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人事)는 만사(萬事)’라는 말이 있다. 사람을 잘 쓰면 만사형통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이를 빗대 ‘인사는 망사(亡事)’라는 말도 있다. 사람을 잘못 쓰면 일을 크게 그르친다는 뜻이다. 이명박 정부는 어떤가. 불문가지다. 처음부터 망사의 길을 걸었다. 오죽하면 첫 조각부터 ‘강부자, 고소영’ 내각이라는 비아냥을 들었을까? 통일 관련 인사책도 예외는 아니다. 정치가 약자와 소외된 사람들을 위한 것이라면, 통일 관련 부서 역시 통일을 바라는 인사가 와야 한다. 그런데 그렇지가 않다. 반통일적 인사나 대북 대결주의자들로 넘친다.

◆ 가장 상징적인 통일부의 경우, 이명박 정부는 출범 초부터 이를 폐지하려 했다. 우여곡절 끝에 존속하게 되자 남주홍 경기대 교수를 장관으로 내정했다. 남 교수는 “6.15선언은 대남 통일전선 전략용 공작문서”라고 말했다. 결국 그는 낙마했다. 뒤이은 김하중 통일장관은 취임 초부터 “북핵문제가 타결되지 않으면 개성공단 확대가 어렵다”는 발언을 해 사서 고생을 했다. 지금 통일장관 내정자인 현인택 고려대 교수의 경우도 자격시비가 일고 있다. 남북문제 문외한인데다 ‘비핵·개방·3000’의 주도적 입안자다. 북한은 이미 “(현 내정자 임명은) 노골적인 도발”이라고 못박았다.

◆ 대북관과 통일관의 시금석은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을 어떻게 보냐에 달려있다. 지난해 7월경 통일교육원장에 유력했던 홍관희 안보전략연구소장은 ‘6.15공동선언은 이적문서’라는 과거 발언에 얽매어 결국 낙마했다. 그러나 역시 지난해 8월 서재진 신임 통일연구원장은 북측의 6.15선언과 10.4선언 이행 요구는 “남측에 책임을 전가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라고 말했으나 생환했다. 문제는 누구는 낙마하고 누구는 생환하느냐가 아니다. 이명박 정부에서 간택받은 통일 관련 인사들이 어쩌면 하나같이 6.15와 10.4선언을 부정하느냐 하는 점이다.

◆ 더 나아가 민족문제에는 보수와 진보가 따로 있을 수 없다. 보수주의자든 진보주의자든 민족을 떠나서는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통일 관련 업무에 보수와 진보가 적절히 배치되어야 하는 이유다. 그런데 통일 관련 주요 자리엔 보수 인사 일색이다. 통일부 정책자문위와 대북지원용 남북협력기금을 집행하는 남북교류협력추진위원회의 경우에도 모두 보수 성향의 인사들로 채워졌다. 최근엔 대통령자문 통일고문회의가 도마 위에 올랐다. 백낙청, 임동원, 정세현, 김민하, 한승헌, 강만길 등 중도.진보 성향의 인사들이 대거 해촉되고 철저히 보수 인사들로 새로 위촉됐다.

◆ 가끔 등장할 때마다 말밥에 오르는 게 이기택 민주평통 수석부의장이다. 그는 과거 전두환-노태우정권 때 강력한 야당 정치인중의 한 사람이었다. 그가 4일 탈북자 교육시설인 하나원을 방문해 “김정일 독재정권이 무너지고 북한이 정상국가로 갈 수 있는 시기를 함께 준비하자”고 말했다. 헌법기관인 민주평통의 수장으로서 할 말이 아니다. 하긴 이명박 대통령이 “자유민주주의 체제에서 통일하는 게 궁극 목표”라고 말했으니 그 관료나 참모, 조언자들이 뭐라 얘기한 들 이상할 것까지는 없다. 문제는 이러한 망사(亡事)와 망언(妄言)이 아무런 제어장치 없이 마냥 되풀이된다는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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