술한 부분은 전면수정이 불가피하다. 전 세계가 핵실험이었다고 믿는 판인데, 핵실험이 아니라니 도대체 무슨 말일까?

핵폭발이 일어나면, 핵분열 반응에서 방출되는 수 천 종류의 방사성 동위원소(radioisotope)들 가운데서 제논(Xenon)-135 또는 크립톤(krypton)-85 같은 방사능 비활성 기체(radioactive inert gas)가 다른 물질로 변환되지 않고 대기에 퍼져나간다. 땅속 100m에 깊이 파놓은 핵실험장에서 핵폭발이 일어나도 방사능 비활성 기체는 지표로 새어나와 대기에 퍼진다. 지표로 새어나온 방사능 비활성 기체들 가운데서 가장 가벼운 제논이 가장 멀리 퍼져나간다.

그래서 다른 나라가 실시한 핵실험을 실시할 때마다 미국 공군은 대기표본 포집임무를 수행하는 특수정찰기 더블유씨(WC)-135를 급파하여 정탐해왔다. 그 특수정찰기가 포집한 대기표본을 정밀분석한 결과에서 제논 대 크립톤 비율이 11 대 1 정도로 나오면 플루토늄 핵폭발이고, 그 비율이 5 대 1 정도로 나오면 우라늄 핵폭발이다.

북측이 2006년 10월 9일 지하핵실험을 실시하였을 때, 미국은 특수정찰기가 포집한 대기표본 성분을 정밀분석하여 핵폭발이 일어났음을 확인한 바 있다. 10.9 핵실험이 실시된 날부터 한 주간이 지난 2006년 10월 16일 미국 국가정보국(DNI)은 성명을 발표하고 “10월 11일에 포집한 대기표본을 분석한 결과, 방사성 물질이 검출되었으므로 북측이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인근에서 지하핵실험을 실시하였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고 밝혔던 것이다. 당시 남측 과학기술부는 군사분계선 동부전선 바로 아래에 있는 강원도 고성군 고성읍 바닷가에서 2006년 10월 25일 오후 6시 36분에 포집한 대기표본을 분석하였더니 제논-135가 나왔다고 발표하였으며, 러시아도 자국 요원들이 포집한 대기표본에서 크립톤-85 등 방사성 물질을 검출하고 나서, 검출결과를 외교경로를 통해 남측 정부당국에 전해주었다. 이처럼 핵분열 반응에서 발생하여 대기에 퍼져나간 제논이나 크립톤이 검출되어야 핵폭발을 사실로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이번에도 미국은 네브래스카주 오마하 인근에 있는 아풋 공군기지(Offut AFB)에서 특수정찰기 두 대를 발진시켜 함경북도 해안에서 가까운 공해상공에 급파하였고, 바람이 불어오는 쪽을 향해 그 일대를 비행하면서 대기표본을 계속 포집하였다. 한편,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은 남측 전역에 방사능 기체 측정소 12곳과 무인측정기 58개를 설치하였을 뿐 아니라, 미국군 특수정찰기에게 뒤질세라 이동식 포집장비를 실은 배를 동해에 띄워 방사능 비활성 기체를 24시간 불철주야 2분 간격으로 열심히 탐지해왔다. 그런데 핵실험 이후 3주가 지났는데 아무도 제논이나 크립톤을 검출하지 못하였다.

북측이 2006년 10월 9일에 핵실험을 실시하였을 때는, 미국 정부당국이 방사능 비활성 기체를 검출하고 1주만에 북측의 핵실험 사실을 확인하는 성명을 내놓았지만, 이번에는 3주가 지나도록 방사능 불활성 기체를 검출하지 못하고 쩔쩔맨 것이다. 문제는, 핵폭발이 일어난 뒤로 3주가 지나면 대기 중에 퍼진 제논이 사라진다는 점이다. 그래서 오스트리아 빈에 있는 포괄적 핵실험금지조약기구(CTBTO)의 티보르 토스(Tibor Toth) 사무총장은 2009년 6월 10일 기자회견을 열고, 북측이 실시한 핵실험을 입증할 결정적 증거인 제논 가스를 포집할 시간이 거의 없다고 하면서 조바심을 냈지만, 포집시한은 이미 지나버렸다.

또 다른 방사능 비활성 기체인 크립톤-85는 반감기가 10년이 넘기 때문에, 제논-135 포집시한이 지난 뒤에도 사라지지 않았을 것이므로 검출될 가능성이 아직 남아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핵폭발 이후 3주 동안 집중적으로 포집활동을 벌였는데도 검출하지 못하였다면 포집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 크립톤-85가 나오지 않은 것으로 보아야 한다. 2009년 6월 15일 남측 정부당국자는 “북한의 핵실험장소가 남한에서 멀리 떨어져 있고 지하에서 이뤄졌기 때문에” 방사능 비활성 기체를 검출하지 못하였다고 애써 변명하였지만, 10.9 지하핵실험이 실시되었을 때는 방사능 비활성 기체를 즉각 검출하였으면서도 그보다 폭발력이 다섯 배가량 더 강한 5.25 폭발실험에서 방사능 비활성 기체를 아직도 검출하지 못한 것은 그 폭발이 핵폭발이 아니었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5.25 폭발실험에서 핵폭발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도대체 무엇이 폭발한 것일까? 기존 상식을 깨뜨린 불가사의한 현상이 아닐 수 없다. 군사학 전문가들도 풀지 못할 수수께끼 같은 이 물음 앞에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고위관리들과 미국 국가정보기관 관리들은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무척 고심하였을 것이다. 그들은 북측의 불가사의한 핵실험에 대해 아무 말도 할 수 없게 되었다.

5.25 폭발실험에서 폭발한 것이 무엇이었는지를 북측이 밝혀주지 않는 한, 북측의 외부세계에서 그 폭발실험의 진상을 파악할 길은 없다. 5.25 폭발실험이 핵실험이었다고 공식발표한 북측이 이제 와서 발표내용을 뒤엎는 새로운 사실을 밝힐 리도 만무하다. 5.25 폭발실험은 영원한 불사사의로 남는 것일까?

다섯 가지 개연성을 짚어본다

5.25 폭발실험에서 나타난 불가사의한 현상을 이해하려면, 아래와 같은 개연성을 짚어볼 필요가 있다.

첫째, 재래식 폭탄(conventional bomb)이었을까? 5.25 폭발실험에서는 일반폭약(TNT) 5천t의 폭발력에 맞먹는 대폭발이 일어났다. 일반폭약 5천t의 폭발력에 맞먹는 대폭발을 일으키려면, 커다란 고성능 재래식 폭탄 수백 개를 쌓아놓고 터뜨려야 한다. 그 재래식 폭탄을 모두 쌓아놓으면 5층 건물 크기로 될 것이다. 미국군 정찰위성이 빤히 내려다보는 폭발실험장으로 수많은 폭탄수송차량을 몰래 들여보내는 것은, 위성감시망을 감쪽같이 따돌리는 교란전술에 능하기로 소문난 북측의 조선인민군으로서도 불가능하다. 명백하게도, 5.25 폭발실험에서 폭발한 것은 재래식 폭탄이 아닌 것이다.

둘째, 열압폭탄(thermobaric bomb)이었을까? 특수혼합폭약으로 만든 열압폭탄은 지금까지 세상에 알려진 폭탄 가운데서 핵폭탄이나 수소폭탄 이외에 가장 폭발력이 큰 비핵폭탄(non-nuclear bomb)이다. 미국군은 자기들이 베트남전쟁에서 ‘밀림청소’를 하기 위해 사용했던, ‘데이지 커터(Daisy Cutter)’라고 부르는 연료기화폭탄(fuel-air bomb)인 비엘유(BLU)-82를 개량하여 폭발력이 일반폭약의 1.35배가 되는 특수혼합폭약인 에이취(H)6으로 열압폭탄을 만들어냈다. 미국 공군이 2003년에 작전배치한 열압폭탄을 대량화기 공중폭발탄(Massive Ordnance Air Blast Bomb, BOAM)이라고 부르는데, 일반적으로 ‘모든 폭탄의 어머니(Mother of All Bombs, MOAB)’로 더 잘 알려져 있다. 무게는 9.5t, 길이는 9.1m, 지름은 1m, 파괴범위 지름은 150m이며, 폭발력은 일반폭약 11t의 폭발력에 맞먹는다.

미국군이 열압폭탄을 작전배치하자 자극을 받은 러시아군은 더 강력한 열압폭탄(Aviation Thermobaric Vaccum Bomb of Increased Power)을 개발하여 2007년에 작전배치하고, ‘모든 폭탄의 아버지(Father of All Bomb, FOAB)’라고 불렀다. 러시아군의 신형 열압폭탄은 나노공학기술(nano technology)을 이용하여 만든 열압폭약을 사용하여 무게를 7.1t으로 줄인 대신에 폭발력은 일반폭약 44t에 맞먹는 폭발력으로 증강하였고 파괴범위 지름을 300m로 확장하였다.

그런데 5.25 폭발실험에서 일반폭약 5천t의 폭발력과 맞먹는 폭발이 일어났으니, 세상에 존재하는 가장 강한 비핵폭탄으로 알려진 러시아군의 열압폭탄보다 폭발력이 무려 113배나 큰 폭발이 일어난 것이다. 그러면 북측은 열압폭탄을 무더기로 쌓아놓고 터뜨린 것일까? 아무리 교란전술에 능하기로 소문난 북측의 조선인민군이라도 길이 7-8m 짜리 대형 열압폭탄 100개 이상을 수송차량에 실어 지하핵실험장으로 몰래 옮겨놓으면서 미국군 위성감시망을 따돌리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5.25 폭발실험에서 폭발한 것은 열압폭탄이 아닌 것이다.

셋째, 수소폭탄(hydrogen bomb)이었을까? 수소폭탄은 핵분열→핵융합→핵분열의 과정에서 핵폭발에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엄청난 폭발이 일어난다. 핵분열에서 발생한 초강력한 에너지가 일으키는 핵융합에는 임계질량(critical mass)이 없으므로, 핵융합으로 일어나는 2차 핵분열에서 상상을 뛰어넘는 엄청난 폭발이 일어나는 것이다. 1954년 3월 1일 미국군이 남태평양 마샬군도의 비키니환초(Bikini Atoll)에서 폭발실험을 실시한, ‘새우(Shrimp)’라는 암호명을 가진 수소폭탄은 일반폭약 1천500만t의 폭발력에 맞먹는 15메가톤(mt)의 폭발을 일으켰다. 그것은 폭발력이 약 15킬로톤(kt)이었던 히로시마 핵폭탄 1천개를 한꺼번에 터뜨린 것에 맞먹는 어마어마한 폭발이었다.

이처럼 수소폭탄은 폭발력이 너무 커서, 설령 북측이 수소폭탄을 개발하였더라도 북측의 좁은 영토 안에서 폭발실험을 실시하기 힘들다. 일반폭약 5킬로톤의 폭발력에 맞먹는 폭발을 일으켰던 5.25 폭발실험 당시, 풍계리에서 180km 떨어진 중국의 투먼(圖們)에서 인공지진이 일어나고, 옌지(延吉)에서도 인공지진을 느낄 수 있었다고 하니, 5.25 폭발실험에서 일어난 폭발에 비해 폭발력이 3천 배나 강한 수소폭탄이 풍계리 핵실험장에서 폭발하면 어떤 사태가 벌어질지 모른다.

5.25 폭발실험에서 전술핵폭탄 수준의 폭발이 일어났으므로, 수소폭탄의 폭발력을 전술핵폭탄 수준으로 감소시킨 열화수소폭탄(depleted hydrogen bomb)이 아니냐고 추정할 수 있겠으나, 전략핵폭탄의 폭발력을 감소시켜 전술핵폭탄을 이미 보유한 북측이 수소폭탄의 폭발력을 전술핵폭탄 수준으로 감소시키는 어려운 기술까지 개발하여 열화수소폭탄을 보유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더욱이 수소폭탄에서는 핵폭탄을 핵분열 기폭제로 사용하기 때문에, 열화수소폭탄이 폭발하면 방사성 동위원소가 방출되는 법이다. 5.25 폭발실험에서 방사성 동위원소가 나오지 않았으므로 열화수소폭탄이 폭발하지 않은 것이 분명하다.

넷째, 중성자탄(neutron bomb)이었을까? 수소폭탄에서 핵융합 물질을 최소화하고 우라늄(uranium)-238을 제거하면, 핵융합이 일어날 때 초강력한 중성자가 방출되는데, 수소폭탄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발견한 이 원리를 이용하여 만들어낸 고방사능무기(enhanced radiation weapon, ERW)가 중성자탄이다. 중성자탄은 방사능 방출효과를 극대화하려는 목적에 따라 초강력한 중성자 방사능(neutron radiation)을 대량 방출하는 대신에 폭발력은 약하다.

3년 전에 있었던 10.9 핵실험에서 약 1킬로톤의 폭발이 일어났고, 이번에 5.25 폭발실험에서 약 5킬로톤의 폭발이 일어난 것을 놓고 보면, 10.9 핵실험에서 폭발한 것이 중성자탄이었을 가능성이 있다. <로이터통신> 2006년 10월 10일자 보도는, 북측 당국과 가까운 소식통의 말을 인용하여 10.9 핵실험이 중성자탄 실험이었다고 보도하였다. 나는 2007년 8월 13일 <통일뉴스>에 실린 대담기사에서 10.9 핵실험이 고방사능무기 폭발실험이었을 가능성을 논한 바 있다.

다섯째, 아메리슘폭탄(americium bomb)이었을까? 플루토늄(plutonium)-241을 반감(decay)시킨 고준위 방사성 금속물질(high-grade radioactive metallic material)인 아메리슘(americium)-241을 가지고 만들어낸 것이 아메리슘폭탄이다. 간단히 말해서, 아메리슘폭탄은 아메리슘-241이라는 고준위 방사성 금속물질과 일반폭약의 결합물이다. 아메리슘-241만이 아니라 스트론튬(strontium)-90, 이리듐(iridium)-192, 쎄슘(cesium)-137 같은 고준위 방사성 물질과 일반폭약을 결합해도 같은 계열의 폭탄을 만들 수 있다. 군사학에서는 그러한 계열의 폭탄을 방사능 산포장치(radiological dispersal device, RDD)라고 하며, 일반적으로 더러운 폭탄(dirty bomb)으로 더 잘 알려져있다. 테러리스트들이 아메리슘폭탄을 사용한다.

그러나 북측의 조선인민군이 아메리슘폭탄 같은 테러무기를 보유하였다는 말은 그들에게 매우 모욕적으로 들릴 것이다. 그들은 테러에 관심이 없고 따라서 테러무기를 가질 필요가 없다.

북측이 보유한 또 다른 억지력

5.25 폭발실험은 핵분열 물질을 무기화(weaponize)하는 핵무기 공학기술의 기성이론을 가지고서는 설명할 수 없는 불가사의한 현상이다. 따라서 핵무기 공학기술의 기성이론을 대입하면 그 불가사의한 현상을 이해하지 못한다. 기성이론을 접고 새로운 관점에서 생각해야 5.25 폭발실험의 실상에 접근할 수 있다.

기성이론으로 설명할 수 없는 불가사의한 현상에서 분명하게 나타난 사실은 두 가지다. 하나는, 5.25 폭발실험에서 핵폭발이 일어나지 않았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재래식 폭탄이나 열압폭탄이 도저히 일으킬 수 없는, 전술핵폭탄 수준의 대폭발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이 두 가지 사실은 5.25 폭발실험에 등장한 무기가 핵분열 물질과는 상관이 없고, 일반폭약이나 열압폭약을 쓰지 않으면서도 전술핵폭탄 수준의 대폭발을 일으키는 새로운 종류의 비밀무기였음을 말해준다.

지금까지 세상에 알려진 대량파괴무기(WMD)라는 개념은, 무기개발에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다른 나라들을 따돌리고 앞서나간 미국과 러시아의 무기체계에서 나온 것이다. 그 두 나라의 무기생산체계는 성능이 고급화된 각종 변형무기들을 만들어냈지만,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무기는 두 계열로 나눠진다. 말하자면, 제1계열에 드는 재래식 무기와 제2계열에 드는 비재래식 대량파괴무기로 분류되는 것이다. 군사학에서 말하는 파괴력과 관통력을 기준으로 삼으면, 제1계열의 재래식 무기는 일반폭약의 폭발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발전되어온 각종 비핵무기들이다. 그에 비해, 제2계열의 대량파괴무기는 핵폭발력을 조절하거나 또는 핵분열과 핵융합을 종합하여 진일보한 각종 변형무기들이다. 핵폭탄, 중성자탄, 수소폭탄이 이 계열에 든다.

그런데 5.25 폭발실험에 등장한 비밀무기는 대폭발이 일어났으면서도 제1계열이나 제2계열에 들어있지 않은 것이다. 그렇다면 북측은 제3계열의 신형 대량파괴무기를 보유하였다는 논리가 성립된다.

제2계열의 대량파괴무기들인 핵폭탄, 중성자탄, 수소폭탄은 모두 핵시설을 가동해서 만들어 내는 핵분열성 무기들이지만, 5.25 폭발실험에 등장한 제3계열의 비밀무기는 핵시설이 필요없는 무기다. 놀랍게도 이것은 핵시설을 가동하지 않고서 만들어내는 신형 대량파괴무기가 북측에게 있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그 비밀무기의 정체는 북측이 공개하지 않는 한 외부세계에서 알 수 없지만, 북측은 5.25 폭발실험이 핵실험이었다고 공식발표함으로써 비밀무기의 정체를 감추고 그 비밀무기의 폭발력만 미국에게 살짝 보여준 것이다.

여기서 5.25 폭발실험이 어떠한 군사적 의미를 갖는지를 논할 필요가 있다. 5.25 폭발실험에서 북측이 제3계열 신형 대량파괴무기의 존재를 공개한 것은, 북측의 군사력에 대한 외부세계의 기존인식을 바꿔놓을 만한 획기적인 일이다. 지금까지 북측의 외부세계에서는 조선인민군이 재래식 무기로 무장한 전술군과 핵무기로 무장한 핵전략군으로 구성되었다고 생각해왔다. 북측에 대한 왜곡정보만 믿어버리는 통에 북측의 핵무장을 사실로 인정하지 않는 사람이 아직 많지만, 나는 2009년 4월 6일 <민중의 소리>에 발표한 글 ‘북측의 선군정치와 남북관계의 변화’에서 처음으로 북측의 핵무장력을 전략군 개념으로 설명한 바 있다.

미국과 그 동맹국들은 자기들이 집착하는 반확산정책, 비확산정책, 미사일방어정책이 북측의 핵보유에 의해 무너지는 것을 용납할 수 없으므로 북측의 핵보유 사실을 애써 부정하려고 하지만, 그들이 인정하지 않는다고 해서 북측의 핵탄두와 전략미사일이 어디로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북측이 보유한 핵탄두와 그 운반수단인 대륙간탄도미사일은 보관용이나 실험용이 아니라 작전배치한 전략무기들이므로, 북측이 핵탄두와 전략미사일로 무장한 핵전략군을 보유하였다는 것은 설명을 요구하지 않을 만큼 자명하다. 핵전략군이 없는 핵보유국은 있을 수 없다.

그런데 북측이 기존의 핵전략군 이외에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비밀무기로 무장한 또 다른 유형의 전략군을 보유하였다는 사실이 5.25 폭발실험을 통해서 처음으로 세상에 알려진 것이다. 북측이 보유한 새로운 유형의 전략군을 핵전략군(nuclear strategic force)과 구분하여 비핵전략군(non-nuclear strategic force)이라고 부를 수 있다. 북측이 핵전략군을 보유한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다른 나라에 없는 새로운 유형의 전략군까지 보유하였으므로 정규군을 117만명이나 되는 방대한 규모로 유지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이러한 사실을 인식하면, 미국군을 상대로 싸워 이긴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군사강국을 건설하였다는 북측의 주장을 허풍이라고 말할 수 없게 된다.

물론 5.25 폭발실험에 비밀무기가 등장한 것을 두고 비핵전략군을 보유하였다고 말하는 것은 확대해석이 아니냐고 되물을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 그 까닭은, 5.25 폭발실험이 비밀무기를 작전배치하기 이전에 실시한 성능실험이 아니라, 비밀무기를 이미 작전배치한 이후에 실시한 군사활동이었기 때문이다. 5.25 폭발실험은 북측이 최근에 개발한 비밀무기의 성능을 실험해보려는 군사활동이 아니라,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에게 비핵전략군의 존재를 알려주면서 그들의 대북 적대행위를 포기시키는 초강경한 대미공세를 가하는 군사활동이었던 것이다.

예컨대, 북측이 예고해놓은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도 최근에 개발을 마치고 아직 작전배치를 하지 못한 대륙간탄도미사일의 성능을 시험해보려는 목적이 아니라, 이미 작전배치를 마친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발사하여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의 대북 적대행위를 포기시키는 초강경한 대미공세를 가하려는 목적에서 준비하는 것이다.

북측이 핵전략군만 아니라 비핵전략군까지 보유하였다는 사실은, 북측의 억지력(deterrence)에 대한 근본적인 재해석을 요구한다. 지금까지 북측의 외부세계에서는 북측이 보유한 억지력은 전술군과 핵전략군이 전부일 것이라고 추측하였지만, 북측의 억지력은 핵억지력 범위를 넘어 비핵전략군의 억지력에까지 확장되었다. 전술군의 억지력이 제1억지력이고, 핵전략군의 억지력이 제2억지력이라면, 비핵전략군의 억지력은 제3억지력이다. 전술핵탄두에 맞먹는 폭발력을 지닌 비밀무기로 무장한 북측의 비핵전략군은 전쟁억지력의 실체인 것으로 보인다. 2009년 5월 29일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발표하여 유엔안보리가 “전대미문의 죄”를 범했고, “천추에 용납될 수 없는 강도적 행위”를 저질렀다고 맹비난하면서 5대 핵강국과 단독으로 맞붙은 북측의 담대한 정면대결은, 북측이 전술핵탄두에 맞먹는 폭발력을 지닌 비밀무기로 무장한 비핵전략군을 보유하지 못하였다면 생각할 수 없는 일이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북측이 제1억지력과 제2억지력 이외에 제3억지력까지 보유하였음을 알아야, 그들이 대외적으로 공약한 핵포기가 무슨 뜻인지 이해된다는 점이다. 원래 북측이 공약한 핵포기는 핵시설을 불능화하고 핵무기를 자진해서 폐기한다는 말이다. 군사학의 견지에서 볼 때, 핵시설 불능화와 핵무기 폐기는 곧 핵전략군 해산과 핵억지력 포기를 뜻한다.

북측이 보유한 핵억지력은 미국군의 대북 핵전쟁위협에 대응하는 강력한 억지력으로 알려졌는데, 그러한 핵억지력을 포기한다는 말은 미국군의 핵전쟁위협에 대응할 군사작전능력을 포기한다는 뜻이므로, 핵포기 이후의 북측은 미국군의 핵전쟁위협에 무방비상태로 노출되는 것이 아니냐는 의문이 생긴다. 북측이 공약한 핵포기를 이처럼 핵억지력을 포기한다는 뜻로만 이해하면, 북측이 핵포기 공약 이행행동은 미국군의 핵전쟁위협을 자초하는 모순된 행동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북측이 제1억지력과 제2억지력 이외에 제3억지력까지 보유하였다는 사실을 인식하면, 북측의 핵포기 공약은 결코 논리적 모순이 아니다. 북측의 비핵전략군은 북측이 핵포기 공약을 이행하여 핵전략군을 해산한 뒤에도 여전히 남아 제3억지력을 유지할 것이므로, 핵포기 공약을 이행한다고 해서 미국군의 핵전쟁위협에 대응할 억지력을 잃어버리는 것이 아니다. 이것을 거꾸로 말하면, 북측은 핵전략군 이외에 비핵전략군까지 보유하였기 때문에, 핵전략군을 해산하는 핵포기 공약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에게 과감하게 제시할 수 있었던 것이다. 만일 북측이 비핵전략군을 보유하지 못하였다면, 한반도 비핵화를 추진할 수 없었을 것이다.

요컨대, 5.25 폭발실험은 북측이 보유한 비핵전략군의 존재를 처음으로 외부세계에 알려주었을 뿐 아니라, 억지력을 유지하면서 핵포기 공약을 이행할 막강한 능력이 북측에게 준비되어 있음을 밝혀주었다. 북측이 핵포기 공약을 이행하면 전략군을 해산해야 하고, 전략군 해산은 억지력을 포기하는 것이므로, 북측은 핵포기를 말로만 공약하였을 뿐이지 행동으로 이행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하거나 또는 북측이 아예 핵포기 공약을 이행해서는 안 된다고 말하는 것은, 북측이 보유한 억지력의 실상을 정확히 알지 못하고 하는 말이다.

핵무기는 수단, 비핵화는 목적

북측이 핵포기 공약을 이행하는 과정에서 장차 핵전략군을 해산할 것이라면, 다시 말해서 장차 핵억지력을 포기할 것이라면, 북측은 억지력을 확보하기 위해 핵무기를 개발한 것이 아니라는 논리가 성립된다. 다른 핵보유국들은 핵무기를 전쟁억지수단으로 보유하였지만, 북측은 전쟁억지수단을 확보하기 위해 핵무기를 보유한 것이 아니다. 이것은 북측이 핵무기를 보유한 목적을 새로운 각도에서 검토할 것을 요구한다.

누구나 아는 대로, 핵무기는 다른 나라에서 돈을 주고 사올 수 있는 교역물품이 아니다. 어떤 나라가 핵무기를 개발하고 핵전략군을 유지하려면, 상상을 뛰어넘는 엄청난 자원과 기술과 인력을 오랜 시간 동안 쏟아부어야 한다. 북측이라고 해서 예외로 되지 않는다. 북측이 공개하지 않아서 그렇지, 핵무기를 개발하고 핵전략군을 유지하기 위해 그들이 쏟아부은 자원, 기술, 인력은 실로 엄청날 것이다. 북측에서 군비부담 증대가 인민경제 발전을 제약해왔다는 말은 사실이다.

북측이 전쟁억지수단을 확보하기 위해 핵무기를 보유한 것이 아니라면, 북측은 어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그처럼 엄청난 자원, 기술, 인력을 쏟아부어 핵무기를 개발한 것일까? 북측의 핵문제를 논할 때마다 심심치 않게 나오는 이 물음에 대해 북측의 외부세계에서 꺼내놓은 답변을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첫째, 북측이 국제적 위상을 높이려고 핵무기를 보유하였다는 식의 지위상승설이다. 그러나 북측이 핵보유국으로 등장한 오늘의 현실을 지위상승설을 가지고 해명하기는 힘들다. 북측의 핵보유가 입증되자, 한반도 핵문제에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걸린 미국과 일본이 극렬하게 반발하면서 미친듯이 대북 제재공세를 벌이고, 미국의 유럽 동맹국들인 영국, 독일, 프랑스도 덩달아 대북 비난공세를 취하고, 중국과 러시아마저 미국의 눈치를 살피며 유엔안보리에서 대북 제재결의에 손을 들어주는 사태가 일어났다.

물론 반미성향 나라들은 핵보유국으로 등장한 북측의 국제적 지위상승을 실감하겠지만, 북측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것 자체를 거부하는 미국과 그 동맹국들이 국제여론을 쥐락펴락하는 조건에서, 북측의 국제적 지위가 상승하였다는 말은 설득력이 반감될 수밖에 없다. 지위상승설은 북측이 핵보유국으로 등장한 오늘에 설득력을 갖는 것이 아니라, 북측이 끝장공세와 연속타격으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의 정치적 굴복을 받아낼 때 설득력을 갖게 될 것이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의 정치적 굴복을 받아내려는 북측의 끝장공세와 연속타격에 대해서는 2009년 6월 1일 <통일뉴스>에 발표한 나의 글 ‘풍계리발 인공지진, 끝장공세와 연속타격’에서 논한 바 있다.

둘째, 북측이 미국의 대북 적대행위로부터 안전을 보장받으려고 핵무기를 보유하였다는 식의 안전보장설이다. 위에서 논한 것처럼, 안전보장설은 북측이 핵포기 공약을 이행하는 경우 미국의 대북 적대행위로부터 안전을 보장받지 못하게 된다는 논리적 모순으로 귀결되므로, 북측이 핵무기를 개발한 목적을 안전보장설로 설명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북측은 안전보장을 위해 핵무기라는 수단을 보유한 것이 아니다.

셋째, 북측이 대미협상력을 강화하기 위해 핵무기를 보유하였다는 식의 협상력 강화설이다. 물론 북측이 핵무기를 보유함으로써 대미협상력이 결정적으로 강화되었지만, 대미협상은 그 자체가 어떤 목적이 아니라 핵무기라는 수단을 가지고 취하는 방법들 가운데 하나다. 더욱이 오바마 정부가 출범한 이후 북측이 대미협상을 포기하고 다른 방법을 추구하는 것이 분명해 보인다. 북측의 끝장공세와 연속타격은 그들이 협상이라는 방법에 더 이상 의존하려고 하지 않는다는 점을 웅변적으로 말해준다.

지위상승설도 안전보장설도 협상력 강화설도 아니면, 북측은 어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핵무기를 보유한 것일까? 한 마디로 말해서, 북측이 보유한 핵무기는 한반도 비핵화 전략에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수단이다. 북측이 2012년까지 달성시한을 정해놓은 목적은 한반도 비핵화이고, 한반도 비핵화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북측의 방법은 올해 들어 포기한 대미협상이고, 한반도 비핵화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북측의 수단은 핵무기다. 역설적이지만, 북측에게 핵무기는 비핵화의 수단으로 되는 것이다. 만일 북측이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았다면, 한반도 비핵화라는 말조차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북측이 핵무기라는 강력한 수단을 가지고 추구하는 한반도 비핵화란, 한 마디로 말해서, 북측의 핵포기와 미국의 주한미국군 철군을 상응적, 동시적으로 실현하는, 그리하여 한반도와 동북아시아 정세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정치군사전략이다. 2009년 6월 8일 <통일뉴스>에 발표한 나의 글 ‘2009년 대격돌과 2012년 시나리오’에서 논하였듯이, 북측이 추진하는 주한미국군 철군은 일차적으로 북측의 영토주권을 실현한다는 의미인데, 그것만이 아니라 미국의 대북 적대행위를 중지시키고 한미동맹을 해체할 길을 열어놓는 의미에 대해서도 논할 필요가 있다.

한미동맹을 자주적 평화통일의 걸림돌로 규정하는 북측의 견지에서 보면, 주한미국군이 철군하여 한미동맹이 해체되는 길이 열리면, 자주적 평화통일을 가로막아온 걸림돌이 제거되는 것이고, 한미동맹이라는 걸림돌이 제거되면 자주적 평화통일이 실현될 것으로 전망할 수 있다. 이것은 그들이 한반도 비핵화 전략과 한반도 통일 전략을 통합적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더 정확히 말하면, 핵포기 공약을 이행하여 주한미국군을 철군시키는 한반도 비핵화 전략은, 철군문제를 해결함으로써 한미동맹 해체와 자주적 평화통일 실현을 앞당기는 한반도 통일 전략의 구성부분인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한반도 비핵화와 한반도 통일은 단절되지 않고 연속적으로 실현되는 일련의 발전과정이며, 북측의 핵무기는 자주적 평화통일을 지향하는 한반도 비핵화 전략을 수행하는 가장 강력한 수단인 것이다.

북측이 올해에 끝장공세와 연속타격으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를 전면적으로 압박해가는 것은,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오바마 대통령의 정상회담 개최→한반도 비핵화 실현→주한미국군의 단계적 철군→한미동맹 해체→자주적 평화통일 실현으로 이어질 한반도 정세의 격변과정이 시작되었음을 말해준다. 이러한 정세격변과정은, 2009년 5월 18일 <통일뉴스>에 발표한 나의 글 ‘2012년을 위한 전략구상, 전선형성과 연정수립’에서 논하였던, 반이명박 전선 형성→정권퇴진운동 추진→중도연립정권 수립→실질적 민주주의 실현으로 이어질 남측 정세의 격변과정과 차질없이 맞물려야 현실화될 수 있다. 이 땅의 진보정당과 진보운동세력은 한반도 정세의 격변과정과 남측 정세의 격변과정이 맞물린 정밀한 시나리오를 작성하고 대응전략을 세워야 할 것이다.

<보충> 미 국가정보국장실 성명에서 드러난 검출불능설 

내가 쓴 글 ‘불가사의한 5.25 핵실험의 실상’이 〈통일뉴스〉에 송고된 직후인 2009년 6월 15일 오전에 미국 국가정보기관들을 총괄하는 국가정보국장실(ODNI)은, 산하 홍보실(Public Affairs Office)이 펴내는 보도자료(News Release) 형식으로 발표한 성명에서 북측의 5.25 핵실험에 대한 미국 정부의 공식견해를 밝혔다.

성명의 제목은 “북코리아가 밝힌 2009년 5월 25일 핵실험에 대한 국가정보국장실 성명(Statement by the Office of the Director of National Intelligence on North Korea's Declared Nuclear Test on May 25, 2009)”이다. 성명 전문을 번역하면 이렇다.

“미국 정보기관들은 북코리아가 2009년 5월 25일 풍계리 인근에서 아마도(probably) 지하핵폭발을 시행한 것으로 평가(assess)한다. 폭발력은 어림잡아(approximately) 몇 킬로톤(a few kilotons)이었다. 그 사건에 대한 분석은 계속된다.”

이 성명이 나오자, 미국 정부의 견해를 추종하는 친미언론들은 한결같이 “미국이 북측의 핵실험을 공식 확인하였다”는 식의 자의적 해석을 기사로 쏟아냈다. 그러나 미국 국가정보국장실이 발표한 6.15 성명을 제대로 읽으면, 친미언론들의 자의적 해석과는 전혀 다르게, 북측의 5.25 핵실험이 과연 핵실험이었는지를 미국 정부가 확인하지 못하였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2006년 10월 9일 북측이 지하핵실험을 실시하였을 때 미국 국가정보국장실이 발표한 성명과 이번에 그들이 발표한 성명을 비교하면, 문제의 핵심을 더 잘 파악할 수 있다.

미국 국가정보국장실이 북측의 10.9 핵실험에 대해 성명을 발표한 때는 2006년 10월 16일이었다. 10.16 성명의 제목은 “북코리아 핵실험에 대한 국가정보국장실 성명(Statement by the Office of the Director of National Intelligence on the North Korea Nuclear Test)”이다. 성명 전문을 번역하면 이렇다.

“2006년 10월 11일에 채집한 대기표본 분석(analysis of air samples)은, 북코리아가 2006년 10월 9일 풍계리 인근에서 지하핵폭발(underground nuclear explosion)을 시행하였음을 확인(confirm)해주는 방사능 잔여물(Radioactive debris)을 발견(detect)하였다. 폭발력은 1킬로톤 이하였다.”

6.15 성명과 10.16 성명을 비교해보면, 아래와 같은 차이점이 드러난다.

첫째, 성명을 발표한 시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10.16 성명은 북측의 10.9 핵실험 이후 7일만에 발표되었던 것에 비해, 6.15 성명은 북측의 5.25 폭발실험 이후 21일 뒤에 발표되었다. 미국 국가정보기관들은 5.25 폭발실험 이후 근 20일 동안 그 폭발실험의 실상을 파악하지 못하고 전전긍긍하였을 것이다.

둘째, 성명 제목에서 상당한 차이가 드러나 보인다. 10.16 성명은 ‘북측의 핵실험에 대한 성명’이었지만, 6.15 성명은 ‘북측이 핵실험이라고 밝힌 핵실험에 대한 성명’이다. ‘북측의 핵실험’이라는 표현과 ‘북측이 핵실험이라고 밝힌 핵실험’이라는 표현은 서로 다른 뜻을 담고 있다. 후자의 의미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5.25 핵실험을 사실상 핵실험이 아니라고 보지만, 북측이 핵실험이라고 밝혔으므로 핵실험이라고 부른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셋째, 10.16 성명은 대기표본 분석에서 방사능 비활성 기체를 발견하였기 때문에 10.9 폭발실험이 핵실험이었음을 확인한다는 확정적인 내용으로 기술되었지만, 6.15 성명은 북측이 아마도 핵실험을 실시한 것으로 평가하면서 앞으로 분석을 더 해보아야 정확한 사실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는 모호한 내용으로 기술되었다. 6.15 성명에 나오는, ‘아마도(probably)’라는 낱말과 ‘평가(assess)’라는 낱말이 들어있는 핵심문장은, 북측이 핵실험을 하였을 개연성만 확인한 것이지 핵실험을 사실로 확인한 것이 아니다.

한 마디로 말해서, 10.16 성명이 확인성명이었다면, 6.15 성명은 미확인성명인 것이다. 미확인이라는 말은 미국 정부당국이 방사능 비활성 기체를 물리적으로 확인하지 못하였다는 뜻이다. 미국 정부당국이 방사능 비활성 기체를 확인하지 못한 까닭은, 대기표본 채집과정에서 실수나 결함이 있었기 때문이 아니라, 5.25 폭발실험에서 그러한 방사능 물질이 아예 방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2006년 10월 9일 북측이 핵실험을 실시하였을 때, 미국 정부당국은 불과 이틀 뒤인 10월 11일에 채집한 대기표본에서 방사능 물질을 검출하였다. 이에 관해, 프랑스의 〈아에프페(AFP)〉 통신은 2006년 10월 17일 미국 국방부 관리의 말을 인용하여 이렇게 보도하였다. “2006년 10월 10일 미국 군용기가 채집한 대기표본의 분석에서는 방사능 물질이 검출되지 않았으나, 이튿날 채집한 대기표본들 가운데 두 번째 표본에서 방사능 물질이 검출되었다. 제논 가스의 존재는 핵폭발 사실을 알려주는 신호들 가운데 하나다.”

그런데 〈연합뉴스〉가 2009년 6월 16일 워싱턴발로 보도한 기사에 따르면, “워싱턴의 외교소식통은 ‘미 정보당국이 북한의 2차 핵실험 직후 실시한 대기분석 작업에서 방사능 물질을 검출하는 데 실패했다는 얘기가 있다’고 전했다”는 것이다. 이 보도내용은, 지금 워싱턴에서 검출실패설이 떠돌고 있음을 알려준다.

그러나 더 정확하게 표현하면, 미국 정보당국은 방사능 비활성 기체가 대기 중에 퍼졌는데도 그것을 검출하지 못해 실패한 것이 아니라, 방사능 물질이 전혀 나오지 않았으므로 그것을 검출할 수 없는 불능상태에 있는 것이다. 검출실패설이 아니라 검출불능설이라고 말해야 이치에 맞는다. 북측의 5.25 폭발실험에 대한 미국 정부의 공식견해를 담은 미확인성명이야말로 검출불능설을 뒷받침해주는 유력한 증거가 아닌가.

2009년 6월 15일 〈통일뉴스〉에 발표한 나의 글 ‘불가사의한 5.25 폭발실험의 실상’에서 자세히 논한 대로, 5.25 폭발실험은 핵실험이 아니라, 이제껏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북측만이 보유한 신형 대량파괴무기의 존재를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에게 알려주기 위한 폭발실험이었다.

5.25 폭발실험에서 일어난 폭발력이 입증한 대로, 북측이 보유한 신형 대량파괴무기는 핵무기를 능가하는 첨단무기이므로, 북측에게 핵무기는 한 세대 이전의 구식 무기인 것이다. 핵무기를 능가하는 신형 대량파괴무기를 보유한 북측이, 아직 핵억지력에 의존하는 수준에 있는 중국이나 러시아의 군사력을 높이 평가할 리 없을 것이다. 아닌 게 아니라, 1997년 7월 10일 남측 언론이 보도한 바에 따르면,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중국의 무력을 높게 평가하지 않기 때문에 중국으로부터의 무기 또는 무기개발 기술을 도입하고 있지 않으며, 소련의 신형무기를 얘기해도 ‘그런 것은 다 낡은 것’이라고 무시하며 설명서를 보지도 않았다”고 한다.

그런데 이 글을 쓰고 있는 시각, 백악관 앞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오바마 대통령과 이명박 대통령은 한미정상회담의 성과를 자축하면서 북측의 핵보유를 저주하고 미국군의 핵우산을 찬양하는 한미공조의 ‘이중창’을 불렀다.

그러나 그 두 사람이 제아무리 목청을 높여 ‘이중창’을 불러도, 5.25 폭발실험이 핵실험이 아니었다는 것도 모른 채, 유엔안보리의 결의를 위반한 핵실험을 제재하겠다고 불러대는 ‘이중창’은 5.25 폭발실험의 실상을 아는 사람들에게 소음으로 들릴 뿐이다. 북측에게 핵무기는 구식 무기이므로, 북측이 그 구식 무기 폐기와 주한미국군 철군을 맞바꾸려는 판인데, 그러한 사정도 모른 채 북측의 핵보유를 무턱대고 반대하며 불러대는 ‘이중창’은, 핵억지력 이상의 억지력이 북측에게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들에게 낭설로 들릴 뿐이다. 미국군의 핵우산을 제공하는 것은 한반도에 파멸위험을 몰고 오는 미국군의 선제핵공격력을 뜻하는데, 그러한 사실을 감추고 미국군의 핵우산을 찬양하며 불러대는 ‘이중창’은 ‘죽음의 잔치’에나 어울리는 괴음일 것이다.

핵무기 없는 세상을 만들겠노라고 큰 소리를 친 오바마 대통령은 이명박 대통령을 백악관에 초청해놓고 음계도 맞지 않는 ‘이중창’만 부를 것이 아니라, 북측의 대미 핵억지력과 미국의 대북 핵공격력을 맞바꾸어 한반도의 비핵화를 실현하는 최후의 핵담판에 나서야 하지 않을까. (2009.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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