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5로 돌아가자.’

김대중 전 대통령을 비롯한 6.15공동선언 합의의 남측 주역들이 지난 11일 서울 여의도 63빌딩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6.15 남북정상회담 9주년 기념행사에서 내건 구호다. 그리고 14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학생.시민사회단체를 비롯해 야4당 관계자 등 2,500여명이 모인 가운데 열린 ‘6.15공동선언 9주년 범국민실천대회’의 제목도 이와 비슷한 ‘다시 6.15’였다. 이날 연사들은 이구동성으로 “다시 6.15를 외치지 않을 수 없다”, “그래도 다시 6.15이다”, “왜 그때 6.15가 지금 6.15와 다른가?”, “6.15가 죽어가고 있다, 6.15를 살려내야 한다”고 외쳤다. 청년들 사이에서는 ‘6.15를 지키자’는 홍보 문구도 눈에 띤다. 도대체 ‘다시 6.15로 돌아가자’는 뜻은 무엇인가? 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

이를 이해하기 위해선 지금 한반도 정세와 남북관계를 살펴 볼 필요가 있다. 남북관계야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이래 계속 악화일로를 걸어왔기에 그렇다 쳐도, 북미관계는 올해 새로 출범한 오바마 행정부에 기대를 건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이유를 불문하고 북미관계마저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다. 올해 들어서만도 북미관계는 북 인공위성 발사-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북 2차 핵실험-유엔 안보리 대북제재-북 우라늄 농축 선언 등으로 계단식 상승을 해왔다. 여기에다 남북관계 역시 북측의 2차 핵실험 이후 남측은 PSI 전면 참여를 선언했으며 이에 북측이 정전협정 무효를 선언하면서 서해 등에 격랑이 일고 있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최소한 국지전까지 내다보고 있다. 한반도 정세가 전쟁 일보 직전까지 와 있는 것이다.

그러면 6.15공동선언은 무엇인가? 모두 5개항인 6.15 공동선언은, 첫째 항에는 ‘통일문제를 자주적으로 해결하자’는 통일의 원칙이 둘째 항에는 ‘남측의 연합제 안과 북측의 낮은 단계의 연방제 안이 서로 공통성이 있다’는 통일의 방도가 적시됐으며, 그리고 나머지 세 개항에는 민족의 화해와 협력을 위한 실천사항들로 되어 있다. 그리고 이 6.15공동선언은 2007년 10.4선언으로 연결된다. 당시 김대중 대통령은 6.15 합의를 내온 후 귀경길에 서울공항에 도착해서 “이제 남북간에 전쟁 위협은 없다”고 선언했다. 그 이후 남북은 6.15선언에 근거해 이산가족상봉과 금강산ㆍ개성관광사업ㆍ철도도로 연결 등 이른바 3대사업, 그리고 숱한 정치ㆍ경제ㆍ군사ㆍ문화 회담으로 긴장상태를 완화하고 통일의 길로 접근해 왔다. 그런데 지금 현실은 어떤가?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이래 7-8년간의 공든 탑이 무너질 처지가 됐으며 ‘전쟁접경’까지 온 것이다.

오늘 ‘6.15로 돌아가자’는 말 속에는 6.15선언의 정신으로 돌아가자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그렇다면 ‘6.15정신’이란 무엇인가? 6.15선언에도 명기되어 있듯이 다름아닌 ‘우리 민족끼리’ 정신이다. ‘우리 민족끼리’란 민족공조를 가리킨다. 민족공조를 하는 순간 남과 북은 대결상태에서 벗어나고 외세에 대해 ‘하나의 민족’ 입장으로 대처할 수 있게 된다. 한반도 하늘에 낀 전쟁의 먹구름을 몰아낼 수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 현 정세의 주요한 원인제공자인 이명박 정부의 역할이 있다. 국민들이 요구하는 국정기조 전환의 중심에 대북정책이 놓여있다. 대북정책을 전환해야 한다. 대북정책 전환의 핵심은 6.15선언을 존중하고 이행하는 것이다. 마침 그 기회가 왔다. 이명박 대통령이 6.15 존중의 표시로 16일 열릴 한미정상회담에서 오바마 대통령에게 북미대화를 적극 권장하는 것이다. 북미대화 역시 6.15정신의 한 부분이다.

‘6.15정신으로 돌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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