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이 23일 김해 사저 뒤 봉화산에서 투신해 오전 9시 30분께 서거했습니다. 유서를 남긴 것으로 보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간 노 전 대통령은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로 두 달 넘게 강도 높은 검찰 수사를 받아왔습니다.

유서에는 “나에 대한 평가는 먼 훗날 역사가 밝혀줄 것”며 “돈문제에 대한 비판이 나오지만 이 부분은 깨끗했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특히 "그동안 너무 힘들었다. 그동안 너무 많은 사람들을 힘들게 했다"고 밝혀 검찰 수사 과정에서의 괴로움을 토로했습니다.

그간 이명박 정부가 1%를 위한 정치를 해온 것은 맞습니다. 노동자와 빈민 등 사회적 약자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용산참사가 발생했고 최근에는 노동자의 합법적 시위마저 불법이라며 강공으로 나왔습니다. 이런 상태라면 제2의 용산참사가 발생하는 것은 시간문제였습니다. 한마디로 막다른 골목에 몰린 사회적 약자인 누군가 희생될지도 모른다는 우려 말입니다.

놀랍게도 그 희생자가 전직 대통령이 되었습니다. 노 전 대통령은 민주화운동에 앞장섰고, 인권변호사로 이름을 날렸습니다. 정치적으로는 지역주의 타파와 도덕성 회복을 위한 정치개혁에 힘썼습니다. 특히 그가 재임 말에 평양에 가 10.4선언에 합의한 것은 2000년 6.15공동선언에 이은 민족적 쾌거였습니다. 그의 죽음으로 인해 이 모든 가치 있는 것들마저 날아가서는 안 될 것입니다.

한 인간의 자살이란 무력한 상태에서의 최후 저항일 수 있습니다. 한때 최고의 권력자였던 그가 왜 죽음을 선택했을까요. 무엇에 항거하고자 했을까요. 그간 그의 승부사다운 기질과 행적에 견줘 그의 투신자살마저 ‘노무현답다’고 말하기에는 현실이 너무 비통하고 비장합니다. 남북관계와 정치.사회문제에서 나타난 현 정부 공권력의 브레이크 없는 일방적 질주는 이제 저지되어야 합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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