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향득(전국 여성농민회 총연합 전남 여성농민회 연합 부회장)


정말 내가 북측 사람들을 만날 수 있을까?
그들은 어떻게 생겼을까, 어떻게 살고 있을까하는 설레는 마음으로 속초항으로 향했습니다.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역사적인 상봉과 정상회담이 우리에게 많은 감동과 변화를 안겨준 지 어느덧 1년.
남측의 230개 단체의 대표들과 북측의 200여명이 되는 대표들이 금강산에서 만나 6.15남북 공동선언 1주년 기념 민족통일대토론회를 개최하기로 하였습니다.
저는 전국 여성농민회 총연합의 대표로서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망망한 바다에서 4시간을 달리고 나니 드디어 장전항에 도착하였습니다.
붉은 노을빛으로 물든 해금강과 금강산이 그지없이 평화롭게만 보였습니다. 선상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6월 15일 아침에 우리는 세관을 통과해서 민족대토론회 장소와 금강산 호텔로 향하게 되었습니다.
북쪽도 가뭄이 심해서인지 산자락에 개간해 놓은 밭이 붉은 흙빛으로 그대로 보였습니다.
길 옆으로는 모내기를 하는 사람들, 밭을 갈고 있는 농부, 자전거를 타고 가는 사람, 아이를 업고 부지런히 걷고 있는 사람, 남쪽의 농촌에서도 볼 수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반갑습니다`라는 노래와 함께 뜨거운 박수로 남측 대표들을 맞아
주는 북측 대표들. [사진 - 통일뉴스 송정미기자]

토론회장에 도착하니 "반갑습니다"라는 노래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북측 분들이 뜨거운 박수로 환영해 주었습니다.
두손 맞잡고 반갑습니다, 먼길 오느라 고생했습니다, 통일의 길을 함께 일궈나갑시다, 서로 뜨겁게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우리와 생김새도 다를 것 같았고 뭔가 다른 사람일 것이라 생각했는데 우리와 생김새도 모습도 말도 눈빛도 같아서 토론회장에 앉아있는 모습만 봐서는 누가 북측인지 남측인지 구별할 수가 없었습니다.
아! 그래서 우리는 한민족 한핏줄이구나. 가슴 밑바닥으로부터 올라오는 울먹거림을 참느라 입술을 깨물어야 했습니다.

아리랑 노래에 맞춰 단일기가 입장할 때는 모두가 기립해서 뜨거운 박수로 환호했습니다.
양측 대표들의 인사말, 남과 북 해외의 토론자 12명의 발표가 있었고 `6.15공동선언 철저 이행`과 `일본 당국의 역사 왜곡 책동을 규탄하는 공동성명`이 채택되었습니다.

토론회장에 앉을 때는 양측 각 부문별로 자리를 함께 해서 서로 손맞잡고 얘기를 나누느라 여념이 없었습니다.
토론회장 뒷편에서는 북측 접대원들이 금강산 샌물, 오미자단물, 딸기단물 등을 대접해 주었습니다.

▶북측 대표와 얘기를 나누고 있는 필자. [사진 - 통일뉴스 송정미기자]

연회장에서는 북측 여협 부위원장과 자리를 함께 했는데 음식을 하나하나 덜어주면서 먹으라고 권하는 모습이 어찌나 다정하던지 코끝이 찡해졌습니다.

청년학생들의 노래공연과 평양모란봉 교예단의 공연을 함께 관람했는데 인간의 한계를 극복해가는 그들은 어디에서 그 힘이 나올까라는 생각이 스쳐지나갔습니다.

저녁에는 각 부문별로 간담회를 갖게 되었습니다.
조선농업근로자동맹(농근맹) 분들과 자리를 함께 했는데 6월 25일 있게될 남북농민단오제를 가뭄 때문에 연기하자는 의견이 제시되어 토론하게 되었는데 북측 사람들은 말도 조용조용하고 의외로 합리적이고 현실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둘째날에는 금강산 산행을 같이하게 되었습니다.
농근맹의 심의위원이라는 김순복 선생, 순할 순에 복 복자를 쓴다며 소박한 웃음으로 맞이해주었습니다.
손풍금을 잘한다는 딸이야기, 밤을 새며 공부해서 대학을 마친 이야기, 서로 이야기를 주고 받느라 금강산의 절경을 제대로 느낄 수가 없었습니다.
물빛이 옥빛으로 보여 손으로 떠보면 물빛이 되고 청정하게 느껴지는 공기는 물속 깊이 스며드는 느낌이었습니다.

하산중에 농근맹 분들과 다과를 나누는데 김순복 선생이 어머니 갖다드리라고 북쪽과자(웨하스)를 챙겨주는데 우리와 똑같은 마음을 갖고 살고 있구나라는 생각에 가슴이 뭉클하고 뿌듯해졌습니다.

금강산 호텔 접대원들의 공연을 보면서 점심을 함께 나누었습니다.
점심중에도 김순복선생은 물을 챙겨주고 더 먹으라고 권하기도 하고 배려를 아끼지 않았습니다.
여성스러움이 자연스러움으로 자연스러움이 예의로 다듬어진 순박한 모습 등 많은 것을 느끼게 하였습니다.

김정숙 휴양소에서 환송식을 가졌는데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어깨동무하고 노래하면서 여기저기서 보듬고 눈물을 흘리며 헤어짐을 아쉬워했습니다. 도착하던날 남쪽에는 굵은 비가 내려 가뭄이 해갈되었습니다. 북쪽에도 굵은 비가 내려 옥수수 싹이 트고 감자꽃이 피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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