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서늘해지면서, 환절기 독감으로 고생하는 이들이 하나 둘 눈에 뜨입니다.

끙끙거리며 자다깨다 하다가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는 요절한 젊은 시인의 싯구가 생각났습니다. 하지만,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할 깜냥은 아니다보니 이번 병치레는 허약한 체질 탓이라기 보다 변화에 민감한 데서 비롯된 것이라고 '제논에 물대기' 식으로 정리해 버렸습니다.

그런데, 주변으로 눈을 돌리니 우리 사회 전체가 환절기 독감에 걸려있는 듯 합니다.

불과 몇 개월 사이에 정치적으로는 촛불정국에 이어 신공안정국이 들어서고, 경제적으로는 주가가 폭락한 반면 환율이 폭등했으며, 사회적으로는 자살이 줄을 잇고 있습니다. 유명 연예인에 가려진 한 통계를 소개하면, 농약 자살자가 매년 3천명 이상이라고 합니다.

현 정권은 이 모두를 실체없는 '과잉반응'의 산물로 치부하는 듯 합니다. 자칭 '보수언론'들은 우리 사회 대중들의 '냄비근성'을 타매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같은 '과잉반응'은 'IMF 신탁통치' 악몽에서 보듯, 사회의 크고 작은 변화에 따라 생존이 왔다갔다 하는 서민들의 공포와 맞닿아 있습니다. 그들은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괴로워' 할 수 밖에 없고,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괴로워'하지 않으면 살 길이 없는 이들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예측가능했던 삶의 판을 헤집어 놓으려는 자들이 '냄비근성', '과잉반응' 운운하며 서민대중의 민감함을 꾸짖는 것은 적반하장이라 하겠습니다.

이 환절기는 언제나 끝날지, 이 독감은 언제나 멈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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