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측이 상중(喪中)인 가운데 북측이 2차 핵실험을 진행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25일 오전 “우리 과학자, 기술자들의 요구에 따라 공화국의 자위적 핵억제력을 백방으로 강화하기 위한 조치의 일환으로 또 한 차례의 지하핵시험을 성과적으로 진행하였다”고 알렸다. 지난 2006년 10월 9일 1차 지하핵실험에 이은 두 번째다. 사실 이번 핵실험이 갑작스러운 건 아니다. 북한은 지난 4월 5일 인공위성 발사 이후 미국과 설전을 치르면서 같은 달 29일에 “유엔이 인공위성 발사에 대한 의장성명 등 조치에 대해 즉시 사죄하지 않으면 핵시험과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를 하겠다”고 경고한 바 있다. 다만 미국 등에서 북한의 핵실험 움직임을 간파하지 못한 것일 뿐이다. 게다가 당일 오후에 함경북도 화대군 무수단리에서 지대공 단거리 미사일 3발도 발사된 것으로 알려졌다. 어쨌든 북한의 일정표에 따르면 ICBM 발사실험도 시간문제인 셈이다.

이번 2차 핵실험은 무엇보다도 북한 내부 사정과 대미관계를 동시에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먼저, 북한 사정과 관련해 위 통신은 “이번 핵시험의 성공은 강성대국의 대문을 열어제끼기 위한 새로운 혁명적 대고조의 불길을 세차게 지펴 올리며 150일 전투에 한 사람 같이 떨쳐나선 우리 군대와 인민을 크게 고무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북한은 올해를 “(2012년) 강성대국건설에서 역사의 분수령을 이루게 될 의의 깊은 해”라고 강조하면서 ‘150일 전투’를 벌일 것을 호소한 바 있다. 이번 핵실험이 지금 한창 진행 중에 있는 ‘150일 전투’와 유관함을 명확히 한 것이다. 그래도 이번 핵실험을 북한의 국가발전전략의 소산인 지난 인공위성 발사만큼 북한 내부 사정으로 한정짓기는 부족하다.

그래서 이번 2차 핵실험은 그 성격상 특히 대미 협상용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최근 미국의 잇따른 대북 무시정책에 따른 맞불 성격이 크다는 것이다. 사실 오바마 행정부는 과거의 적대국인 이란, 쿠바, 베네수엘라 등과는 화해 제스처를 보내면서도 유독 북한에게만은 선의든 악의든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아 왔다. 북한은 이참에 두 번째 핵실험을 통해 핵보유국으로서의 지위를 명확히 하고자 한 것으로 보인다. 핵보유국 자체가 향후 대미 협상력을 높이는 것이기 때문이다. 북한이 지난 2006년 7월 5일 미국의 독립기념일 연휴에 맞춰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했듯이 이번 핵실험도 미국의 현충일인 ‘메모리얼 데이’(25일)를 몇 시간 앞두고 이뤄졌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해준다.

문제는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하면서 상중에 있는 남측을 고려했는가 하는 점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북한의 주요 타켓이 미국인만큼 남한 상황은 고려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핵문제는 어차피 북미관계의 산물이라는 것이다. 즉, 북한으로서는 핵실험이 예정돼 있는 만큼 노 전 대통령의 서거라는 ‘예상 밖의 사건’과 조우했지만 정해진 일정표에 따라 핵실험을 강행했을 것이라는 점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어쨌든 북한의 핵실험은 그 의도와 관계없이 남측의 상중에 이뤄졌다는 의구심에서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남측 당국은 즉각 성명을 통해 “북한의 핵실험은 한반도뿐 아니라 동북아와 세계의 평화와 안정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며 국제 비확산 체제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라고 발표했으며, 정치권도 여야 대부분이 ‘국민장’ 기간 중에 폭탄을 터트렸다고 항의 일색이다.

하지만 북측이 남측을 의식한 측면이 있다. 어느 북한문제전문가의 지적대로 통상적으로 북한의 핵실험 디데이는 휴일인 24일 일요일인데 예기치 않은 노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에 하루 늦춰졌을 공산이 크다. 북측으로서는 계획된 핵실험을 국민장 이후로까지 무한정 연장할 수는 없기에 하루를 늦추는 고육지책을 썼다는 것이다. 그래서 25일 오전 9시 54분경 핵실험을 진행하기에 앞서 새벽 5시 57분발로 노 전 대통령 유가족 측에 조전을 보내는 ‘선(先)조전발표, 후(後)북핵실험’이라는 절묘한 일정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는 매우 드물게도, <로동신문> 25일자에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조전이 실리고 <조선중앙통신>이 즉각 신문 발행에 맞춰 조전 내용을 새벽에 공개한 데서도 뒷받침된다. 어쨌든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하기에 앞서 남측의 사정을 고려해 조전을 보낸 것은 분명해 보인다. 문제는 노 전 대통령의 서거에 숨을 죽이고 있던 정부당국과 일부 정치권이 북핵실험을 기화로 현 조문정국을 북핵정국으로 몰아가려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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