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사 김양희 기자가 ‘평화3000’(이사장 신명자)이 주최한 북측 지원사업장 방문단 일원으로 9월 27일부터 30일까지 3박4일간 평양을 방문하고 돌아왔다. ‘평화3000’은 주요 대북 협력사업 중의 하나인 장충성당에 있는 콩우유공장을 현장방문했으며, 아울러 평양시내-백두산-묘향산을 참관하였다. 김양희 기자가 ‘평화3000’과 모든 일정을 함께 하면서 느낀 방북기를 일기식으로 10여 차례에 걸쳐 연재한다. 김 기자는 이전에도 두 차례에 걸쳐 평양일기를 작성한 적이 있기에 이번 방북기 제목은 구별을 위해 ‘김양희 기자의 다시 쓰는 평양일기’로 한다. / 편집자 주

대북지원도 북측 실정에 맞게

▲ 백두산 천지 최고봉인 장군봉에서. 맨 오른쪽이 '평화3000' 운영위원장인 박창일 신부, [사진-통일뉴스 김양희 객원기자]

우연히 자리 잡은 저녁 식사 자리는 ‘평화3000’ 신명자 이사장, 박창일 신부, 윤종일 신부 등 행사 주최 측이 위치한 곳이었다.

이들은 무엇보다 좋은 날 백두산 천지에 다녀왔다는 기쁨을 나누며 지난 5년 여 동안의 대북지원 사업평가 등의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그러던 중 박창일 신부가 “지난번에 왔을 때는 현대자동차 등 남녘 자동차가 많았는데 이번에는 한 대도 보이지 않더라”며 운을 뗐다.

박 신부는 신기하기도 하고 이상해서 직접 북측 안내원에게 물었단다.

“혹시 남녘 정부가 미워서 차도 안타는 것이냐?”
그랬더니 돌아온 대답.
“북녘에는 비포장도로가 많은데 남녘 차는 포장도로에 맞춘 차가 많아서인지 고장이 잘 납니다. 특히 남녘 차가 고장 나면 부품을 수입할 수도 없어서 작은 고장이 나도 그대로 못쓰고 맙니다.”

박 신부는 일행에게 “이야기를 들어보니 남녘 단체에서는 어렵게 돈을 모아서 지원 사업을 하는데 북녘에서는 정작 실정에 맞지 않아 쓸 수 없었다고 한다”며 “예를 들면 차를 지원하더라도 자주 고장 나는 부품이나 타이어 등을 넉넉히 함께 보내는 등의 세심한 배려가 필요할 것이다”고 말했다.

나도 이전에 비슷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남녘의 단체가 피치 지원사업을 했는데 적정 모래 배합비 등 기술이 제대로 지원되지 않았고 또 기술이 지원되더라도 남녘과 다른 추운 날씨 등이 고려되지 않아서 엄청난 비용이 소요됐음에도 불구하고 금세 망가져서 못쓰게 됐다는 이야기다.

이런 정황도 모른 채 일부는 남녘에서 지원하면 돈이나 재료를 빼돌려서 금세 망가지는 것이라거나 남녘에서 좋은 것을 보내면 고위층이 가져버린다, 또는 팔아먹는다는 이야기를 쉽게 하곤 한다.

여우와 두루미가 서로 식사에 초대할 때 처음에는 좋은 마음으로 식사를 대접하려고 했지만 받는 사람은 고려되지 않은 채 주는 사람 입장만 생각하다가 큰 실례를 범한다.

북녘을 지원하는 단체들도 그저 하나 뚝 떼 준다는 생각보다는 지원하는 물건이 북녘에 가서 얼마나 역할을 잘 해낼지 북측 실정에 맞게 지원할 수 있도록 더욱 많은 고민을 해야 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백두산 베개봉호텔에서의 밤

▲ 왼쪽에서 세번째(여성)가 북측 리어금 안내원. 그는 남측 인사가 쑥섬 사적지에서 잃어버린 안경 나사를 찾아주었다. [사진-통일뉴스 김양희 객원기자]

백두산에서의 밤, 그냥 넘길 수 없는 마음에 일행은 피곤하지만 한 잔 하기로 했다.

그런데 정말 당황스러운 것은 베개봉호텔에서 술을 파는 곳은 딱 한군데. 그것도 2층 구석의 아주 작은 공간이기에 호텔에서 술을 마시러 오는 모든 이들이 저절로 다 모일 수밖에 없다.

남녘에는 돈을 벌겠다 싶으면 학교 앞, 종교시설 앞 등 어디든 술집이 생기게 마련인데 북녘은 관광객들이 모이는 호텔에도 술집이 제대로 없다니... 남녘에서 30년 넘게 산 내가 보기엔 ‘제대로 돈 벌 수 있을텐데’라는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다.

어쨌건 간에 일행들 중 백두산에서 회포를 풀 사람들은 다 모였다. 술집의 자리가 모자라 휴게실의 탁자까지 모두 차지하고 술판이 벌어진 것이다.

북녘은 날씨가 추워서인지 독주를 많이 마신다. 북측 인사들은 “맥주는 청량음료다”고 말할 정도니까. 때문에 북녘 사람들이 우리보다 술을 많이 마신다는 오해를 하기도 하는데 마시는 양으로 치자면 우리가 훨씬 많이 마신다.

북측 전경수 안내원은 “우리는 딱 필요한 만큼만 마시지만 남쪽은 엉망으로 취하는 사람이 많더라”고 말했다. 물론 북녘까지 간만큼 남녘에서보다 술을 많이 마셨겠지만 그것을 감안하더라도 우리가 술을 훨씬 더 많이 마시는 것 같다는 생각은 나 역시 마찬가지다.

이 자리에서 난 일행에게 어제 있었던 인상적인 이야기를 했다.

쑥섬 사적지에서 있었던 일이다. 쑥섬 사적지에 버스가 멈췄을 때 갑자기 이창훈 경희총민주동문회 사무국장은 내게 “선글라스의 나사가 빠져 안경이 망가졌다”면서 길바닥에 떨어진 나사를 찾아 달라고 했다.

헐~ 안경 나사가 얼마나 작은데... 길에 떨어진 나사가 보일 턱이 없다. 곧 해설강사의 설명이 시작될 것 같기도 해 찾는 둥 마는 둥 하고 “그냥 잊어버린 것으로 치라”고 하며 자리를 떴다.

그런데 정말 놀랍게도 한 시간 여가 흘렀을까? 해설강사의 설명을 다 듣고 버스에 오르려는데 리어금 안내원이 작은 나사를 손에 들고 “아까 안경 나사 찾던 분 어딨습니까?” 한다.

북녘까지 온 손님이 편안하게 지내다 가도록 해야 한다는 생각에 우리가 설명을 듣는 동안 운전기사 분들이 모두 모여 눈에 불을 켜고 나사를 찾았다는 것이다.

그의 이야기를 듣고 나사를 잊어버린 이 국장은 물론 일행 모두가 북녘의 배려에 깜짝 놀랐다.

나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윤종일 신부도 이전에 방북 했던 당시 생겼던 이야기를 풀어놓기 시작했다.

윤 신부는 이전에 고려호텔에 등산용 지팡이를 놓고 왔는데 북측 안내원은 이후 기어이 그 등산용 지팡이를 남녘의 다른 단체가 방북을 했을 때 인편을 통해 보내왔다고 한다.

서울에서 “북에 두고 오신 지팡이를 전해달라고 해 가져왔다”는 전화가 왔을 때 정말 놀랐다고.

가격이 싸고 비싼 것을 떠나 북녘의 이런 진심어린 놀라운 배려들에 감동을 하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 싶다.

술집 한켠에서 남녘 관광객들의 짓궂은 요구에 북녘 봉사원들이 노래를 부르고 있다. 모두들 이 밤이 계속 이어지길 바라고 있다.

이창훈 사무국장은 익살맞게도 “이번 평양행이 신혼여행보다도 더 즐겁다”고 해 우리 모두를 폭소케 했다.

2008. 9. 29

“조선일보는 오보대왕”

▲ 남측 방북단 일행을 태운 소형버스가 삼지연공항으로 가기 위해 삼지연읍을 통과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김양희 객원기자]

오늘은 다시 평양으로 돌아가야 하기 때문에 아침 일찍부터 서두르고 있다. 삼지연의 날씨는 어제보다는 오히려 포근해 영하 5℃라고 한다. 참고로 이날 평양 기온은 11℃라고 하니 얼마나 지역별로 기온차가 심한 지 알 수 있다.

평양에서 이곳에 올 때와 반대로 삼지연공항에서 고려항공에 올라 평양 순안공항으로 향하고 있다.

“어떤 음료를 하겠냐”는 승무원들의 질문에 나는 우리의 사이다와 비슷하지만 탄산이 적고 덜 단 ‘배단물’ 한잔을 요구했다. 은은한 탄산의 맛이 참 좋아 남녘에서도 가끔씩 생각이 나던 터였다. 이제 또 언제 배단물을 실컷 먹을 수 있을지 모른다. ·

평양에 도착하자마자 우선 숙소인 양각도호텔로 향했다.

가는 길 내 옆자리엔 일정 내내 따뜻하게 대해준 박용호 안내원이 자리하고 있다.

박용호 안내원은 동영상 카메라를 가지고 다니면서 우리 참관단의 일정을 일일이 기록을 하고 있던 터라 별로 이야기를 나누지 못해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내가 옆자리에 앉아 달라고 청했다.

▲ 백두산 천지에서의 북측 박용호 안내원,  그는 동영상 카메라로 남측 방북단의 일정을 기록했다. [사진-통일뉴스 김양희 객원기자]

우리는 이미 서로에게 사진과 동영상을 찍어주고 함께 사진도 찍으며 친했던 터라 편한 분위기에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나는 우선 남녘에서 가장 궁금해 하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건강이상설에 대해 물었다. 아무리 친해진 사이라도 질문이 거북했던지 그의 얼굴은 일그러졌다.

그러면서도 그는 “와서 직접 보니 어떤가? 진보적인 사람들도 계속된 언론보도에 신경 쓸 수 있겠지만 우린 전혀 영향이 없다”며 “와서 보고 체험한 것 그대로 생각을 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그래도 내가 비행기에서 본 조선일보 기사(북녘의 소식통을 인용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와병설 확산을 막기 위해 핸드폰을 금지한데 이어 평양에서조차 유선전화도 금지하고 있다는 내용)를 수첩에 옮겨 적은 것을 보여주면서 남녘에서 이런 보도도 있다고 소개했더니 그는 웃음을 금치 못하며 “우리는 원래 핸드폰을 별로 쓰지 않았지 금지를 한 것이 아니다, 또 유선전화를 못 쓰게 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조선일보는 오보대왕이다”고 말했다.

그는 중앙일보의 모 기자의 이름을 직접 거론하며 “그 기자도 여기 와서는 좋은 소리 다하고 가서는 이상한 기사만 잔뜩 썼더라”며 “본 그대로 쓰지 않는 나쁜 기자들이 많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양각도 호텔에서 공중전화를 이용해 외부에 전화를 거는 이들을 내가 직접 봐 유선전화 사용금지 기사는 완전 오보에 허위사실 유포라고 밝힌다. 또 북녘에서 주민들은 전혀 동요됨 없이 일상 그대로를 영위하고 있다.

김 위원장의 와병설이 알려진 후에도 북미간의 협상 시 중요한 순간마다 북녘이 대응을 하는 것을 보면 그런 의사 결정을 할 수 있는 사람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이라고 추정할 때 건강에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추정을 하는 이도 있다.

박 안내원은 이명박 대통령에 대해서도 한 소리를 했다.

그는 “일본이 독도를 자기 땅이라고 하는 데 왜 말을 못하고 우기지를 못하냐”며 “조선에 대해 무관심하고 모르니 조선 사람이 아닌 듯하다”고 말했다.

또 “금강산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근본이유가 뭐냐?”고 따지듯 묻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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