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이지만 알려지지 않은 사람들의 이야기 ‘숨은 그림 찾기’

누구나 한번쯤 ‘숨은 그림 찾기’ 놀이를 해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복잡하게 그려 놓은 그림 속에 숨겨진 물건 찾기는 언뜻 보아선 쉽지 않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생각지도 않은 곳에 자리잡고 있다. 그때 그 물건은 전체 그림과의 조화 속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해 준다. 여기 ‘숨은 그림 찾기’란에서는 이 땅의 민주화와 통일을 위해 어디선가 숨은 그림처럼 나서지 않고 묵묵히 열심히 사는 사람들을 찾아 인터뷰를 통해 소개하고자 한다. / 편집자 주

▲ '따뜻한 한반도 사랑의 연탄나눔운동' 관계자들이 북녘 금강산을 방문해 대북지원 연탄을 나르고 있다. [사진-이동섭 제공]

연탄은, 일단 제 몸에 불이 옮겨 붙었다 하면/하염없이 뜨거워지는 것/매일 따스한 밥과 국물 퍼먹으면서도 몰랐네./온몸으로 사랑하고 나면/한 덩이 재로 쓸쓸하게 남는 게 두려워/여태껏 나는 그 누구에게 연탄 한 장도 되지 못하였네.//눈 내려 세상이 미끄러운 어느 이른 아침에/나 아닌 그 누가 마음 놓고 걸어갈/그 길을 만들 줄도 몰랐었네, 나는 / 안도현 ‘연탄 한 장’ 중

안도현 시인이 노래한 것처럼 연탄은 자신을 희생해 따뜻함을 전하고 있다. 이런 연탄을 가지고 어려운 이웃들에게 따뜻한 사랑을 전하는 단체가 바로 (사)따뜻한 한반도 사랑의 연탄나눔운동(이하 연나운)이다.

연탄 한 장에 사랑의 마음을 담아 남녘과 북녘의 어려운 동포들에게 사랑의 연탄을 전달하고자 2004년 6월 창립된 연나운은 5년째를 맞이하는 올해 1,700여만 장의 연탄을 남과 북의 어려운 이웃에게 전달하고 있다.

연탄은 이제 구경하기조차 힘든 추억이 되었지만 아직도 달동네 산동네에 살고 있는 우리 이웃 20만 가구에게는 겨울을 지켜주는 소중한 보물이다. 사회의 무관심과 정부 지원의 사각지대에 있는 무의탁 독거노인, 소년 소녀 가장 등 어려운 이웃에게 지원하기 위해 주력, 연나운은 매해 1만여 가구에 사랑을 전하고 있다.

특히 북녘은 지난 1990년대 중반 고난의 행군시절 때 엄청난 자연재해와 함께 식량난을 겪었으며, 겨울에 추위를 녹일 수 있는 연료가 절대적으로 부족해 땔감을 마련하기 위해 나무를 베어내는 통에 훼손된 산림으로 인해 홍수와 가뭄의 악순환이 되풀이 된다고 한다. 난방은 고사하고 밥을 지을 연료조차 없는 북녘동포에게 연탄은 더할 나위 없이 따뜻하고 소중한 선물이 되고 있다고 한다.

금강산관광사업 10주년을 맞은 지난달 18일에는 연나운 관계자들이 4개월 만에 금강산 지역을 방문해 눈길을 끌었다. 이를 계기로 겨울이 되면 유난히 바쁜 연나운을 방문, 이동섭 상임이사를 만났다.

‘광부들의 기금으로 시작된 연나운’

▲ '(사)따뜻한 한반도 사랑의 연탄나눔운동' 이동섭 상임이사. 뒤로 평양 대동강과 류경호텔이 보인다. [사진-이동섭 제공]

연탄나눔운동의 시작은 이동섭 상임이사의 석탄공사 감사시절로 올라간다. 지금은 불황으로 연탄이 다시 주목을 받지만 당시 연탄은 거의 추억 속에나 있는 제품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이사가 파악한 결과 홀몸노인 등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생각보다 많은 이들이 연탄을 때고 있었고 최소한의 생활을 유지하기 위하여 연탄조차 사용하지 못하는 이들이 많다는 것을 알고는 충격을 받았다.

이 상임이사는 곧바로 석탄공사 직원들과 광부들에게 “어려운 이들을 위해 우리가 연탄 100장씩(당시 3만원)을 후원하자”고 호소하면서 2300명의 직원들을 대상으로 7000만원의 종자돈을 만들어 ‘따뜻한 한반도 사랑의 연탄나눔 운동’을 결성했다. 특히 북녘 어린이의 의약품을 지원하는 친구 덕에 결성 초기부터 남녘의 어려운 이웃뿐 아니라 북녘 지원사업도 함께 구상했다.

이후 초등학생의 고사리 손에서부터 어려운 환경에서 일하는 광부 그리고 기업에 이르기까지 남북의 어려운 이웃을 돕고자 하는 많은 이들이 함께 하고 있다.

현재 20여개의 지부(준)가 결성돼 지역별로 남녀노소 누구나 금전적인 후원이나 직접 땀을 흘리며 연탄을 나르는 봉사활동에 참여할 수 있다.

연나운은 연탄을 필요로 하는 전국 20만 가구 중에 1만여 가구에 겨울동안 뗄 연탄 300장씩을 지원하고 있다. 지난 1월에 남과 북에 지원한 연탄수가 1,000만장을 돌파했단다.

올해는 11월 현재 남녘 1,000만장, 북녘 800만장 등 총 1,800만장을 3만5,000가구에 지원을 했다. 앞으로 연나운은 연탄을 필요로 하는 사람 모두에게 혜택이 가도록 활동을 지속하는 것이 목표라고.

‘남북관계 경색 시 북녘 지원 어려워’

▲ 연나운은 올해 11월 현재 남녘 1,000만장, 북녘 800만장 등 총 1,800만장을 3만5,000가구에 지원을 했다. [사진-이동섭 제공]

남과 북에 지원하는 연탄비율을 늘 5.5:4.5로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는 연나운은 최근처럼 남북관계가 경색될 때 가장 어려움을 느낀다고 한다.

이 상임이사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후원자들은 금강산이며 개성이며 자신이 직접 지원하는 연탄을 가지고 가 북녘의 동포들과 함께 연탄을 나르며 북녘의 현실을 직시하고 동포애를 느끼곤 했다”고 전한다.

그러나 최근에는 남북관계가 악화되면서 북녘에 직접 가지를 못해 지원금액도 많이 줄었다는 것이 이 이사의 설명이다. 후원자들은 같이 북녘에 가길 원하고 특히 지자체 등에서는 남북협력 기금이 쌓여있는데도 불구하고 대표가 직접 북녘에 가서 악수를 하며 증거(?)를 남기길 원하는데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연탄만을 보내려고 하는 곳이 없다는 것이다.

특히 지난 2006년 북한이 미사일실험과 핵실험을 했을 때는 게시판에 ‘연탄을 팔아 미사일을 만든 것이다’, ‘연탄으로 플루토늄을 만든다는데 뭐 하러 지원하냐’는 글이 올라오곤 했단다. 게다가 산간 오지에는 배달을 가지 않으려 하기 때문에 오히려 강원도 산간지역은 연탄을 구하기 힘든데 연나운이 북녘에 연탄을 지원하기 위해 속초에서 동해선을 따라 차를 끌고 올라가는 모습을 보고 항의를 하기도 했다고.

가끔은 북녘의 난방 시설이 우리와 맞지 않아 연탄이 별 도움이 되지 않느냐고 묻는 사람들도 있다고 한다.

그럴 때마다 이 상임이사는 “연탄구멍 개수가 틀리는지, 크기가 차이나는지는 몰라도 연탄을 부숴서 때던지 암튼 연탄을 실고 가면 북녘 인민들이 매우 기뻐한다”며 “금강산 지원이 막히면서 북녘의 인민들이 남녘의 연탄이 언제 오는지 묻는다고 들었다”고 설명하며 맘껏(?) 후원하라고 전한다.

‘고맙다고 꼭 말로 해야 아나?’

▲ 평양에서 이동섭 상임이사. 사진-이동섭 제공]

이 상임이사는 대뜸 기자에게 “금강산에 가봤냐”고 묻는다.

몇 번 가봤다는 답에 그는 “봤는지 모르겠는데 금강산 가는 입구에는 아홉명의 신선이 놀았다는 구선봉이 있는데 이곳은 이제 바위산이다, 그러나 신선이 산세 좋은 곳에서 놀지 민둥산에서 놀았겠냐”며 “만물상도 바위산이지만 바위틈에 소나무들이 기묘하게 뻗어 자란 것처럼 구선봉에도 분명 뛰어난 경치가 있었을 텐데 이제는 발가벗어 너무 안타깝다”고 말한다.

최근에는 금강산 지역 주민들의 하루 배급량이 옥수수가루 180g 정도 밖에 되지 않을 정도로 심각한 상황에 이르렀다고 한다. 특히 신의주에는 석탄차가 오가는 철로 돌에 탄가루가 많이 묻어 있는데 이를 뽑아다 불을 때기 때문에 기차가 다닐 수 없다는 이야기도 들었단다. 또 북녘의 병원에는 최근 난방을 할 수 없어 환자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러다보니 아직도 북녘에서는 산에 직접 나무를 구하러 다니는 사람들이 많다고.

연나운의 북녘 파트너인 ‘명승지개발지도총국’ 담당자들은 연나운 관계자들에게 “(연나운이 금강산 지역에 연탄을 지원해) 이제는 금강산에 나무하러 다니는 사람들이 거의 없다”며 “너희가 바로 금강산을 지키는 사람들이다”고 말했다고 한다.

연나운 사람들은 자부심은 크지만 절대 상대를 배려해 공을 내세우지는 않는다.

이 상임이사가 1년 정도 연탄을 지원을 하고 총화 자리에서 북녘 인사에게 농담처럼 “너희는 왜 고맙다고 인사를 하지 않느냐”고 물었다. 이때 명승지개발지도총국 부국장은 안색을 바꾸며 “그걸 꼭 말로 해야 하나? 눈물 나게 고맙지만 볼 때마다 얘기하냐”고 단호히 말했다는 것이다.

가뜩이나 자존심 강한 북녘 사람들에게 큰 실례를 범했다고 판단한 이 상임이사는 그 이후 북녘 사람들은 물론 남녘 누구에게도 지원을 하고 절대 이를 내세우지 않는다고 한다.

‘불황으로 후원금 30%나 줄어’

▲ 연탄나르기 완수! [사진-이동섭 제공]

이런 연나운은 불황 때문인지 지난해보다 후원금이 30%나 줄어 걱정이 앞선다. 대신 지난해 태안기름 유출 사건으로 인해 국민들의 자원봉사활동이 많이 익숙해져서인지 배달 봉사에 참여하겠다고 나선 인원이 30~40% 가까이 늘었다. 지난해는 140여 기업에서 봉사활동을 신청했는데 올해는 12월 초 현재 180여개의 기업이 신청을 했다.

현재 연탄 값은 450원 정도이지만 여기엔 배달을 해주는 비용까지 포함돼 연탄을 직접 배달을 하겠다고 하면 싸게 구매를 할 수 있다. 일부 기업은 송년회를 대신해 연탄나눔 봉사를 신청하기도 했다고. 다행히 올해는 배달 자원봉사 인력이 늘어 후원금이 줄어든 것을 어느 정도 만회를 할 수 있었단다.

그러나 홍보를 위해 죽 늘어서서 연탄을 나르는 모습을 사진 찍고 싶어 하는 기업들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산동네가 이제는 서울에 몇 곳 남지 않았는데 모두 그런 곳으로 가고 싶어하다보니 이들 조정도 쉽지 않았다고. 아직도 연나운이 직접 배달을 하는 것은 1/10 수준으로 후원금액이 느는 것은 물론 봉사 인원도 늘기를 바란다.

또한 연나운은 이름에서 풍기는 이미지 때문인지 겨울에만 반짝 관심을 갖고 여름에는 지원이 뚝 끊기는데 북녘은 워낙 춥다보니 5~6월까지 연탄을 때고 여름에도 사용량이 많다. 게다가 북녘지원 사업 말고도 이웃들과의 나눔을 위한 다양한 사업을 벌이기 때문에 지속적인 관심을 부탁한다고 전한다.

아울러 이 상임이사는 “3~4월에는 금강산과 개성지역에 나무심기 사업을 진행하고 5년째 해마다 해맞이 행사를 금강산에서 진행하고 있는데 북녘에 갈 수 있는 통로가 꽉 막히면서 모든 것이 다 망가졌다”며 “당장 내년도 사업에 차질이 생긴 만큼 이의 해결도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명박 대통령 북에 대해 너무 몰라’

그러면서 그는 이명박 대통령이 북녘에 대해서 몰라도 너무 모른다는 이야기를 덧붙인다.

이 상임의장은 “아직 6.25 피해 당사자들이 살고 있지만 이명박 대통령은 너무 그들의 의견만 쫒고 있다”며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대결하며 남북관계를 악화시키기만 하는데 이는 한국경제에 악영향을 끼치는 것이다”고 의견을 피력했다.

또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인민의 배고픔을 해결하기 위해 개성과 금강산을 내준 것으로 남녘은 총도 들지 않고 피 한 방울 흘리지 않은 채 금강산과 개성을 가져간 것이라고 말했다는데 남북경협 사업이 잘 진행됐으면 개성뿐 아니라 원산과 해주도 해방구가 되는 것이 아니냐”며 “남북 간의 교류가 전체적으로 조금씩 북녘 사회를 바꾸는 것인데, 오히려 북과의 관계를 단절하면 훨씬 힘들어질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돈이 조금 없으면 상대적인 빈곤감을 느끼지만 돈이 아주 없으면 절대 빈곤감에 시달리게 된다”며 “이들에게 많은 애정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 상임이사는 “어려운 시기지만 나 외에도 주변 이웃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고 연나운의 활동에 많은 관심 가졌으면 좋겠다”며 “앞으로도 연나운은 연탄 한 장의 작은 나눔을 통해 남녘과 북녘의 이웃들이 더불어 행복한 사회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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