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이 총체적으로 파산선고를 맞고 있다. 북측은 ‘예고한 대로’ 24일 중대조치를 취했다. 오는 1일부터 개성관광 전면 중단, 남북철도 운행 차단, 개성공단 인원 감축 등을 통보한 것이다. 12월 1일부로 개성공단을 제외한 남북간 모든 교류협력사업을 사실상 중단하겠다는 것이다. 북측의 중대조치 수위가 어느 정도일까 하고 점치던 전문가들조차 놀랄 정도의 ‘강경조치’라 아니할 수 없다. 사실 북측의 이번 발표는 외통수순을 밟아왔다고 볼 수가 있다. 그 이면에는 남측의 책임이 크다. 우리가 끊임없이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과 이 대통령의 대북관에 대해 시시비비를 가리며 지적을 해 온 이유다.

우리가 남측에 책임론을 묻는 이유는 남북대화와 관련한 남북 사이의 경과를 보면 자명해진다. 북측은 오직 하나, 남측에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을 존중하고 이행할 것을 촉구해 왔다. 그러나 남측은 단 한 번도 명확한 답변을 주지 않았다. 멀리 갈 것도 없이 남북관계에 실질적인 암운이 드리운 것은 10월 11일 미국의 대북 테러지원국 해제 발표 직후다. 미국측과 ‘북핵문제’를 어느 정도 정상화시킨 북측은 곧바로 눈길을 남측으로 돌렸다. 10월 16일 <로동신문> 논평원의 글을 통해 “북남관계 전면차단을 포함한 중대결단”을 내릴 수도 있음을 천명했다. 최후통첩성에 가까운 이같은 발언에 남측 정부는 무심하게 대했다. 못 참겠다는 듯 북측이 11월 12일 군부 통지문을 통해 ‘12월 1일부터 군사분계선을 통한 육로통행의 제한, 차단’ 방침을 밝혔고 이에 이명박 대통령은 ‘기다리는 것도 전략’이라고 맞받았다.

이 대통령의 이상기류는 G20 금융정상회의 참석차 방미 중에 절정에 달했다. 이 대통령은 ‘자유민주주의 체제하에서 통일하는 것이 최후의 목표’라고 말했다. 흡수통일을 연상시켰다. 아니나 다를까? 북측은 22일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대변인 담화를 통해 이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북침전쟁을 ‘최후목표’로 선포한” 것이라면서 남북관계 절연을 선언했다. 손바닥도 마주 쳐야 소리가 나는 법이다. 상대가 내민 손에 자꾸 엇박자만 내니 상대가 가만있을 리 없다. 이번에도 그렇다. 북측의 개성관광 전면 중단이라는 중대조치에 한나라당은 ‘협박’ 운운하며 심지어 “진짜 인민을 위한 남북관계가 무엇인지 생각해 보자”며 북측을 어르고 있다. 남측 당정(党政)이 모두 전혀 기약할 수 없는 ‘기다리는 전략’을 택하고 있다. 여기에는 “시간은 우리 편”이라는 근거 없는 낙관과 “북측이 결국에는 고개를 숙일 것”이라는 황당한 자신감이 배어있다.

이제 마지막으로 개성공단이 남아 있다. 이명박 정부는, 개성공단 폐쇄는 북측에 치명적인 손해가 될 것이기에 북측이 마지막까지 그것만은 못할 것이라는 착각에 빠져있다. 제가 판 함정에 제가 빠지는 꼴이다. 따져보면 개성공단 폐쇄는 남측보다 북측이 더 손해일 수도 있다. 그렇다고 북측이 공단 폐쇄를 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북측은 경제적인 면보다는 민족적인 입장을 더 따져 왔다. 개성공단의 경제적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이라는 민족적 합의를 택할 공산이 크다. 그리하여 개성공단마저 폐쇄가 된다면 남북관계는 전면 차단됨과 동시에 6.15공동선언 이전으로 돌아가게 된다. 끔찍한 일이다. 남북이 모두 살아남고 이기는 길이 있다. 북측에 굴복하는 게 아니다. 민족이 ‘상생 공영’하는 일이다. 최후의 보루인 개성공단마저 폐쇄되기 전에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의 존중과 이행을 밝혀라.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이 완전 파탄날지도 모를 중대 기로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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