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노동당 이정희 의원이 4일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사진-통일뉴스 조성봉 기자]

민주노동당 이정희 의원이 4일, 거리 위에서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故 노무현 전 대통령 '시민분향소'가 차려진 덕수궁 대한문 바로 옆이다. 그의 단식농성 돌입 기자회견을 지켜보던 시민 100여명은 그에게 박수를 보냈다.

수백만 국민들의 끝없는 조문행렬, 서울광장에서의 추모집회, 자발적으로 이어지는 각계의 시국선언... 이 의원은 이런 국민들의 행동에도 꿈쩍도 하지 않는 이명박 정부를 보면서 국민들의 슬픔과 울분이 다시 절망으로 바뀌지 않을까 걱정스럽다고 했다. 그래서 단식을 선택했단다.

▲ 민주노동당 이정희 의원. [사진-통일뉴스 조성봉 기자]
"다시 절망으로 바뀌면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가 20년이 아니라 훨씬 후퇴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들었습니다. 지금은 조금씩이라도 덜 머뭇거리고 나서야 합니다. 국민들이 나서시는데 조금 더 부담이 없으시라고..."

그의 단식 농성은 무기한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사죄, 국정운영 쇄신, 강압통치 중단, 내각 총사퇴 등의 요구를 내걸었지만 "국민들이 어느 정도 받아들일 수 있을 때까지" 단식은 계속된다.

이 의원은 이명박 정부의 인적 쇄신에 대해 "그동안 국민들을 괴롭게 했던 사람들은 모두 포함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명박 정부에게는 "국민의 의견을 어떻게 수렴하고 따라갈 것인가, 여기에 대한 반성문을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4일 오후 많은 시민들과 각계각층 인사들이 이정희 의원 단식 농성장을 찾았다. 다들 지난해 기륭전자 노동자들을 위해 11일간 단식 농성했다가 병원에 실려 갔던 경험이 있는 이 의원이 또다시 길거리 단식에 나선 모습에 걱정스러워 했다.

시민들의 퇴근길 발걸음이 바빠질 무렵, 한 시민이 혀를 차며 한마디 던진다.

"단식을 해도 민주당이 해야 하는 거 아니야? 이정희 의원 안쓰러워 어떡하나."

이날 천막도 없는 농성장에서 이정희 의원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다음은 인터뷰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단식농성장을 찾은 각계 인사들과 담소를나누고 있는 이정희 의원.  [사진-통일뉴스 조성봉 기자]

□ 통일뉴스 : 어떤 심정으로 단식에 나섰나?

■ 이정희 의원 : 지키지 않아도 민주주의는 우리 사회에 흐를 거라고 생각했는데, 1년 3개월 만에 극단적인 상황에 이르렀다. 용산사건, 박종태 열사 사건,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까지. ‘이대로 가다가는 도대체 이명박 정부 하에서 누가 살아남을 수 있겠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심각한 지경까지 온 것 같다. 국민들의 슬픔과 울분이 참을 수 없는 지경까지 왔다고 생각한다.

대통령 사과와 강압적인 정치를 바꾸라는 국민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나라당 안에서도 이런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그런데 대통령은 검찰총장 사표도 반려하고, 국면전환용 내각은 안하겠다, 인적 쇄신도 없다고 나오고, 국정전환도 없다고 한다. 이렇게 가다가 국민들의 엄청난 슬픔과 울분이 다시 절망으로 바뀌면 우리 사회 민주주의가 20년만이 아니라 훨씬 후퇴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들었다. 지금은 조금씩이라도 덜 머뭇거리고 나서야 한다. 국민들이 나서시는데 조금 더 부담 없으시라고…….(웃음) 

□ 단식을 결심하게 된 계기는?

■ 지난 주 영결식이 끝나고 서울광장이 그 때서야 비로소 열렸다. 정부가 그 정도 했으면 시민들의 마음을 풀어내고 서울광장을 계속 열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런데 다시 경찰이 들어와서 밀어내고, 집회를 할 수 있다는 우려만으로 아예 광장을 차벽으로 쌓아 버리고, 영정까지도 떨어지게 만들고, 천막도 부수고, 그것도 실수라고 부하들에게 떠넘겼다. 국민의 목소리를 듣는 정부라면 차마 할 수 없는 일들이 너무나 많이 벌어지고 있다.

조문하면서 나름대로 국민들이 행동으로 보여 준 것이었다. 그 이후에 (이명박 정부에게) 사과를 촉구하고 자기고백에 대한 권유를 했지만, 말로는 이 정도의 행동으로는 눈도 깜짝 안하는 모습을 보여서 조금 더 적극적인 행동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미 우리가 노력할 만큼 할 수 있는 것 다해 본 것 아닌가.

▲ 그는 단식 농성 이유에 대해 "국민들 나서시는데 조금 더 부담 없으시라고..."라며 웃음을 지었다.  [사진-통일뉴스 조성봉 기자]

□ 단식농성 장소로 대한문 앞을 택한 이유는?

■ 작지만 시민들이 만든 광장이다. 시민들이 만들어낸 우리들의 세상이다. 우리들이 말하고 싶은 것을 말 할 수 있는 자유, 권리, 이런 것을 지키는 상징적인 공간이 됐다. 여기서 출발하고 싶었다.

□ 어떤 요구를 내걸고 있나?

■ 대통령의 사죄, 그리고 국정 기조의 전환. 이것은 당연히 인적 쇄신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내각 총사퇴, 거기에는 내각 전체가 필요하다. 총리는 물론이고 그동안 국민들을 괴롭게 했던 사람들은 다 포함되어야 하지 않을까. 적어도 그것이 되어야 한다.

강압통치 중단도 당연히 들어간다. 국정기조 전환, 인적 쇄신과 함께 어떤 방식으로 국정 운영할 것인가. 어떤 방식으로 국민의 의견을 수렴하고 따라갈 것이냐, 여기에 대한 반성문을 내야 한다.

□ 무기한 농성인데, 정부가 어느 정도로 나오면 풀 생각인가?

■ 좀 봐야 한다. 국민들이 어느 정도로 받아들일 수 있느냐 하는 것과 같이 판단할 것이다.

□ 단식 기간 중에는 어떤 활동을 펼치나?

■ 오늘은 첫날이라 자리를 잡은 것이다. 이후부터는 시민들과 대화하는 시간을 가지려 한다. 각계각층의 분들을 모시고 현재의 상황에 대해서 함께 이야기 할 것이다. 촛불문화제든, 뭐든 다른 활동을 당 차원에서 준비하고 있다. 이런 것들을 해 나가면서 시민들의 열기가 사그라지지 않고, 커나가도록 할 생각이다.

▲ 단식농성장을 찾은 민가협 어머니들과 악수를 나누고 있는 이 의원. [사진-통일뉴스 조성봉 기자]

□ 국회 내에서 분위기는 어떤가?

■ 임시국회 열리기 전에 명확한 사과와 쇄신이 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는 반면에, '원내 정당이 어디 나가냐. 어차피 다 이룰 수 없는 것 아니냐. 조금이라도 받을 수 있는 거 받는 것이 낫다.' 이런 생각도 많이 존재하는 것 같다. 원내정당도 국민의 여론 없이 존재할 수 없는 것이고, 국민의 힘이 분출할 때 당연히 그것을 받아 안고 최대한 많은 것을 국민들께 드리고 그 다음에 원내에서 해결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
□ 6.10을 계기로 정당.시민사회가 결집되는 분위기다. 어떤 의미를 가질까?

■ 정부에 대한 압박은 꽤 심해질 것이다. 이명박 정부로서는 모든 문제에서 파탄이 났다. 민주주의, 서민 생존, 경제의 문제, 남북관계에서 다 파탄됐다. 작년에는 광우병이라는 하나의 문제로 모였는데, 이제는 '이제 1년 지나보니까 안되겠다'라는 각각 경험이 쌓인 상태에서 모인 것이기 때문에 훨씬 폭이 넓다.

이명박 정부로서는 안타까운 것은 이것을 제대로 봐야 하는데 제대로 못 본다는 것이다. 제대로 못 보면 훨씬 더 문제는 커질 수밖에 없고, 훨씬 더 많이 잃어버릴 수밖에 없다. 그 문제에 대해 아직은 제대로 안보고 있는 것 같다.

시민사회가 6월 10일 일단 모이지만, 여기서 끝날 거라고 보지 않는다. 일단 6.15가 지금 거의 무너져 버린 상황이 다가와 있고, 노무현 전 대통령 49제가 있다. 적어도 그 때가지는 시민사회가 힘을 모으는 분위기로 갈 수 있을 것이다.

□ 국민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 많이들 슬프고 힘들 것이라 생각한다. 이제는 우리가 참지 말아야 할 때가 아닐까. 많은 국민들이 조문하면서 스스로 발걸음을 떼셨고, 이제는 뭔가 변화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데 다들 의견이 같을 것이다. 머뭇거리지 않고 주저하지 않고 한 걸음이라도 앞서서 말하고 행동하고, 그래서 우리의 뜻을 무시할 수 없을 만큼 이어나가는 중요한 시기라고 생각한다. 함께 해주시기를 그리고 도와주시기를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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