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과 정보당국은 북한이 5일 동해상 영공과 그 주변을 통과하는 우리 민간 항공기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고 선포한 데 대해 그 의도를 정밀 분석 중이다.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대변인은 이날 성명을 통해 "미국과 괴뢰도당의 무분별한 북침 전쟁연습 책동으로 조선반도에서 그 어떤 군사적 충돌사태가 터질지 알 수 없다"면서 "(키 리졸브)군사연습 기간 우리(북)측 영공과 그 주변 특히 우리의 동해상 영공 주변을 통과하는 남조선 민용 항공기들의 항공안전을 담보할 수 없게 되었다는 것을 선포한다"고 밝혔다.

조평통의 성명은 이달 9일부터 20일까지 실시되는 키 리졸브 한.미 연합훈련 기간 북측 영공과 동해상 영공 주변을 통과하는 남한의 민간 항공기의 안전한 운항을 보장할 수 없다는 경고로 해석되고 있다.

군과 정보당국 관계자들은 북측이 이런 경고를 한데 대해 연습기간 장거리 미사일 또는 인공위성을 탑재한 로켓이나 단거리미사일 발사를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관측을 하고 있다. 여기에다 6일 판문점에서 열리는 제16차 북한군-유엔사간 장성급회담의 기선잡기 차원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정보당국의 한 관계자는 "북한이 동해 상공과 동해 해상에 항공기와 선박의 항행금지구역을 선포하지 않은 상태"라면서 "그러나 키 리졸브 연습기간 미사일 발사를 사전 암시한 것일 수도 있다고 보고 북측 동향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은 2006년 대포동 2호 미사일을 발사했을 때도 항행금지구역을 선포하지 않았다"면서 "그런 전례로 미뤄 항행금지구역을 선포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사전에 이를 암시했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북한이 지난 1월 말부터 발사 준비작업에 들어간 미사일의 발사시기로 키 리졸브 연습기간이 유력하게 거론되어 왔다.

일본 산케이신문은 지난 3일 방위성을 인용해 북한이 이달 중순께 장거리 탄도 미사일 대포동 2호 개량형 미사일을 발사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신문은 이런 관측은 발사대 주변에서의 준비 상황 등을 분석한 데 따른 것이라면서 방위성은 키 리졸브 연습이 실시되는 시점을 주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군당국은 함경북도 무수단리 미사일 발사장에 세워져 있는 발사대에 아직 미사일이 장착되지는 않았지만 발사체 조립이 거의 끝났기 때문에 이달 말 이전에도 발사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아직 미사일을 발사대에 장착하진 않았지만 기술적으로 볼 때 발사대에 세우기 시작하는 단계에서부터 액체연료를 주입하는 마지막 단계에 이르기까지는 열흘도 걸리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탄두까지 포함해 3단 로켓으로 이뤄진 미사일을 기중기를 이용해 장착하는 데는 1일 정도, 다음이자 마지막 단계인 연료주입 과정에는 5~7일 정도가 소요된다는 것이다.

키 리졸브 연습에 대한 '맞불 작전'으로 동해안 해안기지나 동해상 함정에서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인공위성을 탑재하겠다는 로켓 발사에 앞서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하면 한반도 위기지수를 극대화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로켓 발사와 미사일 발사를 엄연히 구분하는 효과도 얻을 수 있다는 계산에서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유엔사와 장성급회담을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군 소식통은 "조평통의 주장은 6일 유엔사와 북한군의 장성급회담을 앞두고 기선잡기용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즉 회담에서 키 리졸브 연습으로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이 최고조에 이른 만큼 연습을 당장 중단해야 한다는 '협박성' 논리를 제시하기 위해 이런 성명을 발표했을 것이란 관측이다.

조평통은 이와 관련, "지금 조선반도에는 군사연습 과정에 있을 수 있는 사소한 우발적 사건도 전쟁으로 확대되는 것을 막는 아무런 법적.제도적 장치도 없다"며 "북과 남이 고도의 전투태세에 들어가 있고 서로 총, 대포들을 겨눈 일촉즉발의 초긴장 상태에서 무엇에 의해 전쟁이 터질지 그 누구도 가늠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북측이 지난 1월17일 인민군 총참모부의 '전면 대결태세 진입'을 선포한 이후 고조되고 있는 '무력 충돌' 가능성의 원인을 사실상 키 리졸브 연습으로 전가하는 형국이다.

군 관계자는 "북측은 장성급회담에서 조평통의 성명 내용을 되풀이 주장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회담에서 북측에 항의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귀근 이상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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