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4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개최되는 ‘6.15공동선언 9주년 범국민실천대회’에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가 공식 참가할 뜻을 밝혔고,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상임대표 김상근, 이하 6.15남측위)가 이를 수용키로 방침을 정해 주목된다.

12일 조성우 범국민실천대회 기획단장은 통일부 기자단과의 오찬 간담회에서 “한나라당이 참여하겠다고 어제 연락이 왔다”며 “한나라당의 동참 통보는 반가운 일이며, 이것을 계기로 정부의 대북 정책의 전환이 이뤄졌으면 한다”고 밝혔다.

한나라당 원내대표실 관계자는 “박희태 대표께서 못 가셔서 대신 참석해달라는 요청을 받은 것”이라며 “참석해서 축사를 하실 것으로 안다”고 확인했다.

한나라당 대표의 행사 참석은 대통령실 국민통합특별보좌관을 맡고 있는 김덕룡 민화협 상임대표의장의 역할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정인성 6.15남측위 대변인은 “어제 오후 3,4시경 6.15남측위원회 공동사무처장을 통해 한나라당 원내대표실에서 범국민실천대회 참여의사를 밝혀왔다”며 “이미 예정된 5시 기획단 회의에서 논의했고, 오늘 아침 7시 반 6.15남측위 의결기구 중 하나인 상임운영위원회에서 많은 논란 끝에 6.15남측위에서는 한나라당이 참석하는 것을 현 정부의 대북정책 전환의 하나의 신호로 받아들이고 함께 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조성우 단장은 6.15남측위 내부 논의 과정에서 “내부 진통이 만만치 않았다”고 전했으며, 한나라당의 참여 결정과 관련 “남북관계 진전에 상당한 의지를 갖고 있는 김덕룡 상임대표의장의 역할이 있었다”고 전했다.

이승환 6.15남측위 공동집행위원장은 “안상수 원내대표가 참여하기로 했지 축사를 하기로 결정된 것은 아니”라며 “참여 의사를 밝힌 것 자체가 대북정책의 기조 변화를 보여주는 것이고, 이번 기회에 대북정책을 확실히 전환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범국민실천대회 조직위원회는 6.15남측위와 야4당 공동으로 구성돼 있어 한나라당 대표 참석 여부는 현재 야4당과 협의가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14일 오후 2시부터 열리는 범국민실천대회에서 야4당 대표들은 나란히 축사를 할 예정이며,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가 축사에 나설 경우 6.15 기념행사에 여야 대표 모두가 처음으로 함께 축사하는 기록을 남기게 될 것으로 보인다.

6.15남측위 한 관계자는 “한나라당도 6.15공동선언을 포함한 모든 남북간 합의를 존중한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혀왔기 때문에 6.15 기념행사에 참석하지 않는다는 것은 스스로 6.15공동선언을 인정하지 않음을 시인하는 셈이 되는 것”이라며 “원칙적으로 6.15공동선언에 동의하는 사람은 누구나 막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그간 6.15공동선언 실천을 방해만 해오다 불과 대회를 며칠 앞두고 참여하겠다는 한나라당의 의도가 의심스럽다”며 “자신들도 6.15공동선언을 부정하지 않는다는 제스쳐만 보이고 북한이 문제라는 식의 ‘물타기’일 수도 있다”고 경계심을 풀지 않고 있다.

2006년 평양에서 열린 6.15공동선언 6주년 기념행사에서는 한나라당 박계동 의원의 주석단 착석 문제가 논란이 돼 행사 자체가 파행을 겪은 바 있으며, 2007년 금강산에서 열린 7주년 행사에는 아예 정당 대표들은 대표단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한편 대회에서는 남북해외의 공동호소문이 채택될 예정이며, 행사를 마친 뒤 장충체육관에서 동대문운동장까지 가두행진도 계획돼 있다.

이승환 공동집행위원장은 “장충체육관에서 훈련원공원까지 행진하겠다고 집회신고를 냈지만 불허 통보를 받았다”며 “사전 집회신고가 돼 있다고 하지만 사유를 납득할 수 없어 동대문운동장까지만 행진하고 해산하겠다고 어제 다시 집회신고를 냈지만 경찰의 답변이 없는 상태”라고 전하고 “정부의 불허 여부와 상관없이 평화적 행진으로 우리의 의지를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6.15남측위는 6.15-10.4 기간을 '6.15공동선언과 10.4정상선언 이행을 위한 운동기간'으로 선포할 예정이며, 이는 남북해외 공동호소문에도 포함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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