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뉴스> 취재단은 북측 조선륙일오편집사와 민족화해협의회의 초청으로 7월 9-12일 방북해 북한 IT분야 교육시설 등을 참관, 취재했다.
이번 방북취재는 한국언론재단의 후원을 받았음을 밝혀둔다. /편집자 주


북한이 어려운 경제여건에도 불구하고 IT(정보기술) 분야에 힘을 쏟고 있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과연 북에서 IT는 실제로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 자못 궁금하다.

<통일뉴스> 취재진은 지난 9-12일 김책공업종합대학(김책공대) 전자도서관과 인민대학습당, 금성학원과 평양제1중학교 취재를 통해 그 단면을 엿볼 수 있었지만 아쉽게도 산업현장에서의 IT 도입과 활용은 제대로 취재할 기회를 갖지 못했다.

북측 전역에서 가장 모범적인 교육시설들에 해당하는 이곳들에선 생각보다 광범위한 원문 자료들이 DB(Database, 자료기지)화 되어있거나 DB화가 진행중임을 확인할 수 있었고, 특히 DB화 전 과정을 자체의 기술력으로 해결해나가는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이같은 DB들은 북측 내부를 잇는 인트라넷(Intranet, 내부 통합정보시스템)을 통해 전국적으로 공유되고 있었고, 인트라넷을 활용한 원격강의에 힘을 기울이고 있는 모습도 확인할 수 있었다.

인트라넷을 연결하고 있는 광케이블은 언제든지 인터넷과 연결할 수 있지만 아직은 일부 전문 분야에서만 인터넷이 활용되고 있는 사례를 접할 수도 있었다.

방북취재를 통해 확인된 사실들 만을 중심으로 북한 정보화의 현황을 구성해본다.

막대한 원문자료 자체 기술로 DB화 진행중

지난 10일 <통일뉴스> 취재진을 맞은 김책공대 전자도서관 김성일 관장은 “우리 서버(Server, 주된 컴퓨터 시스템)에 지금 현재 1200만건 전자원문이 입력되어 있다”고 소개했다.

“도서관이 완공되기 전에 3년동안 준비하면서 학생들, 박사원생들, 도서관 직원들, 다른 단위도 사회적으로 지원해서” 그 방대한 분량의 자료를 스캔(Scan)해서 입력해 DB화 했다는 것이다.

특이한 것은 스캔 파일의 형식이 PDF 형식 외에도 우리에게는 다소 생소한 CAJ(China Academic Journal) 형식도 널리 적용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정보화 기술과 기기들이 전략물자로 분류돼 유입을 통제당하고 있는 사이 IT분야도 중국이 먼저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으로 추측된다.

김성일 관장은 또한 “저작권 문제가 있으니까 일부는 다른 단위에 가서 라이센스를 돈 주고 산다”며 “2006년 이후에도 계속 입력하고 있다. 새로 들어온 신간, 전자화되지 못한 것은 스캔해서 연결시킨다”고 소개했다.

북측의 가장 대표적인 대학인 김일성종합대학도 도서관 현대화 사업의 일환으로 DB화를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남측 ‘남북경제협력문화재단’(경문협)도 ‘김일성종합대학 과학도서관 현대화사업’에 참여해 일부 장비를 지원했다.

경문협 관계자는 “아직 북측에 서버와 같은 장비는 지원 못하도록 돼 있다”며 “그 외의 맥마운트, 스토리지나 스캐너, 바코드 기계 같은 것을 지원했다”고 말했다.

김성일 관장은 “서로 (DB화)하면 국가적 서브기 낭비가 있다”며 “그래서 우리 고유한 것 따로 있고 (김일성)종합대 따로 있고, 국가적으로 공유시키는 방법으로 운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매일 17세 이상 성인 1만명이 와서 공부한다는 북한 최대의 종합교육시설인 인민대학습당도 전자화, DB화가 한창이다.

인민대학습당 김승기 대외사업실장은 5년전부터 인민대학습당이 보유하고 있는 장서 원문의 DB 구축이 시작됐다며 “3,000만권 장서를 다 하지 않고, 수요가 높은 것, 신간도서 들어오는 것부터 내려가면서, 자료 기지 구축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가까운 몇 해 안에 인민대학습당 도서관을 전자도서관화 할 데 대한 장군님 의도를 집행해나가겠다”고 밝혔다.

특히 “컴퓨터 목록검색 프로그램도 우리 자체로 개발한 것이고, 자료기지 구축 프로그램도 다 100% 우리 자체로 개발한다”고 강조했다.

김승기 실장은 “도서 분류 검색 체계 구축은 다 세계적인 규격화된 통일적으로 된 것을 참고로 해서 하니까 서로 자료기지 구축에서도 호상 교환할 수 있다”며 “자료기지를 같은 자료를 여러 군데서 만들어서 시간 낭비하고 왜 그렇게 해야 하나. 자료의 공유 체계를 세우라. 장군님께서 직접 찍어서 말씀이 계셨다”고 전했다.

김책공대 전자도서관 역시 마찬가지다. 김성일 관장은 “검색프로그램이 문제인데, 이 프로그램을 자체로 짜겠는가 아니면 사겠는가 논의했다”며 “그 때 다른 나라 소스를 사려고 보니까 한 40만 달러 요구한다. 1년에 한 5-6만달러 내서 업그레이드를 요구한다”고 회고했다.

김 관장은 “우리 대학이 역량이 있으니 우리 자체로 한번 짜 보자. 3년간 대학의 프로젝트 준비돼서 개발해가지고 (2006년)1월 4일 돌리기 시작해서 지금까지 크게 (문제)제기된 것이 없다”며 “사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니지만 기본은 우리 자체 역량을 키워야겠다. 그래서 달라붙어 우리가 해봤는데 그 때 고생이 많았다. 애로도 많고”라고 말했다.

또한 “리눅스(Linux)를 우리한테 맞게 보안도 넣고 전반적으로 개조해서 ‘붉은 별’, ‘레드 스타’라고, 현재 그걸 국가적으로 일체 서버기에 100% 쓴다”며 “마이크로 소프트는 배제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말단기도 다 리눅스로 해서 쓴다”고 말했다. 현재 붉은 별은 1.18버전이 나오고 있다고도 했다.

그러나 인민대학습당 PC는 마이크로 소프트사의 윈도우스가 운영체제(OS)로 쓰이고 있었다.

김책공대 관계자는 “완전히 체계화 돼서 마이크로 소프트를 밀어내면서 하려면 프로그램이 믿음성이 있어야 한다. 마이크로 소프트를 안 쓴다는 것이 아니라 점점 밀어내야 한다”며 “우리만 하는 것이 아니고 전국에 ‘홍기’도 있고 많다”고 말했다.

운영체계나 검색프로그램 만이 아니라 글자체 하나도 ‘청봉체’등 자체 개발한 글자체를 사용중이라는 설명이다.

서말 구슬을 꿰는 ‘인트라넷’, 제한적 인터넷 활용도

이처럼 각 단위별로 구축된 방대한 DB를 ‘국가적으로 공유’시키는 방식은 북한 전역에 연결된 ‘인트라넷(망)’이다.

김성일 김책공대 전자도서관장은 “인트라넷은 국가적으로 돼 있고, 빛(광)섬유 케이블로 연결돼 있다”고 말했다. <통일뉴스> 취재진은 인트라넷에 연결돼 있는 김책공대 홈페이지를 들여다볼 수 있었다.

김 관장은 “정보 하부구조를 심화시켜서 국가망하고 (김책공업)대학 본청사에 1기가 빛섬유 케이블이 4선이 들어와 있다”며 “국가망과 연결되고, 교원, 연구사는 여기(전자도서관) 오지 않고 거기(대학 본관)서 자료 보장을 받고 여기는 주로 학생들 위주로 사용한다”고 설명했다.

김승기 인민대학습당 대외협력실장은 “우리 학습당 홈페이지는 ‘남산’이다. ‘광명’은 중앙과학기술통보사 홈페이지다. 인터라넷으로 다 연결돼 있다”고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그는 인민대학습당 전자열람실에서 “(인민대)학습당 홈페이지 뿐 아니라 다른 여러 기관들 과학연구기관들이라든지 각 도 도서관들과 망체계가 연결돼 있다”며 “여러 과학연구기관들과 (김일성)종합대학이라든가 김책공업종합대학이라든가 이런 대학들과도 다 망체계로 연결돼 있어 가지고 우리나라에 있는 자료들과 필요한 자료들을 다 볼 수 있다”고 확인했다.

특히 김성일 관장은 “인터넷은 김책공대에만 되어있다. 그러니까 과학연구, 과학 기술자료에 한해서는 세계 각지에 다 개통돼 있다”며 “광케이블은 물론 연결돼 있다. 중국에서 들어온다. 1기가 이상 받고 있다. 우리 교육국은 백본을 한 본 따로 가지고 있다”고 밝혀 관심을 끌었다.

북한에서도 인터넷이 부분적으로 활용되는 것으로 추측되었지만 김책공대에 과학분야에 한해서 인터넷이 연결돼 실제 활용되고 있다는 것은 처음 알려진 사실이다.

또한 이 인터넷 회선은 교육분야 고유의 백본망(backbone network)인 것으로 확인돼, 그간 남쪽에서 북한의 광케이블 백본망이 각 분야별로 여러 회선이 전국적으로 가설돼있다는 주장이 사실임이 확인됐다.

인트라넷의 진일보, ‘원격교육’

북한 전역의 주요기관들을 연결해 누구나 축적된 자료들을 검색해볼 수 있는 인트라넷은 아직 인터넷이 보편화되지 않은 북에서는 인터넷 대용으로 쓰이고 있지만, 북측이 인트라넷의 활용에 있어서 진일보한 시도를 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그것은 다름아닌 원격교육. 북한도 처음부터 인트라넷을 이용한 원격교육부터 출발한 것은 아니었다.

김승일 관장에 따르면 김일성종합대학이 주관한 ‘텔레비전 방송대학’이 먼저 시도되었다. 그러나 “쌍방향성이 없고, 교원과 학생 교감이 안 된다. 그 다음에 매스컴을 이용하기 때문에 자기가 그 시간에 강의 받지 못하면 받기가 힘들다”는 단점이 있다.

결국 텔레비전 방송대학은 원격교육으로 방향을 전환했다. 지금은 김책공업종합대학 원격교육센터가 국가 원격교육 개발중심으로 돼 있다.

참고로 김책공대에는 정보화 관련 센터가 4개 있는데 △기계번역 계통을 중심으로 한 정보센터 △OS 계발을 중심으로 한 정보과학기술대학 내의 정보센터 △원격교육 컨텐츠를 위주로 한 원격교육센터 △컴퓨터 교육을 담당하는 컴퓨터센터가 그것이다.

김성일 관장은 “제일 문제는 컨텐츠다... 어떻게 하면 그냥 (단말)기상으로 받은 상태에서 이해할 수 있게 해주겠나 그 문제를 중심에 놓고 하고 있다”며 “현재 매 학부에 사이버 대학을 인차(곧) 개설해서 나갈려고 한다”고 전했다.

유명 강사의 녹화 강의도 인기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인민대학습당 김승기 실장은 “여기서는 대학에서 배워주지 않는 새로운 과학기술적 문제를 가지고 강의를 한다”며 “강의하기 전에 TV와 신문 방송을 통해서 인민대학습당에서 진행하는 강의제목과 날짜, 시간 장소, 출연자를 전국에 소개한다. 그것을 보고 희망하는 사람들이 다 와서 참가한다”고 소개하고 “그때 강의에 못 참가했던 대상들도 녹화 강의를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정보화에 관심을 기울이고 전 국가적 차원에서 광범위한 DB를 구축하고 이를 인트라넷으로 연결해 활용하는 한편 원격교육을 확산시켜나가는 추세는 방식은 달라도 남측도 거쳤거나 진행중인 정보화 과정과 유사한 측면이 많았다.

다만 북은 국가적 차원에서 대규모의 DB구축을 집중적으로 진행한다든지 각 분야별 광케이블망이 별도로 구축된 점, 인터넷이 아직 제한된 영역 외에는 연결되지 않은 점 등이 다른 점이라 할 수 있다.

<통일뉴스> 취재진이 평양 현지에서 인터넷 이메일을 통해 기사는 물론 사진까지 매일 생생한 소식을 전할 수 있었던 경험도 정보기술의 발달이 남북 간의 거리를 좁힐 수 있는 위력적인 도구임을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2012년 강성대국을 향해 전 국가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북한이 전략적으로 IT분야에 힘을 쏟고 있음이 분명해 보인다. 앞으로 IT분야에서의 남북간 교류협력이 현실화 된다면 어느 분야보다도 유망한 협력분야가 될 것이라는 전망을 가져도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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