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이지만 알려지지 않은 사람들의 이야기 ‘숨은 그림 찾기’

누구나 한번쯤 ‘숨은 그림 찾기’ 놀이를 해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복잡하게 그려 놓은 그림 속에 숨겨진 물건 찾기는 언뜻 보아선 쉽지 않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생각지도 않은 곳에 자리잡고 있다. 그때 그 물건은 전체 그림과의 조화 속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해 준다. 여기 ‘숨은 그림 찾기’란에서는 이 땅의 민주화와 통일을 위해 어디선가 숨은 그림처럼 나서지 않고 묵묵히 열심히 사는 사람들을 찾아 인터뷰를 통해 소개하고자 한다. / 편집자 주


백두대간을 완등한 6.15산악회 등반대장


▲ 6.15산악회 산행에 나선 김재선 등반대장(가운데). 왼쪽은 이규재 범민련 남측본부 의장.
[사진-통일뉴스 김양희 객원기자]

매달 셋째 주 주말에는 6.15공동선언을 지지하는 이라면 누구나 함께할 수 있는 6.15한마음통일산악회(6.15산악회)가 등산을 하며 몸과 마음을 닦는다.

어린아이부터 고령의 어른들까지 참여하는 행사이다 보니 산악회 등반대장은 참가하는 이들의 체력이나 등반 당일의 날씨 등 여러 가지를 고려해 등산코스와 휴식할 곳, 식사 할 곳 등 종합적인 판단을 해야 한다. 때문에 그저 체력만 좋으면 되는 것이 아니라 등산을 할 산을 손바닥처럼 훤히 꿰뚫고 있어야 한다.

6.15산악회는 4명의 등반대장이 있는데 이런 면에서 단연 눈에 띄는 등반대장이 있으니 그가 바로 경원목재 김재선 대표이다.(그는 예전 금강산에 갔을 때 이름표에 경원목재 대표라고 쓰여 있으니 북측 안내원들이 큰 기업 사장인줄 알더라며 자그마한 사업소니까 그냥 목재소 아저씨라고 써달라고 겸손한 부탁을 했다. 그러나 편의 상 사업소와 직함 그대로 경원목재 김재선 대표라고 적는다.)

일산에 위치한 그의 사무실을 찾으니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형광등을 켜고 끄는 줄에 매달린 6.15한마음통일산악회 회원명찰.

크기도 알맞고 보기도 좋으며 또 혹시라도 누군가 물으면 산악회를 소개하기 위해 매달아 놓은 것인데 아직 아무도 묻진 않았다며 웃는다.

등반대장이다 보니 가장 궁금한 것은 그가 산과 맺게 된 인연.

그는 원래 산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으나 40살이 넘고부터 큰 돈 들이지 않고 즐길 수 있다는 이유로 산에 다니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2002년 우연히 한 산악회원들과 함께 등산을 했는데 알고 보니 한 달에 2번씩 주말을 이용해 백두대간 등산을 하던 팀이었다고 한다.

그렇게 몇 번 백두대간 등반팀과 함께 하다 보니 나중에는 그동안 오른 것이 아까워 끝까지 함께했고 2005년 드디어 백두대간을 모두 올랐단다.

백두산에서 지리산까지 이어지는 한반도의 가장 크고 긴 산줄기, 백두대간. 백두대간은 한반도의 자연적 상징이며 동시에 한민족의 인문적 기반이 되는 산줄기라 한다. 때문에 등산인들 사이에는 백두대간 완등이 동경의 대상이 되곤 한다.

이런 백두대간뿐 아니라 국내 이름난 200~300군데의 산에 올랐다고 하니 단순한 아마추어 산악인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갑자기 산에 대한 생각이 떠오르면 자다가도 일어나 지도를 찾아 이제는 아예 머릿속에 지도가 떠오를 정도라고.

인상 깊었던 금강산

그동안 오른 산 중에 가장 좋았던 산을 물으니 “마른 사람은 마른 사람대로 좋고 뚱뚱한 사람은 또 뚱뚱한 대로 좋은 듯, 사람이 누가 좋고 나쁘고를 따질 수 없는 것처럼 어느 산이 좋은 지 꼬집어 말을 하지 못하겠다”며 “모든 산이 다 좋았다”는 우문현답이 돌아왔다.

그는 그래도 그동안 오른 모든 산들이 기억에 남지만 2006년 새해맞이 행사를 위해 찾았던 금강산이 인상 깊다고 한다.

김 대표는 “직접 북녘 땅에 가보니 우리의 70~80년대를 보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픈 한편 그래도 미국이 60년간 쥐어짜냈는데 그만한 것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금강산에 대한 감흥을 계속 묻자 그는 양심수 후원회 소식지에 실었다는 ‘금강산 산행기’를 건넨다.

눈에 잘 띄는 암벽에는 여러 구호들이 힘찬 글씨체로 깊게 암각된 것이 많이 보였습니다.
전무후무한 세계 최대 깡패 국가인 미국으로부터 60년이 넘게 경제제재 조치와 전쟁위협 등 적대시 정책으로 현재까지 고통 받는 북으로서는 지도자를 신뢰하고 그를 중심으로 똘똘 뭉치는 일체감과 세계 최강의 미국을 상대로 조금도 굴하지 않는 당당함이 저런 구호를 통해 나타나는 듯합니다.
소중한 우리 문화유산 중 역사성과 시대성이 배어있고 예술성이 우수한 적지 않은 마애불들도 전국에 산재해 있고 천하명필의 글씨도 이름 있는 산천에 암각되어 있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천하명산에 그저 ‘나 여기 언제 유람 왔다 갔소’ 하는 징표 정도로 조잡하게 자기 이름 몇 자 새겨놓은 것과 자연훼손 운운하며 비교하는 것은 다른 문제가 아닐까 합니다.

지구와 나이를 같이하고 억겹의 역사를 지켜본 금강산이 볼 때, 조국의 분단은 찰나에 불과할지 모릅니다. 그러나 우리 민족에겐 너무나 큰 고통의 긴 세월입니다.
현재 우리가 안고 있는 정치, 경제, 문화 등 모든 모순의 뿌리는 찾아 거슬러 올라가다보면 분단으로 귀착됩니다. 분단의 원인과 통일의 장애물을 따라 가다ㅗ면 미국과 그 주구들이라는 답을 쉽게 찾아낼 수 있습니다. 그 원인들을 걷어내고 분단의 벽을 허물어야 함은 물론입니다. 버스 갈아탈 일도 없고 휴대전화 맡길 일도 없고 현대 아산이 할 일 없어서 회사가 없어진들 우리 민족끼리 양코쟁이 몰아내고 조국 통일이 빨리 올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겠습니다. (금강산 산행기 중)

그는 금강산 관광이 중지된 것에 대해서도 안타까움을 표했다.

“사실 그 사건은 이렇게 남북문제를 뿌리째 흔들 정도로까지 갈 중대한 사안이 아닌데도 남북관계를 악화시켰다. 아니 어느 누가 자신의 땅도 아닌데 조사하자고 하는 것을 마음대로 요구할 수 있겠는가. 오히려 우리 땅에서 일어나는 미군범죄조차도 수사를 하지 못하면서 말이다.”

책을 좋아하는 산(山)사람

▲ 산만큼 책을 좋아하는 김재선 대표. 그의 사무실에서 포즈를 취했다. 그는 맹자, 대학, 중용, 사서삼경 등 고전을 읽었으며 지금도 아무리 바빠도 정기간행물들을 제외하고 한 달에 2~3권의 책을 꼭 읽는다. [사진-통일뉴스 김양희 기자]

이명박 대통령이 경제에 올인을 하겠다고 하지만 정작 중소기업들은 훨씬 더 살기 힘들어졌다는 말도 건넨다.

그는 “대기업 위주의 정책으로 동네 마트 격인 우리 중소기업들은 모두가 쓰러질 지경이다”며 일부러 그렇게 하려고 해도 그럴 수 없을 정도로 다 말아먹으려고 작정을 했다”고 말했다.

또한 “남북관계가 나아지고 통일이 되면 자영업자들의 삶이 훨씬 윤택해질 것이다”고 덧붙였다.

혹자는 통일이 되면 통일비용이 많아 손해라고 하지만 이윤을 따지는 사업체를 운영하는 사장의 입장에서 보면 통일비용보다 분단비용이 훨씬 높단다.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데 1년이고 10년이고 계속 미국에 비용을 지불, 세금의 30%를 국방비로 사용하고 있는데 이를 복지 예산으로 바꾸면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자들의 삶도 훨씬 나아질 것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는 지난 대선에 절대 이명박을 찍으면 안 된다고 주변인들에게 적극 홍보를 하고 다녔지만 모두 이명박을 찍고 와 지금은 내게와 후회하면서 하소연한다고 할 정도로 소위 보수층이 많은 나이에 사업체를 운영하며 이런 진보적인 생각을 갖는 게 쉽지 않을 터.

그런데 어떻게 이런 생각을 갖고 있는지 물었더니 그는 인터넷 서점 우수 회원일 정도로 책을 많이 읽은 덕분이라고 한다.

맹자, 대학, 중용, 사서삼경까지 다 읽었을 정도로 독서 폭이 넓은 그는 지금도 아무리 바빠도 정기간행물들을 제외하고 한 달에 2~3권의 책을 꼭 읽는다.

최근에는 정관호 선생의 ‘남도 빨치산’을 읽고 양심수후원회의 소식지에 독후감을 올리기도 했단다.

책을 많이 읽다보니 시야가 넓어졌다는 그는 “안동이 양반의 도시라고 하는데 양반이 많은 곳이라면 그만큼 양반을 위해 일을 하는 머슴들도 많았을 것이다”며 “고정관념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한민국 사람은 지하철 인생"

아울러 그는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서 사람들의 사는 모습은 꼭 만원 지하철을 타고 가는 것과 같다고 설명한다.

콩나물시루 같은 지하철에서도 정말 운이 좋은 이는 앉아서 가듯 소위 부모를 잘 만났거나 배경이 좋은 이들은 편히 살고, 그나마 운이 좋은 사람은 중간에 내린 사람의 자리에 앉기도 하고, 운이 없는 대부분의 사람은 계속 서서 갈 수 밖에 없다.

이런 와중에도 일부 몰염치한 사람들은 저 멀리 떨어진 곳에 자리가 났음에도 가방을 던져서라도 앉고 자신의 앞자리가 비었는데도 몰염치한 이들 때문에 자신에게 온 기회도 못 얻고 계속 힘들게 서서가는 사람도 있다.

대부분 양심적인 사람들은 자신에게 온 기회도 얻지 못하고 사는데 아무래도 자신도 그 부류인 듯하다며 멋쩍은 웃음을 짓는다.

양심수후원회원, 범민련남측본부 후원회원이기도 한 그의 꿈은 앞으로 분단으로 인해 반쪽짜리 백두대간 종주를 했으니 빨리 통일이 돼 진부령부터 백두산까지 남은 구간을 꼭 완주해보는 것이라고 한다. 그의 꿈이 빨리 이루어져 북녘의 산에서 펄펄 나는 그의 모습을 보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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