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년 전에 통일이 돼서 단일팀으로 나온 독일과 싸우는 북한을 응원하는데, 우리는 응원단도 단일팀을 못 만드는 상황이 착잡했다."

▲ 최근 민화협 대표상임의장에 복귀해 남측 응원단을 이끌고 베이징에 온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인터뷰는 13일 새벽 응원단 숙소에서 진행됐다. [사진- 통일뉴스 박현범 기자]
'2008 베이징올림픽 코리아응원단'을 <MBC>와 함께 공동 주최한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의 대표상임의장인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12일 북한과 독일 여자축구 응원을 한 뒤 착잡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정 전 통일부 장관은 13일 새벽 남측 응원단의 숙소인 베이징(北京) '춘휘원온천도가주점'에서 한 <통일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공동응원 아닌 이상한 공동응원을 했다"고 씁쓸해 했다.

정 전 장관은 지난해 10.4선언에서 경의선을 통한 남북 공동응원단 파견이 합의된 것을 상기하며 "공동입장을 처음 시작한 시드니올림픽에서 8년 만에 이제 공동응원도 우리 국토를 종주해서 하게 됐다는 데서 역사적 의미가 있고, 이를 계기로 앞으로 남북관계의 업그레이드에 대한 기대를 가졌었다"면서 "신정부 들어서서 남북관계가 경색됐기 때문에 공동응원이 성사되지 못했다"고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을 비판했다.

그는 이번에 민간차원에서의 공동응원을 추진한 것에 대해 "지난해 5월, 민화협 대표단과 한겨레통일문화재단이 공동명의로 북측 민화협에 공동응원 문제를 제기했었다"며 "공동응원을 꺼냈던 당사자로서 자기 말에 책임을 진다고 할까, 그리고 민간차원에서 명맥을 이어야 한다는 차원에서 현장에 직접 왔다"고 전했다.

특히 "당국차원에서는 안됐지만, 민간차원에서 북쪽의 요청이 없더라도 그들의 경기를 응원해 주는 것은 나중에 통일운동사에 있어서 정말 가느다란 연결고리에 불과할지 모르지만, 불씨를 계속 살리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전 장관은 민간차원에서라도 남북관계의 '불씨'를 살려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한편, 정부가 6.15 10.4선언에 대한 입장을 분명히 하지 않는 이상 한계에 부딪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가 6.15와 10.4선언에 대한 공식적 입장을 분명히 하지 않는 상황에서는 민간차원의 관계회복이라든지, 화해협력의 분위기를 이어나가는데 한계가 있다"면서 "오늘(여자 축구경기) 봐라. 우리는 마음을 열고 다가가는데 저 사람들이(북측) 꽁꽁 닫아버린다"고 말했다.

남북관계 회복을 위해 민간이 역할을 하기 위한 기본 조건은 "남쪽 정부가 6.15, 10.4에 대한 이행의지를 밝히는 것"이라는 얘기다.

한편, 정 전 장관은 축구경기에서 북측 응원단의 태도를 지적, "우리가 나타났다는 것은 당연히 자기네 팀을 응원하는 것이고, '고맙다'는 도리가 나와야 한다"며 "북쪽이 매우 잘못하는 것이다. 자기네를 응원하러 온 사람에 대한 감사의 표시를 할 줄 모른다는 것은 그렇기 때문에 국제사회에서 욕을 먹는 것"이라고 강하게 질타했다.

"금강산 관광 이튿날 중단시킨 것은 굉장히 성급한 조치"

정 전 장관은 금강산 관광객 박왕자(53) 씨 피격 사망사건에 대한 남북 당국의 조치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했다.

그는 "(남쪽이) 금강산 관광을 이튿날 중단시킨 것은 굉장히 성급한 조치"라며 "계속 강하게 나갈 수밖에 없는 마지막 수를 둔 것"이라고 지적했다. 북측에 대해서도 "북한도 12일 오후에 외마디 소리 비슷하게 질러놓고는 며칠동안 말 한마디 없이 숨어 버렸다"고 비판했다.

특히 남측 당국이 합동조사단의 모의실험을 통해 피격거리 등을 밝힌 것에 대해 "공동조사를 요구했으면 그 결과로 나와야 할 얘기를 모의실험 방식으로 해 버리니까 북쪽은 공동조사를 받을 이유가 없다"면서 "우리 정부의 대북조치가 모순되고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다.

정 전 장관은 사건이 일어나게 된 배경을 "남북관계가 좋을 때는 약간의 사고가 있어도 살살하라고 하지만, 경직되면 '원칙대로 하라'는 지시가 현지 부대에 내려가게 돼, 현지 부대에서는 그야말로 자기네 원칙대로 하게 돼 있다"고 풀이했다.

이어 "핵심은 남측 정부의 6.15, 10.4선언에 대한 거부이고, 그것이 북쪽의 대남 태도를 경직시켜 결국 금강산에서 자기네 기준에서 원칙대로 대응하게 만들어 무고한 박왕자 씨가 희생을 당한 것"이라며 "일단 6.15와 10.4선언에 대한 입장을 8.15에서 발표를 하면, 물밑접촉을 통해 자연스럽게 풀릴 수 있다"고 금강산 사건과 남북관계 복원의 해법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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