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특사자격으로 남한에 온 김용순 노동당중앙위 비서와 그 일행이 제주도와 경주일대의 관광지를 둘러본 것은 평소 이 지역에 대한 북한 주민들의 남다른 관심사가 크게 작용했을 것이라고 탈북자들은 주장하고 있다.

14일 탈북자들에 따르면 북한 주민들은 제주도를 자연경관이 수려한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국제관광지로 여기고 있으며 통일이 되면 제일 먼저 가보고 싶은 곳으로 꼽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귤, 바나나 등 남방과일이 생산되는 특이한 기후조건을 가진 `신비스러운 섬`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제주도 해녀가 유명하고 제주도 바람이 유달리 세다는 정도의 상식도 갖고 있다고 탈북자들은 전했다.

제주도 해녀를 소재로한 소설.시 등 문학작품도 일부 창작됐다는 것이다.

제주도 중에서도 한라산은 우리나라 남쪽 땅의 끝으로 통일된 조국의 상징으로 인식돼 있다고 탈북자들은 말했다.

김용순 비서의 일행인 림동옥 통일전선부 제1부부장도 지난 12일 우근민 제주지사가 주최한 환영오찬에서 답례연설을 통해 `우리나라의 양끝단에 위치하고 있는 백두산과 한라산을 하나의 마음으로 이어놓으면 그것이 곧 통일`이라고 말해 한라산을 바라보는 북의 시각을 나타냈다.

또 북한의 대표적 주택단지인 낙랑구역 통일거리에는 `고유한 조선옷차림(한복)을 한 두 여인이 호리병망 모양의 주전자를 각기 들고 백두산 천지의 맑은 물과 한라산 백록담의 물을 함께 붓는 장면`을 형상한 조각상 `통일의 합수`가 세워져 있다.

김 국방위원장의 남한방문지로 제주도가 거론되고 있는 것도 제주도에 대한 북한 주민들의 남다른 관심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고 이들은 덧붙였다.

그러나 북한 주민들은 제주도와 달리 경주에 대해서는 신라의 수도였다는 점 외에 특별히 애착을 갖지 않는다고 탈북자들은 주장했다.

북한당국이 신라에 대해 외세를 끌어들여 나라를 통일시켰다는 점에서 부정적으로 교육해온 결과 오히려 부정적 인식이 강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신라의 첨성대와 불국사에 대해서는 우리 나라의 대표적인 문화유적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이들은 전했다.

김용순 비서 일행이 이번에 경주를 둘러본 것은 북한이 최근 고려의 수도였던 개성직할시를 남한에 관광지로 개방할 계획을 세우면서 개성을 경주에 훨씬 능가하는 문화유적 및 관광지로 조성하기 위한 목적일 수도 있다고 일부 탈북자들은 추측했다.
(연합2000/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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