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박현범/김치관 기자)

▲ 현대화 사업이 한창인 평양. [자료사진-우리민족끼리]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지시로 지난 2002년 시작된 '평양시 현대화 사업'이 마무리 단계에 들어섰다.

10일 평양에서 만난 북한 당국 관계자는 "평양의 현대화 사업은 현재 80%에 이르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궤도전차 노선을 도로 중앙에서 양 옆으로 옮기는 작업은 끝이 났고, 도로포장, 보도블럭 교체 작업도 마무리 단계만 남았다"고 전했다.

실제 천리마거리, 영광거리 등 평양 도심지의 도로는 물론, 순안공항에서 시내로 이어지는 9.9절거리, 금성거리 등 대부분의 도로들이 말끔히 닦여 있었다. 북 관계자는 "도로포장 공사는 80% 정도 마무리됐다"고 소개했다.

궤도전차의 철로를 도로 중앙에서 길 양측으로 옮기는 대대적인 작업은 마무리됐지만, 마지막 공정인 아스팔트 '피치'를 덮는 작업은 겨울 날씨 탓에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어둠이 깔려 도심 곳곳의 현대화 사업 진행상황을 자세히 확인할 수는 없었지만, 보도블럭 교체 작업도 거의 끝난 모양새였다. 단, 보통문 인근 등 곳곳에선 아직 완공되지 않은 주택공사 현장이 눈에 띄었다.

북한은 평양시 현대화 사업으로 △대동강변 미화 △주택 리모델링 △주요시설 조명 교체 △도시 인프라 정비 등을 진행해 왔고, 올해에는 △강안도로 건설 △가로수 심기 △교량 개보수 △영화관.음식점 등 문화.편의시설 개축 등에 주력했다. 특히 도로포장과 궤도전차 정비사업 등은 올해 '공화국 창건 60돌'인 9월 9일에 맞춰 진행해 왔다.

북 관계자는 '평양시 현대화 사업'이 언제 끝나냐는 질문에 "겨울이어서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작업들이 있어서 언제 딱 끝이 난다고 말하기는 어렵다"며 "거의 다 마무리 단계에 들어선 상태"라고 답했다.

오후 6시가 넘어 해가 넘어간 12월 평양 시내는 길을 오가는 인적은 많지 않았지만, 도로에는 2층으로 된 버스를 비롯한 자동차들로 북적였다. '인민을 위하여 복무함'이라는 글귀가 큼지막하게 적혀 있는 2층 버스는 새벽 5시부터 자정까지 5-10분 간격으로 다니고, 자정부터 새벽에는 30분 간격으로 운행한다. 버스가 24시간 운행하는 셈이다.

故 김일성 주석의 대형동상이 평양 시내를 내려 보고 있는 만수대 언덕에는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2-30명의 아이들이 무리를 지어 청소에 여념이 없었고, 동상 앞에는 김 주석을 참배하는 발길이 해가 진 뒤에도 계속 이어졌다. 북 관계자는 "아이들뿐만 아니라 대학생들도 아침, 저녁으로 시간이 날 때마다 광장을 청소한다"고 전했다.

▲ 남북관계가 꽁꽁 얼어붙어 있지만, 중국을 경유한 민간단체의 방북길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선양공항에서 평양행 고려항공에 탑승하고 있는 승객들. [사진-통일뉴스 박현범 기자]
개성공단 상근 인력 감축과 육로통행을 제한한 북한의 '12.1 조치' 등 이명박 정부 들어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12월 남북관계는 꽁꽁 얼어붙어 있지만, 평양을 오가는 민간단체들의 발길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었다.

이날 중국 선양(심양)공항에서 평양으로 향하는 고려항공(JS156)에는 3박 4일 일정으로 단독 방북취재에 나선 <통일뉴스> 취재단뿐만 아니라 대북지원사업 모니터링과 내년 사업계획을 논의하기 위해 방북하는 평화3000과 천주교 서울대교구 관계자들도 몸을 실었다.

산별 교류의 일환으로 지난 6일 방북한 민주노총 산하 운수노조(위원장 김종인) 방북단은 4박 5일간의 일정을 끝내고 남측으로 귀환하기 위해 이날 선양으로 들어왔다. 운수노조 관계자는 북측 운수수산직업동맹(위원장 최용수)과 "내년 중 '운수노동자 대회'를 개최키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구체적 일정은 아직 잡히지 않았다.

이날 심양에는 검정색 치마저고리와 교복을 갖춰 입은 '재일본총련학생 대표단'도 모습을 보였다. 민족학교 고등학생 39명과 지도교사 4명으로 구성된 대표단은 2주일간 평양에 체류하며 평양, 판문점 등을 참관하고 북측 학교와 교류행사를 가질 예정이다.

▲ 평양에서 2주일간 체류하는 재일본총련학생 대표단. 일본 당국이 만경봉호 입항을 금지시켜 중국을 경유해 '고국 땅'을 밟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박현범 기자]
당초 민족학교 학생들의 방북은 매년 정기적으로 만경봉호를 통해 이뤄져 왔지만, 2006년 7월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계기로 일본 정부가 대북제재 조치의 일환으로 만경봉호 입항을 금지함에 따라 중국 선양을 거쳐 들어가고 있다. 남유철(33) 재일본조선청년동맹 부위원장은 "만경봉호를 통해 가는 것보다 3배 정도는 비용이 더 든다"고 말했다.

남 부위원장은 민족학교 학생들의 방북에 대해 "일본에서 태어난 3, 4세들이 자기가 조선인으로서 민족성을 단호히 가지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조국 땅을 밟아서 자기 조국을 보고, 향기도 맡고, 소리도 들어보고,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에서 조국과 민족, 자기 자신을 인식하는 계기"라고 소개했다.

이번에 처음 '조국 땅'을 밟는다는 강화련(17, 규슈 조선중고급학교) 양은 "조국의 모습이 생각했던 것과 비슷하다. 너무 감동적이다"고 소감을 전했다.

역시 처음으로 평양 순안공항에 첫발을 디딘 김성창(17, 아이찌 조선중고급학교) 군은 "참으로 기쁘다"며 "많이 배우고 일본으로 돌아가서 학교 동무들에게도 나의 경험을 들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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