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15남측위 주최로 임진각에서 열린 10.4선언 발표 1주년 기념식에 참석한 박종린(맨 오른쪽) 선생.[사진-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한 마디로 착잡한 심정이죠. 10.4선언이 지난 1년 동안 이행되었다면..."

지난해 10.4남북정상선언 발표 1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4일 임진각으로 향하는 특별열차에 몸을 실은 비전향장기수 박종린(75) 선생의 표정은 착잡함이 역력했다.

평양이 고향인 박 선생은 1959년에 '통일사업'을 위해 남파돼 내려왔다 체포된 이후 1994년까지 35년 동안 철창 아래 묶여 있었다. 남녘땅에서 여생을 보내는 내내 박 선생은 혈혈단신이었다. 6.15남측위 주최로 개최된 이날 행사에서 가족은 물론 일가친척 하나 없이 피끓는 젊음과 노년을 보내고 있는 그의 모습은 삼삼오오 가족단위로 열차를 가득 메운 참가자들 속에서 더욱 쓸쓸해 보였다.

"10.4선언이 지난 1년 동안 이행되었다면 과연 어땠을까, 상상만 해도 벅찬 일인데..."

박 선생은 곁에 피붙이 하나 없는 것보다 새 정부 들어 남북관계가 악화되고 있다는 사실이 더욱 착잡한 듯 했다.

박 선생은 평양에 이 세상 유일한 피붙이인 딸 옥희(49)씨가 살고 있다고 한다. 박 선생의 부인인 노인숙 씨는 1996년 세상을 떠났다고 중국에 있는 형제들에게 소식을 들었다. 남파 당시 100일도 채 되지 않았던 옥희씨를 그리는 아비의 마음이 오죽할까.

그는 "(비전향장기수들은) 화상상봉 같은 기회가 없었고, 주어지지도 않는다. 이산자들 하고 별개로 취급하니까..."라며 씁쓸해 했다.

박 선생은 "북쪽으로 향한 열차가 북에 가까워질수록 고향에 다가간다는 기분에 설레지만, 셀레임이 실현되어야 설레임이 없어질 텐데, 임진각 한계선까지 가서 딱 멈추니까 암담하다"며 고개를 떨궜다. 특히, 2000년 1차 비전향장기수 송환 때 북으로 가지 못한 뒤로 2차 송환에 기대를 걸어왔지만,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 앞이 아득하다고.

박 선생은 그래도 총 10량의 열차에 몸을 싣고 임진각으로 향하는 참가자들을 가리키며 희망을 놓지 않는다.

"비록 10.4선언이 실현은 되지 못하고, 새 정부가 들어서 막고 있다 하더라도, 오늘 참가자들의 열망을 보니 일시적으로 지연될지언정, 기필코 겨레의 열망이 실현되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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