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미 행정부의 대외정책 자문그룹을 이끌고 있는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이 미국과 중국이 직면한 '북핵 딜레마'를 솔직히 토로해 눈길을 끌었다.

31일(현지시간) <CNN> 인터뷰에서, 키신저 장관은 "북한이 핵을 포기하게 된다면 아마도 북한 정권은 무너지게 될 것”이라며, “북한에게 핵은 자위수단이며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은 착각"이라는 인식을 나타냈다.

그 이유와 관련, 키신저 전 장관은 핵은 북한 정권이 이룬 가장 뚜렷한 업적이고 주민들에게 군림하는 수단이라고 설파했다. "핵은 정권의 중요한 업적으로 북한주민들에게 혹독한 고통을 감내하도록 선전할 수 있었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이같은 위험성을 고려해 미국이 대북 대응에 있어 "(북한에) 군사 공격하지 않는다는 확증을 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북한이 핵무장을 강화하는 상황에서 "중국이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 한.일의 핵무기 보유를 정당화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중국의 행동을 촉구하는 방식을 택했지만, '동북아에서 핵 도미노'라는 미국의 우려를 토로한 셈이기도 하다.

아울러 대북 압박의 한계도 명확히 했다. "북한에의 압력이 효과가 없으면 무력한 것으로 간주될 것"이고 반대로 압박이 효과가 있으면 북한 내부에 정치적 혼란이 발생하고 북 난민이 중국 국경으로 쏟아져 나올 것이라는 우려다. 대북 제재에 있어 열쇠를 쥐고 있다는 중국의 딜레마를 지적한 것이다.

그는 미국 내 일각에서 제기하는 중국의 영향력을 배제한 친미 북한 정권 수립론에 대해서는 "완전히 실행 불가능한 것"이라고 일축했다. 

한편, 제임스 스타인버그 국무부 부장관이 이끄는 미 정부 대표단이 31일 일본에 도착했다. 한.중.일.러 순방의 일환인 이번 방문에는 스튜어트 레비 재무부 차관이 동행, 눈길을 끈다. 그는 이른바 'BDA 사태'를 실무적으로 지휘했던 인물이다. 관련국과 대북 금융제제방안을 논의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또 일본 <TBS> 방송은 30일 앨 고어 전 부통령이 북한에 억류중인 미 여기자 2명과 관련, 이번 주 안에 북한을 방문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방북 시기는 오는 4일 미국 커런트TV 소속 한국계 유나 리와 중국계 로라 링기자의 재판에 맞춰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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