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몸을 던져 항거한 사람의 뜻은 존중되어야 한다. 특히 당사자가 전직 대통령이었고 그 행위가 투신자살이라면 더욱 그렇다. 가장 높은 곳에 있었던 사람이 가장 격정적인 행위를 했다면 그 함의(含意)는 성찰되어져야 한다. 봉화마을 100만 명을 포함해 전국적으로 500만 명 이상의 조문, 영결식과 노제 때 시청광장에 50만 인파 운집, 놀라운 범국민적 추모와 열기 등등... 이는 인산인해를 이뤘다는 1919년 고종 황제 장례식, 1949년 백범 김구 선생의 장례식 그리고 1987년 6월항쟁 이한열 열사의 장례식을 연상시킨다. 지난 29일 국민장 7일장이 치러졌지만 그 여운은 계속되고 있다. 지금도 서울 시내 덕수궁 대한문 앞 광장에 차려진 분향소에서는 진혼제와 추모문화제 등 고인의 명복을 비는 행사가 이어지며, 49재 때까지 시민들의 자유발언이 이어질 예정이다. 끝모를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노무현 현상’으로 불릴 수 있는 이같은 현상의 진원(震源)은 무엇일까? 한마디로 ‘노무현 가치’의 (재)발견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사람들은 노무현의 죽음을 통해 새삼스럽게 노무현의 진정한 가치를 간파한 것이다. 그리고 그 가치는 현 한국사회, 현 정부의 가치와는 철저히 대비되는 것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노무현 가치’는 무엇일까? 여러 가지로 설명될 수 있지만 요약하면 두 가지다. 하나는 ‘약자에 대한 배려’이고 다른 하나는 ‘통합의 정치’다. 전자는 노무현 자신이 서민 출신이자 비주류였기에 가능했고, 후자는 한국사회의 근본문제인 지역주의와 분단모순에 정면으로 맞섰기에 가능했다. 그런데 묘하게도 이명박 정부는 ‘노무현 가치’와 정면에서 충돌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1%부자정책’과 ‘남북대결정책’을 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노무현 현상’의 배후에는 현 정부와의 이같은 철저한 엇섬이 있었기에 그 인화성이 잠재해 있었던 것이다.

역설적이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 ‘노무현 가치’가 그대로 맨살로 드러났다. 국민들은 뒤늦게 노무현의 서민적 가치의 진정성을 깨닫고 “지켜주지 못해 죄송합니다”고 울분했다. 그리고 북한은 남측이 상중(喪中)임에도 ‘핵실험은 불상사와 상관이 없다’며 자신의 일정표에 따라 제2차 핵실험을 진행했다. 이명박 정부가 받았을 타격은 상상하기 어렵지 않다. 내우외환이란 표현이 딱 맞을 정도다. 가뜩이나 국민들은 노 전 대통령의 투신에 대해 ‘정부당국+검찰+조중동(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에 의한 정치적 타살이라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던 터였다. 이같은 현 정부에 대한 국민적 반감 정서에다 ‘노무현 가치’가 합해짐에 따라 이명박 대통령은 정치적, 도덕적 패배자가 되었다. 죽은 제갈량이 산 사마중달을 쫒듯, 노무현은 죽어서 이명박에게 교훈을 주고 있다. 하지만 이명박의 패배는 나라와 민족의 앞날을 위해 불행하다. 그래도 이명박 대통령에게 기대를 거는 이유다.

이제 공은 이명박 정부한테 왔다. 현 정부는 ‘노무현 현상’으로부터 무엇을 반성하고 무엇을 배울 것인가? 그 답은 간단하다. 국민들이 바라는 ‘노무현 가치’를 받아들이는 것이다. 이는 역으로 ‘이명박 가치’를 버리는 일이기도 하다. 1% 정치가 아닌 국민 다수를 위한 정치, 부자와 힘센 자를 위한 정치가 아닌 가난한 사람과 약자를 위한 정치를 펴야 한다. 그래야 제2의 용산참사, 제2의 노무현을 막을 수 있다. 아울러 대북정책에서도 대결정책에서 화해정책으로 전환을 해야 한다. 정세가 불안정해서는 현 정부가 그렇게도 하고 싶은 경제살리기는 무망할 뿐이다. 이명박 정부가 정책전환을 할 때까지 국민들은 노무현 가치를 계속 추구할 것이고 북한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와 핵실험을 계속할 것이다. ‘이명박 가치’를 버리고 ‘노무현 가치’로 정책전환을 하라. 어느 누구도 노무현이 죽음으로 항거해 남긴 가치와 교훈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저작권자 © 통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