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6 군사 쿠데타가 일어난 지 올해로 40년이 되었습니다. 그 동안 이 사건은 `군사 혁명`에서 `군사 쿠데타`로 평가 절하되었고, 이 사건이 우리 역사에 미친 부정적인 영향을 부인하는 사람은 없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 사건의 뒤를 이었다고 할 수 있는 12.12 군사 쿠데타는 법정에서 단죄되기도 했습니다. 물론 상징적인 처벌 정도에서 멈추었다는 한계는 있습니다만, 그래도 이 사건이 쿠데타라는 것이 국가 권력에 의해서 공식적으로 확인되었다는 점에서, 이 정도 되면 이제 우리 사회에서 군사 쿠데타는 먼 옛날의 전설에 지나지 않으리라고 생각할 수도 있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현실을 가만히 들여다 보면 이런 낙관에 회의가 듭니다. 아직도 5.16 군사 쿠데타를 `군사 혁명`이라고 일컫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런 사람이 있는 정도가 아니라, 우리 사회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가 다음 선거에서 대권 후보가 될지도 모른다는 이야기까지 들릴 정도이니까요. 어디 그뿐입니까? 이 사건의 수괴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을 국민의 정부라고 불리는 현 정부에서 국가 예산을 들여서 기념하겠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의 딸은 제1야당의 부총재이고, 특정 지역에서 무시 못할 기반을 갖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자기가 속한 당의 총재에게 자기 아버지에 대한 평가를 말하라고 압박을 가합니다. 그래도 총재라는 사람은 그저 원칙적인 말만 하면서 쟁점을 피해 가려고 할 뿐입니다. 죽은 제갈공명이 살아 있는 사마중달을 쫓았다고 하는 말이 있지요. 죽은 쿠데타의 수괴가 살아 있는 민주 세력을 몰아내고 있는 것이 오늘의 현실입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입니다. 이런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군사 쿠데타의 본질은 무엇이고, 그것은 왜 일어나는 것인지, 그리고 그것을 방지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역사 속에서 교훈으로 얻어야 합니다. 그러면 지금부터 군사 쿠데타의 원조격인 고려 때 무신 정변을 통해서 이러한 교훈을 살펴보도록 합시다.
 
우리 역사에서 최초의 군사 쿠데타는 아마도 고려 시대에 있었던 무신 정변일 것입니다. 그 이전에도 정변은 여러 차례 있었습니다. 그리고 정변 때마다 군인이 동원되었음도 사실입니다. 고구려의 연개소문이나, 고려의 왕건도 따지고 보면 군인을 동원해서 무력으로 권력을 탈취한 사람들입니다. 그러나 그들이 일으킨 정변을 군사 쿠데타로 보지는 않습니다.

그러한 사건들과 무신 정변 사이에 차이가 있다면, 정변의 주도 세력이 군인일 뿐 아니라, 정변 이후에 군인이 주도하는 통치 구조가 형성되었다는 사실일 것입니다. 무신 정변은 문신 중심으로 형성되어 있던 고려의 정치 구조에서 문신들을 몰아내고 무신들이 정권을 장악한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문벌 귀족이 지배하던 사회 구조를 무신들이 지배하는 사회 구조로 뒤바꾸어 놓았습니다.

문자 그대로 `군사 통치`를 했던 것입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무신 정변이 최초의 군사 쿠데타라고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군사 쿠데타는 일단의 반동적인 군부 세력이 역사를 되돌려 놓은 폭거를 일컫는 것입니다. 무신 정변은 그런 점에서 군사 쿠데타의 원조라고 일컬을 수 있는 것이었습니다.
 
무신 정변의 직접적인 계기가 된 것은 무신에 대한 차별이었습니다. 의종 24년인 1170년 정중부는 왕이 문신들과 함께 보현원으로 나들이 가는 것을 틈타 이의방, 이고 들과 함께 문신들을 모두 죽인 뒤 왕을 내쫓고 그 동생을 왕위에 앉혔습니다. 이 때 문신인 한뢰가, 호위를 하고 있던 무신의 지휘자인 상장군 이소응의 뺨을 때리자 이에 격분한 무신들이 정변을 일으켰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이야기입니다.

상장군이라고 하면 그 때 군대의 가장 큰 조직이었던 군 또는 위를 지휘하는, 무신으로서는 최고의 지위였습니다. 그 시대에는 군대의 최고 지휘관은 문신이 차지했으므로, 상장군은 오늘날로 친다면 참모총장까지는 못 되어도 군 사령관 정도는 되는데 그런 수모를 주었다니 무신 정변이 일어날 만도 했다고 할 수 있겠지요.
 
그러나 이처럼 한 순간의 감정 때문에 흥분해서 무신 정변이 일어났다고 볼 수 있을까요? 정변 뒤에 이들이 일사불란하게 정권을 인수하는 것을 보면 사전 계획이 있지 않았을까 라는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습니다. 또 이들이 상당 기간 정권을 장악하고 있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단순히 차별에 대한 반발로 정변을 일으켰다는 분석은 설득력이 없는 듯합니다. 그렇다면 무신 정변이 일어난 근본적인 원인은 과연 무엇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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