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그랬듯이 다사다난했던 2008년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올해에는 세계적 차원에서 미국발 금융위기가 전 세계를 강타하는 속에서 미국에서는 오바마가 새 대통령으로 당선되었습니다. 북미관계에서는 양국이 우여곡절을 겪다가 10월에 북한의 테러지원국 해제가 이뤄지더니 막판인 12월 6자회담이 성과 없이 끝났으며, 남북관계에서는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이래 아무런 교류 협력도 진행되지 않았습니다. 통일뉴스는 <2008년 송년특집>으로 ①국제정세, ②북미관계, ③남북관계, ④한미관계 ⑤북한내부 ⑥민간통일운동 순으로 게재합니다. / 편집자 주

1. 미국발 금융위기

2007년 8월 본격화된 미국발 금융위기는 올해 들어 3월 14일 미국 5위의 투자은행 베어스턴스의 파산, 7월 준공적 기관인 프래디맥과 패니매 사태를 거쳐 9월 15일 리먼 브러더스가 파산하면서 절정에 이르렀다.

9월 중순 이후 미국발 금융위기는 1929년 대공황을 방불케 하는 양상으로 발전하고 있다. 이를 간략히 개괄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미국의 금융위기가 계속되고 있다.

1~5위까지의 투자은행 모두가 파산ㆍ합병ㆍ은행지주회사로 변신하며 사실상 금융자본주의를 선도했던 투자은행들이 사라졌다. 여기에 씨티그룹, AIG 등 세계굴지의 금융기관들의 부실이 커지는 등 여전히 미국 금융위기가 어디로 번질지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둘째, 금융불안이 전 세계로 확장되고 있다.

미국발 금융위기가 미국에 이어 유럽을 강타한 데 이어 경제적 기초가 허약한 나라들을 휩쓸고 있다. 헝가리, 우크라이나, 아이슬란드, 파키스탄 등이 IMF 구제금융을 신청한 데 이어 중남미에서는 아르헨티나, 동아시아에서는 베트남, 유럽에서는 동유럽과 발트해 국가 전체가 취약국으로 분류되고 있다.

셋째, 금융위기에 이어 실물경제로 파급되고 있다.

미국의 경우 GMㆍ포드ㆍ크라이슬러 등 자동차 3사, 써킷시티 등 가전업체, 시카코트리뷴ㆍLA타임즈 등 미디어 그룹이 사실상 도산한데 이어 스타벅스ㆍDHL 등 굴지의 미국 기업들의 실적이 크게 악화되어 있다.

이런 가운데 고용ㆍ소비 등 미국경제의 악화가 전방위적으로 파급되고 있다.

미국과 함께 유럽ㆍ일본 등 세계 선진국으로 실물경제 침체가 전파되고 있다. 3/4분기 이후 위 3대 선진권이 경기침체의 직격탄을 받은데 이어 내년에는 위 지역 모두가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미국발 금융위기는 금융자본주의의 연쇄 고리를 타고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전하고 있다.

그 외 중국 등 신흥 국가들의 경제도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사상 초유의 전 세계적인 금융위기가 갖는 의미와 전망을 언급해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이번 금융위기는 1981년 레이건 행정부 출범 이후 가속화된 신자유주의 질서에 일대 전환점이 될 것이다.

1981년 신자유주의 질서는 대체로 달러 기축통화, 금융주도의 경제질서, 부자 위주의 재정통화정책, 주주 중심의 기업지배 구조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11월 중순 G-20 회의에서는 기존의 브레튼우즈 체제를 유지하려는 미국과 새로운 질서 구축을 희망하는 유럽, 발언권이 강화된 중국ㆍ러시아 등이 어울려 달러 중심의 경제질서에 대한 논의에 들어갔다. 뚜렷한 성과를 얻지는 못했지만 미국 중심의 경제질서가 쇠퇴하고 있음은 명확해 보인다.

이와 더불어 중국ㆍ일본 등 대규모 달러 보유국의 적극적인 움직임(가령 미국의 금융기관, 유력 기업에 대한 매수), 중동과 러시아 국부펀드의 발전 등도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양상이다.

투자은행ㆍ헤지펀드ㆍ신용평가회사ㆍ불투명한 회계 관행 등 금융 중심의 경제질서를 주도했던 각종 기관ㆍ기제들에 대한 관리 통제 체제가 강화되고, 산업이나 자원 등 실물 부분을 중시하는 흐름이 부상하고 있다.

신자유주의 질서의 핵심이 금융 중심의 경제체제이고 이들을 주도했던 위 기관과 기제들이라고 했을 때 이들의 약화는 신자유주의 질서의 중대한 변화를 의미한다.

11월 4일 대통령에 선출된 오바마 당선자는 부자 위주의 감세 정책을 중단하고 증세와 재정지출 확대를 내걸었고 건강보험 등 사회복지 정책에 대한 개혁 공약을 제시했다. 이는 1981년 레이건 정부 이래의 부자 감세ㆍ사회복지 삭감 정책의 중대한 변화를 의미한다.

신자유주의가 금융중심의 경제 체제를 구축했던 것은 실물부분의 약화를 금융으로 만회하려 했기 때문인데 이는 서민대중의 구매력을 약화시켜 투기와 거품을 양산했던 내적 요인이다.

오바마 차기 정부의 행보를 지켜보아야 하겠지만 1981년 이래 근 30년간 지속되었던 레이건 행정부의 신자유주의 정책이 더 이상 지속될 수 없고 어떤 형태로든 변화될 수밖에 없음은 분명해 보인다.

미국 금융위기 과정에서 부분적으로 주목할 만한 현상은 유로존에 속해있던 나라들이 그렇지 않은 영국ㆍ덴마크 등에 비해 피해가 덜했기 때문에 유로화에 대한 영향력이 강화된 점, 오바마 행정부가 그린 에너지 정책을 추진하며 전통적인 미국의 석유 중심 정책을 재고할 가능성이 커진 점 등을 들 수 있다.

2. 미국 일방주의의 쇠퇴

정치군사적인 측면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은 8월 베이징 올림픽이 열리는 기간 중에 발생한 러시아의 그루지야 침략이다. 이는 2005년 이후 본격화된 미국 주도의 일방주의의 조종(弔鐘)을 알리고 새로운 다극시대가 열리고 있음을 의미하는 중대한 사건이다.

2001년 집권한 부시 행정부는 이라크 침략을 강행했다. 이의 여파는, 첫째 전통적인 맹방인 유럽이 친미와 탈미로 분화되고, 둘째 중-러의 반미 연대가 강화되었으며, 셋째 미-일, 미-호주를 연결하는 호전적인 친미블럭이 형성되고, 넷째 북-이란-베네주엘라 등 중규모 반미국가들의 사활적인 반미전략이 구체화되었으며, 다섯째 이른바 민주주의 확산이라는 이름하에 친미세력을 동원한 반미국가 전복전략, 구체적으로 그루지야ㆍ우크라이나의 장미ㆍ오렌지 혁명이 벌어졌다.

유럽의 탈미 분위기는 2005년 독일의 메르켈 총리, 2007년 프랑스의 사르코지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약화되었지만 부시 행정부에 대한 유럽 대중의 혐오감(?)은 적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중ㆍ러는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하면서 적극적인 연대를 모색하기 시작한다. 2005년 2차 대전 종전 60주년을 전후하여 푸틴과 후진타오가 상호 방문하며 다극화 선언을 단행했고 이의 징표로 2005년에는 산둥반도(山東半島)에서, 2007년에는 중앙아시아에서 군사훈련을 강행하여 미국의 일방주의에 대한 적극적인 반대의사를 표시하였다.

그루지야의 장미혁명은 세계적인 견지에서 보면 동유럽에서 우크라이나, 중동에서 이집트와 사우디, 동아시아에서 북한 등의 정권을 전복하려는 미국의 국제전략의 일환이었고, 러시아의 입장에서 보면 폴란드ㆍ체코에 MD(미사일방어체제)를 설치하려는 움직임과 함께 러시아를 압박하려는 미국과 서방의 대러시아 압박전략이었다.

러시아의 그루지야 침략은 미국의 러시아 압박에 대한 러시아의 반격으로 볼 수 있고 미국과 유럽연합이 이를 억지하지 못했다는 것은 미국-러시아의 관계가 미국이 러시아의 이해를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자신의 이해를 관철할 수 있는 단계를 지났음을 의미한다.

<한겨레신문>의 분석에 따르면 이는 1989년 11월 9일 베를린장벽의 붕괴를 기점으로 미소냉전이 붕괴되고 미국 주도의 일극질서가 수립된 이후 정치군사적인 차원에서 새로운 질서가 형성되었음을 알리는 중대한 전환점이다.

끝으로, 2007년 호주 선거에서 노동당의 승리, 2008년 오바마 민주당 행정부의 집권, 일본에서 ‘고이즈미-아베 신조-후쿠다-아소 다로’로 이어지는 자민당 우파 세력의 약화는 미-호주-일본을 연결하는 친미 보수 블록의 약화를 의미한다.

전체적으로 2008년은 부시 행정부의 퇴장과 함께 미국의 일방주의가 끝났음을 알리는 역사적인 해로 기록될 것이다.

3. 제3세계의 정정(政情)불안

첫째, 제3세계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현상은 이슬람 근본주의의 확산이다.

이라크가 정정(政情)이 안정된데 반해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을 연결하는 지역에서 반미ㆍ이슬람 근본주의 세력의 확장이 지속되고 있는 점, 소말리아 해적의 출몰, 인도 뭄바이에서 일어난 대형 테러 사건 등은 미국이 이슬람 근본주의 세력의 도전을 효과적으로 제압하지 못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특히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 지역에 대한 미국의 통제 실패는 파키스탄의 핵무기와 연관지어 대단히 우려할만한 상황이다.

둘째, 미국은 금융위기와 맞물려 북ㆍ이란의 세력 확장과 핵 개발 억지에 거의 신경을 쓰지 못하고 있다.

북ㆍ이란의 핵 개발은 중ㆍ러의 대미 견제 움직임, 미국의 대테러전쟁과 맞물려 서서히 임계점을 넘어서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비슷한 맥락에서 주목해야할 현상이 러시아와 중남미 사이의 군사적 연대 움직임이다.

셋째, 신자유주의의 파국적 결과와 더불어 제 3세계의 정정불안이 가속화되고 있다.

상반기 달러 약세, 투기자본의 이동, 식량 수급의 악화 등과 맞물려 식량난이 식량 취약국에 일대 타격을 가한 바 있다.

금융위기 과정에서 아이슬란드ㆍ그리스(?)에서 심각한 정치적 소요가 벌어지고 있다.

끝으로, 태국에서 장기간 계속되고 있는 정치적 대결도 크게 보면 신자유주의의 가속화 과정에서 발생하고 있는 우여곡절이라고 볼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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