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관 기자(ckkim@tongilnews.com)

 


`보이지 않는 손`이라고 하면 왠지 음산하고 거대한 음모 같은 것이 느껴진다.
그러나 지난 14-16일 금강산에서 열린 `6.15 공동선언 발표 1돌 기념 민족통일대토론회(대토론회)`가 원활히 진행되도록 하는데 보이지 않는 손 역할을 한 사람들은 그런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다.

빛나는 자리나 중요한 역할은 아니지만 이들이 있었기에 전체 행사가 잘 치뤄질 수 있었다. 그 중에 몇몇을 소개해 본다.

▲ 금강산 해설원 백순희

누구나 한번쯤 가보고 싶은 천하의 명산이라는 금강산.
지난 16일, 대토론회 본행사를 성공적으로 마친 남북측 참가단이 구룡연 계곡을 올랐다.

▶남북측 참가단의 인기를 한몸에 모은 백순희 해설원이 금강산의
비경에 대해 `해설`하고 있는 모습 [사진 - 통일뉴스 송정미기자]

백순희(39세)씨는 특유의 북측 억양으로 사람들을 사로잡는 단연 돋보이는 `해설원`이었다.
구룡연 코스가 시작되는 온정리 출신으로 "나서부터 금강산을 마음속으로 사랑했고 시집가고 딸딸이도 낳았다"는 백순희씨는 대학 졸업 후부터 금강산 해설원으로 나섰다.
구수한 전설과 능란한 유머로 좌중을 사로잡는 그녀에게 비결이 무엇인지 묻자 "금강산의 아름다움을 그대로 노래했을 뿐"이라며 겸손해 했다.
특히 전설이야기가 많은데 대해 김일성 주석 생전에 복고주의에 반대하면서도 "전설이야기들을 발굴해 탐승객들이 힘들지 않게 하라"는 교시에 따라 이루어진 조치라고 설명했다. 해설원들은 국가에서 제작한 `금강산 일화집`, `금강산 전설집` 등을 공부한다고 한다.
백씨의 해설에 넔을 잃고 다리쉼을 하고 있던 참가단들에게 "위에 칠선녀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칠선녀는 7명 밖에 없습니다. 빨리 올라갑시다"라며 앞장섰다.

▶박순경 단장(우측)을 산행 처음부터 끝까지 안내한 리순옥 해설원
[사진 - 통일뉴스 송정미기자]

이날 금강산 구룡연 산행에는 남측의 박순경 공동단장을 수행한 리순옥(30세) 해설원을 비롯하여 많은 해설원이 참가단을 도왔다.


▲ 버스 기사 김문주


이번 대토론회는 장전항-온정각-금강산여관-구룡연입구 등을 오가느라 유독 버스를 이용한 이동이 잦았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일정자체가 모두 버스를 타고 움직여야 가능했다.
이 버스를 운전하고 있는 사람들은 예상외로 모두 중국 교포들이다. 현대측에서 임금이 상대적으로 싸고 말이 통하는 중국 교포들을 고용한 것이다.
다반 5조차량을 운행한 김문주(28세) 기사는 중국 길림 출신으로 8개월째 금강산에서 일하고 있다. 총각인 김기사는 4개월 남은 1년에 한번인 휴가를 기다리고 있으며, 하는 일과 대우에 만족하다고 한다.
"이번 같은 형식은 북남노동자들의 5.1절 행사 때 한번 보았다"며, 대토론회에 대해 "조선족이니까 관심이 많다"고 했다.
김 기사를 제외한 대부분의 기사들은 나이가 많은 편이었으며, 모두 온정리에서 거주하고 있다.

▲ 음료봉사 의례원 김순애


15일 대토론회가 열릴 금강산여관(호텔) 앞마당은 남북측 참가단들이 앉을 의자들이 줄을 맞춰 준비되어 있고, 기자단과 행사 보조원(북측은 `보장성원`)들이 삼삼오오 인사를 나누고 있었다.
그때 기자단을 도와주던 북측의 보장성원이 손을 이끌고 간 곳이 바로 음료수를 마실 수 있도록 마련된 음료봉사대였다.

▶음료 봉사대에서 일하고 있는 북한 의례원들. 좌측이 김순애씨.
[사진 - 통일뉴스 송정미기자]
 

의례원 김순애씨는 나이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쑥스러워 답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남측 사람들이 "금강산 약수나 룡성 오미자 단물을 많이 찾는다"며 "선생님들이 6.15이행과 조국통일을 위해 왔는데 조국통일을 위해 힘써줬으면" 좋겠다고 또박하게 말했다.
음료들은 대부분 평양에 위치한 룡성구역에서 생산된다고 하며, 금강산 샘물, 룡성 콜라, 룡성 강서 약수, 신덕 탄산물, 룡성 오미자 단물, 딸기향 사이다 등 종류는 비교적 다양했다.
음료봉사대는 행사장 3곳에 설치되어 참가단들이 자유롭게 목을 축일 수 있었다. 특히 남측 참가단은 북한 생수나 음료수에 호기심을 보이며 맛을 평하기도 했다.

▲ 남측 안내원 `예쁜 콩`

현대아산이 관리하는 금강산 온정지구는 현대직원들과 현대측이 위탁한 용역 업체의 직원들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
대토론회 남측 참가단들이 탄 버스마다 젊은 안내원들이 안내를 맡았다. 이들은 현대측이 위탁한 용역업체에 고용된 직원들이다.
다반 7호차의 안내를 맡은 문강수(27세)씨의 경우 경력이 1년 6개월 정도이며 100회 정도의 관광 안내를 맡았다고 한다. 안내를 오래 맡다보면 북측 관계자들과도 친해진다고 하며, 관광이 없는 기간을 이용해 집에 다녀온다고 한다.
기자들이 탑승한 다반 1호차의 안내를 맡은 자칭 `예쁜 콩`은 매번 인원점검을 포기해야 했다. 예전에도 기자들에게 `혼이 난` 이후 가급적 기자들을 맡지 않으려 했지만 이번 대토론회 기자단을 맡아 고생을 해야했다. 개별적 취재와 기사 송고가 많은 기자들이 수시로 대열을 이탈한 탓이다.
최근에야 친해진 북측 관계자 한명에게는 안내원을 그만 두더라도 인사는 하고 떠나고 싶은 마음이 생겼단다.
김지화(37세) 과장은 코오롱티엔에스라는 업체 소속으로 속초항 승선에서부터 실무를 도맡았다. 정확한 승선 인원을 기자에게 최초로 알려주기도 했으며, 온정지구 실정도 소상히 들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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