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2008 파리국제정책포럼' 공동주최 단체 대표로 유럽을 다녀온 정성희 '소통과혁신연구소' 소장. [사진-통일뉴스 조성봉 기자]
"경제 대공황을 맞아 자본주의 중심국 중 하나인 유럽에서도 반신자유주의 정치세력으로 단결하고 있는데, 한국은 외세의 간섭이 계속되고 근로 민중들이 절단 나는 판에 진보세력이 분열되고 있는 상황을 크게 반성했습니다."

지난해 12월 '2008 파리국제정책포럼' 공동주최 단체 대표로 유럽을 다녀온 정성희 '소통과혁신연구소' 소장의 이같은 말에는 한국사회 진보운동의 분열에 대한 안타까움과 고민이 묻어났다.

세계적인 경제위기에 더해, 신자유주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는 이명박 정권의 정책으로 한국 사회의 민중들은 더욱 고통 받고 있지만, 진보세력은 뿔뿔이 흩어져 제대로 된 바람막이를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 소장은 "진보운동이 빠르게 혁신하지 않고 통일, 단결하지 않으면 이명박의 파시즘을 막을 수도 없고 민생고에 허덕이는 노동자, 민중들에게 큰 실망을 가져다 줄 것"이라며 "내부의 과도한 정파 갈등과 분열의 심화로 분열만 심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 3박 4일간 파리국제정책포럼과 6일간의 진보기행을 통해 유럽의 진보세력들이 반신자유주의로 단결하면서 새로운 대안 세력으로 부각되고 있는 모습을 확인하고 돌아왔다.

그동안 집권 내지는 제1야당의 자리를 차지해왔던 유럽 사회민주주의 정당들이 우경화 되고 있는 가운데, 신자유주의 경제위기 상황과 맞물려 새로운 신좌파, 반신자유주의 정체세력이 부상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 소장은 프랑스는 'NPA'라는 반자본주의 신당이 올해 2월 창당되고, 독일에서는 사민당에서 떨어져 나온 좌파와 동독 공산당 구신인 민주사회당, 서독의 사회복지그룹이 연합해 만든 '좌파당(Die Linke)'은 지지율이 17%이상이라고 전했다.

유럽도 역시 진보정당 간 분열과 갈등이 심했었다. 그러나 진보세력 내 기득권을 먼저 내놓을 수 있는 결단을 통해 극심한 견해차를 극복해 나갔다.

"프랑스 'NPA'가 만들어 지기 전에 초동 주체로 LCR이라는 혁명공산주의 동맹이 있었어요. 30년 된 활동가 조직인데, 이들이 자신의 기득권을 다 양보하고 대중적인 신자유주의 정치세력을 만들자고 적극적으로 나선 것입니다. 이는 제 세력을 규합하는데 밀알이 됐습니다."

"이번에 독일 좌파당의 중앙위원을 만나서 이야기 들어보니까 결합할 때 굉장히 시련이 많았답니다. 서독의 사회복지그룹은 동독의 민사당 쪽을 ‘스탈린주의’라고 이야기 하고, 이쪽은 민사당은 복지그룹을 ‘개량주의’라고 논쟁이 있었다는 겁니다. 그런 것을 극복하고 하나로 단결해서 디린케(Die Linke)라는 독일 좌파당이 만들어진 겁니다."

정 소장은 이번 유럽 방문 경험을 바탕으로 오는 18일 '대 공황기, 진보진영의 대안은 무엇인가'라는 주제의 토론회를 기획했다.

경제위기 속에서 진보가 대연합을 이뤄 대안세력으로 부상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절박함을 해소하기 위한 출발점이다. 그는 "경제위기 해법과 진보대연합에 대한 불꽃논쟁이 예상된다"면서 "그러면서도 단결할 수 있는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다면 좋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신자유주의'가 파탄으로 몰고 간 경제위기라는 현 정세는 진보세력의 단결을 요구하고 있고 그것이 세계적 추세다. 하지만 한국사회의 진보세력은 거꾸로 가고 있는 듯하다.

"폭넓게 신자유주의를 반대하고 6.15공동선언에 찬성하는 모든 세력을 하나의 진보정치 세력으로 통일.단결 시키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정당과 세력을 따로 만드는 것은 세계 대공황 시기에도 옳지 않고 한국의 정치 환경에서도 실패할 수밖에 없습니다."

정성희 소장과의 인터뷰는 14일 오전 <통일뉴스> 사무실에서 진행됐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이다.

▲ 정성희 소장과의 인터뷰는 14일 오전 <통일뉴스> 사무실에서 진행됐다. [사진-통일뉴스 조성봉 기자]
□ 통일뉴스 : ‘2008파리국제정책포럼’에 대한 전반적인 소개를 부탁한다.

■ 정성희 소장 : 12월 5일 출국해서 6일 파리에 도착했다. 6일부터 3박 4일간 ‘파리국제정책포럼’을 하고, 나머지 6일 동안 유럽진보기행이라는 이름으로 프랑스, 독일, 스위스, 네덜란드 등 4개국을 순방하면서 그 나라의 진보정당, 노동조합과 간담회를 했다.

한국 진보운동의 국제적 시야가 넓지 못하다. 언어장애라든가 여러 가지 이유로 국제적 안목이 좁은 편이다. 대공황을 맞아 세계 각국의 진보운동의 모범 사례라든지, 반신자유주의 투쟁에 대해 긴밀하게 소통하고 서로 고무.추동할 필요성이 절실해졌는데, 이번 파리국제정책포럼이 이에 대한 일정한 교두보를 마련했다.

21세기 코리아, 민주노동당 유럽위원회에서 오랫동안 고심하면서 준비해왔다. 파리 현지에 있는 진보정당과 진보적인 시민단체, 노동조합에 대한 그동안의 교류를 바탕으로 준비된 것이다. 아직 물론 부족한 점도 있었다. 파리국제정책포럼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세계 각국의 진보인사들이 다 모이지 않았다. 그러나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일대 진보적 인사 10여명을 비롯해, 한국의 정당, 민주노총, 시민단체, 교수를 포함한 전문가 60-70명이 참가해 인적 교류를 강화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었다.

포럼의 주제는 크게 세 가지다. 반세계화, 동북아 평화, 코리아 통일. 이 세 가지를 가지고 집중적인 토론을 했다. 유럽에 있는 전문가들로부터 세계 경제위기에 대한 진단과 해법을 듣고 우리와 함께 토론하고 정책적인 대안을 마련하고자 했다.

포럼뿐만 아니라 진보도서 전시회, 파리에서 활동하는 현지 동포 그림전, 서화전 등 문화행사도 같이 결합됐다. 특히 공연도 좋았는데 국내 국악팀과 프랑스 현악4중주가 결합해 국악과 양악의 환상적인 조화였다.

“대공황 맞아 반신자유주의에 대한 민중의 염원으로 통일 단결하는 모습을 봤다”

□ 유럽진보기행에 대해서 자세히 설명해 달라.

▲정 소장은 유럽 진보진영의 단결을 계속 강조했다.  [사진-통일뉴스 조성봉 기자]

■ 진보기행은 쉽게 접할 수 없는 경험이었다. 글자 그대로 관광이 아니라 진보기행이었는데 캠핑카 한 대에 7-8명씩 타고 총 7대, 거기다가 봉고차까지 움직였으니까 5-60명 정도가 강행군을 했다. 짧은 시간에 유럽을 많이 둘러보겠다는 욕심으로 낮에는 현지의 정당 단체 간담회를 하고 이동은 주로 밤에 했다. 고속도로를 타고 휴게소에서 정차해서 잠을 자고, 캠핑카 안에서 식사는 밥과 된장찌개로 조선식으로 해결하고, 휴게실 화장실에서 세수도 하고 다시 이동하고 했다.

프랑스는 대표적인 진보정당으로 NPA라고, 반자본주의신당이 올해 2월에 창당이 되는데 그 분들을 만났다. CGT라는 프랑스 노조도 만나고 대표적인 시민단체인 아딱(ATTAC)도 만났다. 아딱의 위상은 참여연대 성격과 투기자본감시센터의 성격과 민교협 성격을 결합시켰다고 할 수 있다. 전문가들이 반(反)세계화 운동을 하면서 여론을 주도하는 단체다.

독일에서는 정당으로 좌파당 ‘디린케’를 만났다. 사민당에서 떨어져 나간 사민당 좌파, 동독 공산당 구신으로 민사당, 그리고 서독의 사회 복지그룹이 있었다. 이 3자가 연합해 만든 것이 디린케인데 현재 급부상하고 있는 진보정당이다. 현재 지지율이 17%정도이며, 지방자치단체도 3개 정도 장악하고 있다. 독일 이게메탈((IG Metal)이라는 금속노조도 만났다. 네덜란드에서는 사회당하고 간담회를 했다. 제3당인데 의원도 24명이나 있고, 사무총장을 만나서 좋은 이야기를 들었다.

□ 유럽의 진보정당은 어떤 상황인가?

■ 유럽에서는 그동안 사민주의 정당들이 집권도 하고 제1야당으로 있으면서 우경화 되어왔다. 1980년대 이후 신자유주의 정책을 받아들이고 이라크 전쟁을 지지, 동참하는 등 우경화 정책 쓰다 보니까 사민당 지지 세력이 갈수록 떨어지고 새롭게 신좌파, 반신자유주의 정치세력이 부상하는 상황이다. 프랑스 ‘NPA’라는 반자본주의 신당, 독일 디린케, 네덜란드 사회당, 이번에 방문하지는 못했지만 이탈리아의 재건 공산당 이런 세력이 반신자유주의 정치세력인데, 최근에 급부상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전통적으로 유럽 진보정당의 분열과 갈등은 심했는데 지금은 대공황을 맞으면서 반신자유주의에 대한 민중의 염원 때문에 통일 단결하는 모습을 봤다. 반신자유주의 정당 안에는 여러 주의 주장이 있는데 이것이 뭉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이 대안 세력으로 새롭게 부상하는 것을 느꼈다.

한국은 그동안 민주노총을 비롯한 노동자 정체세력화를 중심으로 민주노동당을 건설하고 지난 8년간 의원을 배출하고 의회 안에 교두보를 형성했지만, 지난 대선 직후에 가슴 아픈 분열 분당 사태를 겪지 않았나. 지금은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 또 '사회주의노동계급정당준비' 등 이렇게 세 흐름으로 분열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자본주의 중심국 중 하나인 유럽도 반신자유주의 정치세력이 하나로 단결해서 신자유주의 세력과 맞서 싸우고 있는데, 한국은 외세의 지배와 간섭이 계속되고 있고 노동자, 농민, 서민 등 광범위한 근로 민중이 절단 나는 판에 진보세력이 분열 분당되는 모습에 대해 크게 반성했다. 그러면서 어떻게 해서라도 한국 진보정치세력을 통일, 단결시키고 MB 신자유주의 역주행과 파시즘화에 맞서 강력하게 투쟁할 것인가 이에 대해서 고민했다.

유럽은 이미 지방자치단체를 운영해 본 진보정당들이 많았다. 연정을 해서 하거나, 반신자유주의 정당들이 단독으로 운영하기도 한다. 이들은 세부적인 지방자치 정책을 가지고 있었다. 앞으로 그런 부분을 서로 교류 할 수 있는 교두보를 형성하고 돌아왔다는 점이 성과다. 특히 독일 녹색당이 지방자치단체을 직접 운영하고 있는 독일 프라이부르크 방문했다. 친환경 정책을 잘 실현하고 있었고 직접 시청으로부터 브리핑도 받았다.

프라이부르크에는 태양열센터가 있다. 2001년도 착공해서 2003년 만 2년 걸렸다. 프라이부르크는 21만명 살고 있는 환경 도시다. 환경 수도라고도 불린다. 여기서 태양열 센터를 운영하는데 한 해에 전 세계에서 100만명이 다녀간다고 한다. 우리가 가기 전에 북에서도 10여명 가량 다녀갔다.

파리 대학들도 등록금 하나도 없다가 최근 몇 년 전에 우리 돈으로 1년에 200만원 등록금 두기로 했다. 거기 반대해서 대학생들이 엄청 싸웠다고 한다. 한국은 등록금이 1년에 1000만원이다. 한국 대학생도 등록금 문제, 청년실업 문제에 대해서 큰 관심을 가져야 한다.

□ 유럽 진보정당이 반신자유주의로 단결하게 되는 과정을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 프랑스 같은 경우는 NPA이라는 반자본주의 신당이 만들어지기 전에 초동 주체가 LCR이라고 ‘혁명공산주의동맹’이라고 있었다. 30년 된 활동가 조직이다. 회원은 3,000명 정도다. 이들이 자신의 기득권을 다 양보하고 대중적인 반신자유주의 정치세력과 정당을 만들자고 적극적으로 나선 것이다. 이는 제 세력을 규합하는데 밀알이 됐다.

지난 대선 때 대통령 후보로 나온 ‘올리비에 브장스노’라는 집배원이 있었다. 이 사람이 대선에 나와서 돌풍을 일으켰다. TV에 나와서 사회당의 루아얄이라든가 사르코지하고 대등한 수준에서 정책토론을 벌이니까 프랑스의 노동자 민중들이 시원했던 것이다. 이 사람의 지지율은 최근에도 16%까지 육박하고 있다. 대중정치 지도자로서 인물도 있고, 초동주체의 낮은 자세로 임하는 진정 어린 노력도 있어서 결합된 것 같다.

독일의 좌파당도 사민당에서 떨어져 나간 세력과 서독의 진보적 복지그룹, 구동독 공산당 후신인 민사당 등 3자가 자기 기득권을 양보하고 결합한 것이다. 우리가 좌파당의 중앙위원을 만나서 이야기 들어보니까 결합할 때 굉장히 시련도 많았단다. 서독의 복지그룹은 동독의 민사당 쪽을 ‘스탈린주의다. 언제 야당 해봤나. 집권만 해봐서 모른 것 아니냐’ 이렇게 이야기 하고. 동독의 민사당은 서독의 사회복지그룹을 보고 ‘개량주의다’ 이렇게 논쟁을 벌였다는 것이다. 그런 것을 극복하고 하나로 단결해서 디린케라는 독일 좌파당이 만들어졌다.

“유럽 사람들은 한국의 촛불항쟁을 보고 세 번 놀란다”

▲ 정소장은 유럽 사람들이 한국의 촛불을 보고 세번 놀란다고 전했다. [사진-통일뉴스 조성봉 기자]
□ 유럽에서 한국의 노동운동을 어떻게 평가하던가?

■ 유럽은 한국 노동운동의 특히, 1995년도 민주노총 건설 이후 96년, 97년 날치기 악법 철폐 총파업, 그 이후에 노동운동 활성화에 대해서 굉장히 부럽게 생각하고 관심을 많이 가져왔었다. 또한 IMF 경제위기 이후 10년 동안 현장 조직력이 취약하고 비정규직이 양산되면서 노동운동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사실도 유럽은 알고 있었다.

한국 노동운동의 역동성에 대해서 충분히 인정하면서 자기들 유럽 노동운동은 산별노조 운동의 역사가 상당히 오래됐기 때문에, 한국의 실정이나 악조건에 대해서 충분히 이해는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프랑스 같은 경우도 조직률은 10% 미만이지만 교섭대표성을 가지고 있다. 교섭을 체결하면 비조합원까지 일방적으로 적용된다. 독일은 이게메탈 금속노조 조합원 자체가 320만이니까 조직력이 굉장히 높다. 독일 금속노조를 포함한 독일 산별 노조는 주로 대정부 대사용자와 교섭해서 웬만한 것은 들어 주고 이런 것 같다. 그래서 독일 좌파당 일부는 독일 금속노조 독일노총 상층부가 교섭 위주로 하고 타협하고 하는데 불만을 가지고 있더라. 그런 의미에서 유럽의 좌파 정치 세력들은 한국의 전투적인 노동운동에 대해 부럽게 생각한다.

□ 한국의 촛불운동에 대한 관심도 있었나?

■ 촛불항쟁에 대해서는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놀라움을 표명하고 있는 것 같다. 유럽 사람들이 한국 촛불항쟁과 이후 전개되는 상황에 대해서 세 번 놀란다고 한다. 촛불항쟁이 연인원 200만씩 모이는데 대해서 한번 놀라고, 몇 달이 지나면서 흔적 없이 꺼져 버리는 것에 또 놀라고, 이명박 정부가 악법을 통과시키려고 하고 신자유주의 정책을 강행하는 등 강공을 취하고 있는데 이에 대해 촛불이 다시 당장 타오르지 않는다는데 또 한 번 놀란다고 한다.

유럽 같은 경우 그 정도 규모의 항쟁이 일어나면 거의 혁명적 상황으로 자기들은 느끼는데 한국은 항쟁을 일으키고도 쑥 꺼져버리고 다시 일어나고 하는 이런데 놀라움을 가지고 있더라.

▲ [사진-통일뉴스 조성봉 기자]
□ 유럽에서 한반도 문제에 대한 관심은 어느 정도였나?

■ 유럽 사람들 중 진보개혁적인 민중들과 지식인들 안에서 국제주의, 인도주의적인 관심이 굉장히 높다는 것을 알게 됐다. 프랑스에는 한반도에 대한 관심이 굉장히 높은 AAFC(코리아 프랑스 친선협회)라고 있다. 남북 공히 방문도 하는 친선단체까지 있을 정도로 유럽의 동북아 정세에 대한 관심도 높았다. 이런 편견 없이 순수한 인도주의, 국제주의 견지에서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바라는 쪽도 있었지만, 일부 아직까지는 간담회 석상에서 북한 인권문제를 제기하면서 서방 언론이 퍼뜨린 편견을 가지고 있는 질문도 있었다.

□ '통일헌법의 기본원리와 주요쟁점'에 대한 포럼이 있었던 것으로 아는데, 내용을 소개해 달라.

■ 통일헌법은 어떤 통일이냐에 따라서 관점의 차이가 좀 있었다. 자본주의 흡수통일인지 공산 적화통일인지, 아니면 체제의 차이를 인정하는 연방제 통일인지에 따라 통일헌법의 내용이 완전히 달라지는데, 연방제 통일을 전제로 하고 낮은 단계 연방에서 높은 단계 연방으로 발전시키는 것을 전제로 해서 통일헌법 기본원리에 대해 토론했다.

낮은 단계에서 국방 외교에서는 하나로 가고 , 경제 사회 문화 행정체제는 각 자치 권한을 유지한 채, 연방 통일을 시작해서 궁극적으로 하나의 국가, 하나의 체제로 가는 그런 부분에 맞게 헌법도 낮은 단계에서 높은 단계로 수정해가면서 해야 한다는 것이다. 완전한 통일을 전제로 해서 통일헌법을 논의해서는 현실성도 없거니와 되지 않는다. 토론자에 따라서는 독일식 통일에 경도되어서 그런 헌법을 이야기하는 분들도 있었던 것 같다.

“유럽 진보세력과 교류협력 할 수 있는 교두보를 형성했다”

▲그는 이번 파리국제정책포럼에서 유럽 진보진영과 교류할 수 있는 교두보를 형성했다고 평가했다.  [사진-통일뉴스 조성봉 기자]

□ 유럽의 진보진영은 신자유주의 이후의 대안을 어떻게 준비하고 있었나?

■ 사민주의 집권정당들이 신자유주의 정책을 받아들이는 우경화를 하면서 반신자유주의, 새로운 진보 정당 흐름이 강화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재밌는 것은 이런 딜레마가 있다는 점이다. 현재 대공황을 맞아서 독일의 사민주의 정당뿐만 아니라 프랑스 사르코지 같은 보수 인사까지도 케인즈주의에 기초한 뉴딜 정책을 강력히 설파하고 있다.

새 일자리 창출이라든지, 정부 재정지출을 통한 유효수요 확대, 내수 구매력 강화 등 이런 정책을 강력하게 이야기 하다 보니까 사민주의가 좌측으로 옮아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까 반신자유의 세력은 차별성을 부각하기 위해 반자본주의와 사회주의를 이야기하려면 대중성이 충분하지 못하다. 그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케인즈주의를 뛰어 넘는, 보다 진보적인 정책 대안에 대해 고민하는 모습을 보았다. 물론 기조와 지향은 반자본주의 반신자유주의 이런 것을 이야기하고 있다. 유럽도 사회주의를 지향하고 있다. 그러나 유럽은 사회주의를 민주적 사회주의라고 표현하면서 평화적으로 의회적 방법으로 실현하는 것을 추구하고 있었다.

□ 유럽 진보 단체 및 정당과의 간담회에서 얻은 성과는?

■ 첫째, 한국 진보운동의 국제적 안목을 키우는 데 기여했다. 둘째, 유럽 일대의 진보 정당, 진보적인 노동조합, 시민단체와 교류협력 할 수 있는 교두보를 형성했다. 이런 교두보 형성, 거점 마련 등을 바탕으로 세계 대공황기에 각 나라의 반신자유주의 활동, 특히 모범 사례, 투쟁 소식을 신속하고 긴밀하게 공유함으로써 각 나라 민중들의 반 신자유주의 투쟁을 고무하고 대안을 함께 마련해 나갈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정책 포럼과 진보 기행이 큰 의미가 있었다.

이번 간 부분이 정당, 노동조합, 시민단체 일부가 갔었다. 향후 과제로는 공식적 대표자들이 앞으로 포함돼서 단순히 간담회나 토론회만 할 것이 아니라 공동사업계획도 논의할 수 있을 것 같다. 상호 초정한다거나 정책 대안을 위한 지속적인 세미나 마련 등 공식적인 국제 협력, 국제 연대로 발전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동시에 향후 파리국제정책포럼은, 이번에는 파리와 유럽에 있는 분들, 국내 인사들과 교류했는데, 파리가 국제정치 도시인만큼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아케리카, 미주와 유럽 등 5대양의 진보적인 세력들, 진보 정당, 노동조합, 시민운동 다 한번 모여서 터놓고 정책 포럼 하는 것이 좋지 않겠나. 그런 준비를 위해서 노력할 필요 있다.

예를 들어서 베네수엘라, 볼리비아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세계를 꿈꾸고 실현하고 있는 라틴아메리카 분들, 아프리카 남아공을 포함해 제국주의에 맞서 싸우는 아프리카의 진보적인 운동, 필요하면 중동도, 미주와 유럽 진보 세력과 같이 만나서 정책 포럼도 하고 진보 기행도 함께 하는 식으로 발전되었으면 좋겠다.

▲ 정성희 소장은 오는 18일 '대공황기, 진보진영의 대안'이라는 주제로 토론회릘 연다. [사진-통일뉴스 조성봉 기자]
□ 이번 18일 열리는 '대 공황기, 진보진영의 대안' 토론회도 파리국제정책포럼의 경험에서 나온 구상인가?

■ 그렇다. 세계 대공황기에서 진보운동, 특히 노동운동과 진보정치가 빠르게 혁신하고 통일.단결하지 않으면 이명박의 파시즘을 막을 수 없고, 민생고에 허덕이는 노동자, 민중들에게 큰 실망을 가져다 줄 것이다. 이런 점에서 진보운동 세력 내부의 과도한 정파 갈등과 분열의 심화로 인해서 혁신 속도도 느리고 통일단결의 진척도 잘 안 되고 있어서 허심탄회하게 토론하는 자리를 만들었다.

이번에 유럽에서 돌아와 1930년대 유럽 각 나라와 식민지 조선의 대공황 시기의 진보운동에 대해서 분석을 해봤다. 역시 파리 대혁명과 파리 코뮌의 경험이 있는 프랑스만 1930년대에 반파쇼 인민전선을 아래로부터의 대중의 힘으로 실현한 경험이 있고, 영국, 독일 이태리를 비롯한 유럽 나라들은 실패했다.

식민지 조선도 그 당시 진보적인 활동가들의 사대주의적이고 행세식 활동으로 인해서 반일민족통일 전선체인 신간회를 해체한다든가, 조선공산당이 해산한다든가 이런 오류를 범한다. 공통적인 교훈이 뭐냐. 두 가지다. 하나는 대중과 깊이 결합하지 못했다는 것. 두 번째로는 정파 갈등 분열을 극복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번 토론회를 통해서 이같은 대공황기에서 진보진영의 경제 대안은 뭐고, 정치 대안은 뭐냐, 이 두 가지를 가지고 중점적으로 논의할 것이다. 경제위기 해법과 진보대연합에 대한 불꽃논쟁이 예상된다. 그러면서도 통일 단결할 수 있는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다면 좋지 않겠나.

유럽에서조차 단결하고 있는데, 우리는 민주노동당 분당 이후에 진보신당도 있고 ‘사회주의노동계급정당 준비’도 있고 무엇보다 촛불항쟁을 통해서 촛불 진보 세력이 있다. 그리고 진보적 시민운동 안에 잠재적인 정치 역량이 있다. 폭넓게 신자유주의 반대하고 6.15 공동선언에 찬성하는 모든 세력을 하나의 진보 정치 세력으로 통일단결 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 안에서 정파를 인정하고 존중하면서 행동을 보장하는 이런 방식으로 가는 것이 맞다. 지금 사회주의 정당 따로 만들고, 사민주의 정당 따로 만들고, 진보적 민주주의 정당, 진보적 시민정당 따로 만들고 이렇게 할 것이냐. 이것은 세계 대공황 시기에 옳지도 않고, 한국의 정치 환경으로 봐도 그렇게 해서는 실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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