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사 김양희 기자가 ‘평화3000’(이사장 신명자)이 주최한 북측 지원사업장 방문단 일원으로 9월 27일부터 30일까지 3박4일간 평양을 방문하고 돌아왔다. ‘평화3000’은 주요 대북 협력사업 중의 하나인 장충성당에 있는 콩우유공장을 현장방문했으며, 아울러 평양시내-백두산-묘향산을 참관하였다. 김양희 기자가 ‘평화3000’과 모든 일정을 함께 하면서 느낀 방북기를 일기식으로 10여 차례에 걸쳐 연재한다. 김 기자는 이전에도 두 차례에 걸쳐 평양일기를 작성한 적이 있기에 이번 방북기 제목은 구별을 위해 ‘김양희 기자의 다시 쓰는 평양일기’로 한다. / 편집자 주

여성신도가 70%에 이르는 장충성당

▲ 북녘 유일의 성당, 장충성당 모습. [사진-통일뉴스 김양희 객원기자]

일행은 다음 참관지인 장충성당으로 향했다. 장충성당은 북녘 유일의 성당으로 1988년 6월 30일 처음 세워져 올해가 꼭 축성식을 한 지 20년이 됐다고 한다.

크기는 남녘 천주교의 작은 분당 수준이다. 북녘 전체의 천주교 신자는 3,000여명 정도이며 평양에만 800여명 정도가 있다고 한다. 주일에 모임을 하고 평일에도 모임이 들어온다고 한다.

북측 카타리나 조선천주교여성연맹위원장은 “장충성당은 성모마리아 성당이기 때문에 신도의 대부분이 여성이다”며 “여성신도가 70%에 이른다”고 밝혔다.

그러나 북녘에는 신부님이 없어 미사를 올릴 수 없어 자체적으로 모여 기도를 한다고 한다. 북녘 전체를 통틀어 성당은 장충성당 하나이기 때문에 성당과 먼 거리에 위치하면 가까이 있는 이들이 모여 기도를 올리는데 이를 가정예배소라고 한다. 현재 북녘 전체에 가정예배소가 500여개 정도에 이른단다.

성당 내부는 소박하지만 깔끔했고 남녘의 성당과 다를 바 없다. 천주교 신자는 아니지만 의미 있는 곳에 온 만큼 기도를 하고 싶었다.

이때 김철웅 장충성당 신도회 부회장은 아주 솔깃한 이야기를 전한다.

장충성당에서 세례를 받으면 장충성당의 신도로 이름이 올라간다는 것. 직업이 기자인 만큼 어떤 일이든 ‘기사가 되느냐’, ‘의미가 있느냐’를 따지는데 남녘 인사가 북녘의 성당에서 세례를 받고 신도로 등록이 된다는 것은 나름 의미가 있는 듯 싶었다.

그러나 함께 간 일행들 중에서 새로 세례를 받을 사람은 전혀 없어 보였다. 그렇다고 내가 세례를 받는 것은 더욱 말이 안됐다. 그저 이렇게 특종(?)일 수도 있는 기사거리 하나를 그냥 보내버리는 수밖에.

장충성당 김영일(시몬) 평신도 회장은 “처음에는 전쟁 이전 천주교를 믿었던 이들을 중심으로 신도를 찾으러 다녔으나 이제는 자발적으로 신도가 되겠다고 찾아오는 수가 느는 등 초기보다 신도수가 많이 확대됐다”고 말했다.

▲ 장충성당 내부 모습. [사진-통일뉴스 김양희 객원기자]

장충성당에는 ‘평화3000’이 지원하는 콩우유 지원사업장이 있다. 성당 뒤편에 위치한 콩가공 공장에서는 하루 5,000잔의 콩우유가 생산되는데 이는 지역의 소학교, 탁아소, 유치원 등의 어린이들과 노인들에게 지원된다고 한다.

북녘에서는 어린이를 왕으로 모신다. 만경대 구역의 학생소년궁전에는 ‘어린이들은 우리나라의 보배들입니다. 앞날의 조선은 우리 어린이들의 것입니다’라는 김일성 주석의 친필 글귀가 적혀 있기도 했다.

김철웅 부회장은 “아이들을 잘 먹여야 한다는 생각에 어떠한 일이 있어도 어린이에게 하루 우유 한 잔은 꼭 보장을 해주기 위해 노력한다”며 “요즘처럼 기름값이 비싼 때도 콩우유차는 가장 먼저 운영토록 지원이 된다”고 말했다.

그러다보니 어린이들이 마시는 콩우유를 배달하는 차를 ‘왕차(王車)’라고 부른다고 한다. 학교나 유치원에서는 오전 11시 쯤 빵과 콩우유가 아이들에게 전해지는데 어린이들이 1분 1초라도 빨리 신선한 우유를 마실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왕차는 어떤 차보다도 우선해서 이동할 수 있다고 한다.

콩우유차는 왕차(王車)

▲ 장충성당 뒤뜰에 있는 콩우유사업장 내부 모습. [사진-통일뉴스 김양희 객원기자]

김철웅 부회장은 어린이들의 콩우유차가 어떻게 왕차라고 불리게 된 것인지 유래를 설명해줬다.

김 부회장에 따르면, 여느 날처럼 콩우유차가 어떤 차보다도 우선해 지나가고 있는데 하루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탄 ‘장군차’가 지나게 됐더란다. 교통원이 ‘장군차’를 먼저 지나가게 콩우유차를 멈춰 세웠으나 김 국방위원장은 “아이들이 기다리고 있는데 내가 어찌 먼저 가겠냐”며 콩우유차를 먼저 보냈다고 한다.

올해 광주에 5.18 기념식을 취재하러 간 적이 있었다. 이명박 대통령이 온다고 해 예상은 했지만 이미 행사 몇 시간 전부터 차량은 통제되고 걸어서조차 갈 수 없고 또 수십 킬로미터 전부터 2~3미터 간격으로 전경들이 삼상오오 배치돼 있어 위압감을 주고 있었다.

나야 취재진으로 간신히 들어갈 수 있었지만(이 역시 며칠 전에 취재를 간다고 미리 예약을 해야만 한다) 정작 유가족들은 당신 가족을 찾기 어렵게 만든 것이다.

그 뿐인가 정작 행사장에 도착을 했어도 일일이 신분확인은 물론 몸수색까지, 또 대통령이 참가한 기념식이 진행되는 동안에는 꼼짝 없이 움직이지도 못하는 등 괴롭다보니 일부 유가족들은 “차라리 대통령이 찾지 않았을 때가 더 좋았다”고 했다.

또 다른 대통령 참석 행사에 대한 불편에 대해서도 언론 등에 이미 공개된 바 있는데, 대통령이 순간 지나가는 길을 위해 횡단보도까지 3시간 넘게 막아 놔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는 내용을 본 적 있다.

이명박 대통령도 충분히 “어린이들을 태운 차량이니 먼저 보내라”고 지시할 수도 있는데 우리 경찰들이 과잉충성을 하는 것인지, 아니면 우리 대통령의 인간미 넘치는 모습을 기대한다면 내가 너무 순진한 것일까?

김철웅 부회장은 이어 “이곳은 노약자, 여성 등 약자를 배려하는 사람 중심, 인민대중 중심 사회주의를 지향한다”며 “여기서 인민대중 중심은 인민의 가장 사랑하는 이라는 뜻이 담겨 있다”고 말했다.

북녘에는 달리는 전차는 물론 곳곳에 ‘인민을 위해 복무함’이라는 글귀가 쓰여 있다. 국호도 인민이라는 말이 들어 있고 인민병원, 인민문화궁전 등 인민을 제일로 내세우는데 이는 인민이 그동안 역사의 주인이 되지 못하고 늘 착취와 억압의 대상이었으나 이제는 인민이 주인이 돼야하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라고 한다.

누구나 다 평등해야하지만 간부는 인민을 위해 더 많은 일을 해야 한다는 의미를 갖는다는 것이 김 부회장의 설명이다.

그러나 이곳 콩우유사업장은 최근 국제 곡물가 상승으로 콩 가격이 급격히 오르면서 원료의 수급에 차질을 빚어 잠시 운영이 중단된 상태다.

중국에서 곧 원료가 들어온다고는 하지만 원화 가치가 하락하면서 후원금으로 운영되고 있는 이곳 콩우유의 생산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것은 당연하다. 아무리 어렵더라도 어린이들에게 콩우유 한 잔씩 지원하기 위해 북녘의 정부 당국은 자체보장 노력을 한다고 하지만 국제적으로 고립된 상태에서 쉬울 것 같지는 않다.

하루 5천원 점심 값, 커피 한 잔 값이면 북녘 어린이에게 한 달 간 콩우유가 전달될 수 있다고 들었다. 통일된 내일을 위해 아이들에게 우유 한 잔씩은 안정적으로 공급이 될 수 있도록 더 많은 이들이 콩우유 후원을 했으면 좋겠다.(평화3000 콩우유 후원 문의 02-723-9475, paxvobis03@hanmail.net)

냉면 못지않은 옥류관 아이스크림

▲ 올해 6월 리모델링한 옥류관. [사진-통일뉴스 김양희 객원기자]

점심을 먹기 위해 일행은 옥류관에 들렀다. 지난해에 평양에 왔을 때는 옥류관이 공사 중이어서 들를 수 없었으나 지난 6월 19일에 재개관을 했다고 한다.

옥류관은 늘 손님이 많은 곳이지만 새 단장을 하고 문을 연 지 얼마 되지 않았고 또 냉면을 먹기에 너무 좋은 날씨이다 보니 정말 많은 이들이 옥류관 냉면을 맛보길 위해 기다리고 있었다. 가족, 연인들뿐 아니라 비행사 기장 옷을 입은 단체 손님들의 모습도 보이는 것으로 미루어 회식을 온 것 같다.

이들은 정말 미안하고 또 고맙게도 남녘에서 온 손님들이라고 우리 일행이 먼저 식사를 할 수 있게끔 배려를 해주었다. 덕분에 빠듯한 일정에 기다리지도 않고 일행은 옥류관에서 식사를 할 수 있었다.

내부는 공사를 마친지 얼마 되지 않아서인지 깔끔했으며 조명 등이 더욱 화려해졌다. 남녘의 특급 호텔 레스토랑에 비겨도 결코 수준이 떨어진다고 할 수 없을 정도다.

2012년 김 주석의 탄생 100주년을 맞아 강성대국 건설을 목표로 하고 있는 북녘이 경제강국 건설을 위해 가장 먼저 북녘 인민들의 즐겨 찾는 문화시설을 보수하고 있는데 그 일환으로 옥류관 공사를 진행한 것이고 현대 평양대극장 등도 전면 보수공사 중이다.

나는 이미 옥류관에서 냉면을 한 번 먹어 본 적이 있는데 운이 별로 좋지 않았던 것이 그날 하늘에 구멍이라도 난 것처럼 장대비가 쏟아졌다. 천둥 번개가 치고 꼭 무슨 일이라도 날 것 같은 그런 날씨 속에서도 당시 함께했던 일행은 여기까지 왔으니까 꼭 옥류관에서 냉면을 먹어야 한다고 했었다. 평양행이 쉽지 않다보니 한 번 온 김에 꼭 가야 한다는 이들의 마음은 이해가 되지만 그런 날씨에 찬 냉면을 먹는 것은 그리 좋은 생각은 아니었다.

그날 나를 비롯, 꽤 많은 이들이 추운 날씨에 찬 냉면을 먹고 배탈이 났었다. 배탈까지 난 와중이었는데도 냉면과 후식으로 나온 아이스크림이 정말 맛있었던 기억이 있다.

▲ 옥류관 내부 모습. [사진-통일뉴스 김양희 객원기자]

북녘에는 들쭉 아이스크림이 유명한데 2007년 10월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마지막 오찬 때 후식으로 ‘들쭉 아이스크림’이 나왔다.

남측 관계자들이 너무 맛있다고 입을 모으자 김 위원장은 “글로벌 식품업체 대표가 ‘독점판매권을 달라’고 제안했지만 ‘우리 먹을 것도 없습네다’라고 돌려보낸 적이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곳의 크림은 비록 들쭉 아이스크림이 아니더라도 너무 달지도 않고 부드러운 것이 너무 맛이 있었다. 오죽하면 배탈이 나고서도 아이스크림이 맛있다고 두 번씩 먹었을까?

어쨌거나 이번엔 날씨도 냉면을 먹기에 좋은 날씨이고 새벽부터 삼지연에서 평양으로 와 일정을 진행하느라 충분히 허기가 졌기 때문에 옥류관 냉면의 맛은 기대된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이라고 하지만 확실히 지난번과는 달리 물의 담백함이 기분이 좋다. 100% 메밀로 만든 면이 우리 남녘의 지극적인 맛에 길들여진 이들에게는 투박하게 느껴질 수 있으나 그 투박함이 매력이다. 물냉면과 함께 나오는 쟁반냉면, 또 식전에 나온 녹두지짐, 그리고 마지막의 크림까지 정말 맛있다고 밖에 표현을 할 수 없다.

북녘에 몇 차례씩 온 인사들은 나중에는 옥류관 냉면에 중독이 돼 남쪽에서 너무 먹고 싶어 잠을 못 이루기도 한다고 하는데 나는 아직까진 그 경지에 다다르진 않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으면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이 든다.

특히 나는 냉면보다 크림에는 이미 중독이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옥류관의 크림에 중독이 됐으며 북녘의 크림에 반했다.

식사를 마치고 나와 보니 식당 앞에는 유조차처럼 생긴 커다란 차가 자리하고 있다. 기초식품이라고 쓰여 있는 이 차는 간장과 된장 등을 공급하는 차라고 한다. 식당은 물론 일반 가정에도 장류를 공동공급 한다고 한다.

북측 리어금 안내원은 “북녘의 장류는 보잘 것 없는 가격으로 공동공급을 하다 보니 더 이상 평양에서 직접 장을 담가먹는 사람이 없다”고 말한다.

일행의 일정이 너무 빠듯했던 터라 숙소인 양각도 호텔로 향해 잠시 휴식시간을 갖도록 했다.

“미국 놈들이라면 머리가 흔들릴 정도다”

▲ 양각도호텔 주변 대동강가. [사진-통일뉴스 김양희 객원기자]

그러나 나는 북녘에 오면 시간이 아까워 잠을 잘 수가 없다. 하나라도 더 눈으로 보고 느끼고 싶어 호텔 주변의 대동강 산책을 하기로 했다. 바닥의 모래알까지 보이는 맑은 물은 여전했다. 한가롭기만 한 이곳이 현재 미국과 핵문제로 맞짱을 뜨고 있는 곳인가 싶을 정도로 한가롭고 여유롭기만 하다.

대동강가를 걷다보니 재미있는 글씨를 발견했다. ‘설건’ ‘건골’ 등 조그만 글씨로 일정한 간격으로 알 수 없는 단어들이 적혀 있는 것이다.

근처에 있는 대동강 유람선 관리자에게 물어보니 이는 양각도 호텔의 청소구역 책임자를 나타낸 말로 ‘설’은 설비담당, ‘건’은 건물담당, ‘골’은 골프장 담당 등이다.

그러니까 ‘설건’ 구역은 설비와 건물 담당이, ‘건골’은 건물과 골프장 담당자들이 책임지고 청소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거북선을 닮은 대동강 유람선은 하루 3~4차례 운행을 하는데 손님이 많고 시간만 맞다면 운행횟수를 늘릴 수도 있고 손님이 없으면 운행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 거북선을 닮은 대동강 유람선. 양각도호텔 강가에 있다. [사진-통일뉴스 김양희 객원기자]

80인까지 탑승이 가능한 유람선은 80명이 타도 단 1명이 타도 비용이 1회 100유로라고 한다. 대신 선상 식사비는 따로 내야 한다.

코스는 양각도 호텔을 출발, 주체사상탑, 옥류관 만경봉까지 평양의 주요 명소를 자세히 볼 수 있으며 총 1시간~1시간 30분 정도가 소요된다고 한다.

“여유롭게 대동강 유람을 했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내게 관리인은 “주최 단체에 유람선을 타자고 제안을 해보십시오”라고 권한다.

60세 정도 된 관리인은 “남녘에서 한동안 손님이 끊겼었다”며 “이명박 대통령은 이전 대통령과 다른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미국은 절대 우리나라가 통일이 되길 바라지 않는데 남녘은 미국말만 믿고 있다”며 “내가 이날까지 살면서 아주 미국 놈들이라면 머리가 흔들릴 정도다”고 밝혔다.

아울러 그는 “남과 북이 통일이 되면 아시아는 물론 세계 어느 나라보다 잘 살 수 있다”며 “그것이 무서워 미국뿐만 아니라 중국, 러시아 등 아무도 우리의 통일을 바라지 않으니 정신 똑바로 차리고 어서 빨리 통일을 해야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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