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와 국토해양부, 제주특별자치도가 27일 대규모 제주해군기지 건설에 따른 기본협약서를 체결했다. 이로써 1993년 합참의 소요제기 이후 16년 동안 주민들이 반대해왔던 '대규모 제주해군기지 건설'이 확정, 본격적으로 추진된다.

정부가 이날 제주해군기지 건설을 확정짓자 건설예정지인 강정마을 주민이 '자해시도'를 하는 등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으며, 제주시의회도 이날 정부가 체결한 협약서가 '굴욕적인 협약'이라고 규정하고 반대입장을 표명하는 등 제주도내 반발이 커지고 있다.

정부 '민.군 복합형 관광미항' 건설... 전투기는 배치 안 해
이지스급 함정 20척, 크루즈 선박 2척 동시 접안 규모

▲ 제주해군기지 조감도. [통일뉴스 자료사진]
이상희 국방부 장관, 정종환 국토해양부장관, 김태환 제주특별자치도지사는 27일 오전 11시 서울 정부종합청사에서 '제주해군기지(민군복합형 관광미항) 건설과 관련한 기본협약서'에 최종 서명했다.

이 협약서에 따르면, "민.군복합항 건설을 추진함에 있어 15만톤 규모의 크루즈 선박 2척이 동시 접안할 수 있는 항만시설과 부대시설을 함께 설치"하기로 했다.

기존 이지스급 함정 20척이 접안 가능한 군항과 함께 15만톤 규모 크루즈 선박 2척이 동시 접안하는 민항까지 '대규모' 해군기지를 건설하겠다는 것이다.

논란이 됐던 공군 남부탐색구조부대의 전투기 배치 문제는 "계획 없음"이라고 확인했다. 조종사 탐색구조 등을 주임무로 하는 공군 남부탐색구조부대는 새로 건설될 제주해군기지 인근에 배치될 예정이지만, 아직 구체적인 장소는 정해지지 않았다.

또, 국방부 소유였던 서귀포시 대정읍 소재 '알뜨리 비행장 부지'를 제주자치도가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또 협약서는 "육상의 민군복합항 울타리 경계와 해상의 군항방파제 밖의 지역에 대하여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보호구역으로 지정하지 아니하며, 통행고도영농어로건축 등 주민의 생존권과 재산권 행사를 제약하는 행위를 하지 아니한다"고 명시했다.

국방부는 이날 사업추진의 목적에 대해 "제주해군기지는 우리나라 해상교역의 99%를 차지하는 남방해역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데 있어, 국가안보 전략상 매우 긴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업추진과정에서 불필요한 갈등과 주민들 간의 반목이 최소화 될 수 있도록 긴밀히 협조할 것을 약속했다"고 덧붙였다.

강정마을회 "마지막 순간까지 피 흘리는 싸움 불사"
제주도의회 "협약서 체결, 도민의 대의기관 의견 철저히 무시"

▲27일 오전 제주도청 앞에서 열린 제주해군기지 건설 반대 기자회견장에서 건설예정지인 강동균 강정마을회장이 자해를 시도하자, 기자회견 참가자들이 막아나섰다.   [사진제공-제주의 소리]
제주자치도가 해당 중앙정부와 제주해군기지에 대한 기본협약서를 체결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제주 도내에서는 이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잇달아 터져 나왔다.

지역인터넷 매체 <제주의소리>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 30분 경 제주도청 앞에서 열린 '강정마을회'와 '군사기지반대 범대위 기자회견에서 강동균 강정마을회장이 주머니에서 칼을 꺼내 자해를 시도하는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

강 회장은 "이제까지는 평화적인 투쟁을 해왔지만 앞으로는 피를 불사하는 투쟁을 하겠다"고 말한 후 갑자기 윗옷을 벗고 흉기로 자신의 배에 갖다 대려고 하자, 주변에 있는 주민과 시민단체 회원들이 강 회장의 몸을 붙잡아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았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강정마을회는 성명을 통해 "잘못된 여론조사와 주민동의 없는 MOU(기본협약서) 체결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면서 “앞으로 강정마을 팔아먹는 일부 돈독 오른 매향노, 김태환 제주도정, 국방부 및 중앙정부에 대해 마지막 순간까지 피 흘리는 싸움을 불사하겠다”고 밝혔다.

제주도의회도 이날 오후 2시 이례적으로 기자회견을 열고 "중앙정부의 의도대로 체결된 '굴욕적인 기본협약서'를 인정할 수 없다"고 반대 입장을 밝혔다.

도의회는 김태환 제주도지사가 MOU 조기체결을 반대한 도의회의 요구를 거부했다며 "도민의 대의기관인 의회의 요구가 의견에 대한 철저한 무시를 넘어 안하무인격 도전이자 '제왕적 도지사'로 군림하려는 행태"라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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