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이 지나가고 있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첫해인 2008년은 아마도 6.15공동선언 발표 이래 남북관계 최악의 해로 기록될 것이다. 민족화해나 민족공조는커녕 남북간 대화나 회담 한번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어떤 ‘긴장된’ 정세나 정치적 어려움 속에서도 진행되던 이산가족상봉과 쌀.비료 등 대북 인도적 지원도 이뤄지지 않았다. 이명박 정부는 처음부터 통일부 해체 등 대결주의적 대북정책으로 나섰고, 관료들은 대북 강성 발언을 일삼았다. 사실상 ‘대북 선제공격론’ ‘주적론’ 그리고 ‘흡수통일론’이 부활하거나 여과 없이 발설됐다. 심지어 민족공조의 장이 되어야 할 6자회담 무대에서조차 남측이 북측을 압박하는 진풍경도 일어났다.

남북관계만이 아니다. 경제위기가 심화되고 있고 특히 6월항쟁 이후 꾸준히 발전해온 민주주의도 엄한 도전을 받고 있다. 작금의 경제위기가 미국발 금융위기에서 비롯된 면은 있지만 그렇다고 이명박 정부가 면죄부를 받을 수는 없다. 강만수 기획재경부 장관의 일련의 헛짚은 경제정책과 무엇보다도 시장에서의 불신 등으로 인해 세간에서 오죽하면 이명박-강만수 라인을 빗대 파산한 ‘리만브라더스’에 비교하겠는가? 민주주의 역시 최대 시련을 받고 있다. 청와대는 조.중.동과 재벌의 언론장악을 가능케 하는 방송법 등 이른바 ‘MB악법’ 국회 통과에 강공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그래서 세간에는 “이 대통령 집권 10개월 만에 경제는 10년 전으로, 민주주의는 20년 전으로, 남북관계는 30년 전으로 돌아가 버렸다”는 역주행 얘기가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모든 영역에서 이중성과 ‘말바꾸기’로 일관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후보 시절 747(7% 경제성장, 국민소득 4만 달러, 세계7대 강국) 공약을 내세웠으나 이는 자기 임기내 그 공약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10년 후’에 그럴 수 있다고 뒤집었다. 대운하는 판다 안 판다를 오락가락하더니 최근 대운하 혐의가 결정적으로 짙은 4대강 정비사업을 추진했다. 특히 남북관계에서 이명박 정부의 이중성과 모호성이 극대화된다. ‘비핵 개방 3000’ 정책을 내세웠다가 내외의 비판을 받자 슬그머니 ‘상생, 공영’정책으로 모자를 바꿔 썼으나 이도 정체가 들통 나고 말았다. 북측의 일관된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의 존중 요구에 대해 ‘두 선언을 부정한 적이 없다’고 하면서 ‘조건 없는 대화’를 내세우고 있으나 사실 6.15와 10.4선언을 존중한다고 말한 적도 없다. 북측에 아무런 진정성도 주지 못하면서 남북관계 1년을 ‘무대응’과 ‘말바꾸기’로 허송세월을 보낸 것이다.

이제 새해 2009년이 된다. 이명박 대통령은 새해 2일에 신년사를 발표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신년사든 아니면 다른 방식으로든 새해 초에는 대통령이 남북관계와 관련해 긍정적인 발언을 할 것을 권유한다. 지난해 남측에서 북측에 대해 너무 대결주의적 발언을 많이 했기에 대통령이 이를 아우르고 민족화해적인 발언만 해도 남북관계 경색 해소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해가 바뀌어 새해가 되면 마음으로라도 모든 것이 새로워지는 법이다. 2008년 최악의 남북관계를 깡그리 잊을 수는 없지만 그래도 해가 바뀌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2009년을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근거는 된다. 그렇다면 기회다. 이명박 정부는 새해 초에 화끈하게 그리고 진정성 있게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의 존중과 이행 의지를 밝혀라. 그게 실타래처럼 엉켜있는 경제문제와 한반도 정세 그리고 남북문제를 푸는 첫출발이다. 그리하여 2008년 최악의 한 해를 마치고 2009년 새해를 맞이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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