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뉴스> 취재단은 북측 조선륙일오편집사와 민족화해협의회의 초청으로 7월 9-12일 방북해 북한 IT분야 교육시설 등을 참관, 취재했다.
이번 방북취재는 한국언론재단의 후원을 받았음을 밝혀둔다. /편집자 주


북한이 IT(정보기술) 분야의 발전을 통한 경제대국으로의 ‘단번 도약’을 도모하면서 가장 역점을 둔 것은 역시 IT 인력양성, 즉 IT 교육이다.

북 IT 현황을 취재하기 위해 지난 9-12일 방북한 <통일뉴스> 취재단이 둘러본 김책공대 전자도서관, 금성학원, 평양제1중학교, 인민대학습당은 이같은 북측의 의도를 짐작할 수 있는 곳들이었다.

아직 북측 IT 교육체계에 관해 상세한 정보가 없고 <통일뉴스> 취재단 역시 제한된 시간 내에 제한된 시설만을 취재했기에 전모를 온전히 그려내기는 어렵지만 확인된 사실들을 모자이크 짜맞추듯 추적해 본다.

영어.컴퓨터 조기교육 강화

먼저 북측 IT 교육의 특색은 조기 교육과 영재 교육에 방점을 찍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북한은 오는 9월, 즉 2008년 2학기부터 소학교 3학년(만 9살)부터 컴퓨터와 영어 교육을 실시한다. 기존 중학교부터 실시하던 데서 2년 앞당긴 것이다.

참고로 북한 교육체계는 유치원 2년, 소학교 4년, 중학교 6년, 대학 4년(~6년)이 기본체계이고, 유치원 높은반부터 소학교, 중학교 기간인 11년이 의무교육 기간이다.

평양제1중학교는 이번 취재 결과 이미 2001년부터 소학반(초등반) 3년부터 컴퓨터와 영어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음이 확인되었다. 7년 전부터 시범적으로 조기 컴퓨터와 영어 교육이 적용되고 있었던 셈이다.

금성학원 중학반 6학년 최경일 학생은 ‘언제부터 컴퓨터에 관심을 갖게 됐느냐’는 질문에 “소학교 4학년때 부터다”고 답하기도 했다.

컴퓨터 과목 교육시간은 소학교가 45분 수업을 기준으로 1주일에 1-2시간 수준이다. 중학교부터는 본격적인 교육이 이루어지며 1주일에 5-6시간 정도로 영어 4시간보다도 많다.

주당 5-6시간이면 중학생들이 평균 매일 1시간 정도씩 컴퓨터 교육을 받는 것으로, 북측이 컴퓨터 조기교육에 얼마나 주력하고 있는지 확실히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금성학원 라일국 부원장은 “어린 나이에 IT기술을 배워주니까 애들이 빠르다”고 조기교육의 성과를 평가했다. 평양제1중학교 김정현 대외사업당담 교원은 조기교육에 대해 “지금 성과가 좋다. 어린 시기부터 배우니까 빨리 받아물고(받아들이고), 영어도 그렇고 컴퓨터도 그렇고 학생들이 잘 따라 가고 있다”고 전했다.

수재 양성 교육에 집중

또한 이미 널리 알려진 북한의 수재(영재)양성 교육체계에 대해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통일뉴스> 취재진이 찾아간 금성학원과 평양제1중학교의 경우 전국 각지의 수재들이 모여드는 곳이다.

평양제1중학교 김정현 대외사업당담 교원은 “1984 년 9월 1일부터 전국적으로 제일 공부 잘하는 학생들을 선발해서 공부시키는 수재 학교로 됐다. 이때부터 수재교육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각 도마다 제1중학교가 있고, 평양에는 평양제1중학교 외에도 동평양제1중학교, 모란봉제1중학교, 창덕학교가 있다. 금성학원은 예술분야 전문학교였지만 2001년부터 전국적으로 컴퓨터 수재들을 뽑아 유명세를 날리고 있다.

금성학원이나 평양제1중학교와 같은 수재들이 모인 학교는 IT 교육을 위한 시설도 잘 갖춰져 있다. 컴퓨터 실습실에는 펜티엄 4급 컴퓨터와 LCD 평면 모니터를 구비하고 있었다.

김정현 교원은 “전국적인 본보기로 해서 (컴퓨터 시설이) 다 갖춰져 있다”며 “우리 학교는 김정일 장군님의 배려로 새로운 수준의 컴퓨터가 나오면 국가적인 투자를 통해 교체하고 있다”고 말했다.

어린 수재들을 교육시키는 교원들 역시 상당한 수준의 IT 능력을 갖추고 있다.

이번 취재를 통해 수재 양성학교의 교원들은 교육에 필요한 프로그램을 자체 제작해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 “물리.수학 담당 교원들은 기본적으로 프로그래밍 정도는 다 한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교원들이 자체적으로 자질 향상도 많이 하고, 교육성 산하 기관에 가서 재강습도 받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같은 조건에서 수재교육을 받는 학생들의 실력은 비범할 수 밖에 없다. 평양제1중학교에서 생물을 가르치고 있는 의학대학 퇴직교수 김민우 교원은 “우리학교 학생들 생물학 실력이 대학부 생물 전공반의 2학년 정도의 기초 실력을 가지고 졸업한다”고 말했다.

수재로 분류된 학생들은 컴퓨터나 예능 등 해당분야에 대해 집중적인 교육을 받는다. 금성학원 김태하 부원장은 IT 분야의 중학생 수재의 경우 “월부터 토요일까지 하루에 다섯 시간 정도”의 정규 수업에서 “일반 기초과목과 함께 컴퓨터 과목들, IT관련 과목들을 수업을 한다. 절반 정도다”고 말했다.

1주일에 30시간 가량의 정규교육 중 절반, 그러니까 주당 15시간 정도를 IT관련 과목들을 배우는 셈. 여기에 더해 정규 수업을 마친 뒤 컴퓨터 실습실에서 ‘다지기’(복습)을 한다.

지난 10일 취재진이 찾은 금성학원에서는 중학교 6학년 학생들이 그날 배운 설계프그램인 ‘마야 7.0’을 이용한 프로그래밍을 복습하고 있었다.

금성학원에서 컴퓨터 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박룡길 교원은 “어린 나이에 IT기술을 배워주니까 학생들의 학습속도가 빠르다”며 “능력이 좋은 학생들은 가르치지 않아도 스스로 습득해서 앞서가기도 한다”고 말했다.

금성학원 해설강사는 “(금성학원은)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김일성 훈장을 수여받은 3중영예 붉은기 학교”라며 “많은 명예칭위 소유자 학위학직 소유자들을 배출했다”고 자랑했다.

수재교육의 성과는 ‘전국 프로그램 경연 및 전시회’에서 확인된다. 평양제1중학교의 경우 지난해 9월 경연에서 수학, 물리 분야 프로그램 등으로 학생 2개 부문에서 1등, 교원 3개 분야에서 1등을 휩쓸었다.

평양제1중학교에서는 ‘콤퓨터 수재양성기지를 튼튼히 꾸리고 모든 학교들에서 컴퓨터교육을 널리 하여야 합니다. - 김정일’이라고 적히 구호가 눈에 띄었다.

3가지 대학교육 코스와 ‘세계적 학자로 키우는 과학센터 교육’

북한의 IT 분야 수재교육은 대학교육으로도 체계적으로 이어진다.

이과계통의 선두주자로 꼽히는 김책공업종합대학의 김성일 전자도서관장은 “김일성종합대학, 김책공업종합대학은 전국적 규모에서 시험쳐서 수재양성 위주로 추려 모은다”며 “우리는 정보교육과 관련한 통로가 3개다”고 밝혔다.

3가지 통로는 △금성중학교 등 정보교육 전문 중학교를 거쳐 김책공대로 오는 체계 △일반 중학교 교육을 받고 김책공대에 와서 정보교육을 받는 체계 △김책공대에서 다른 분야를 전공하면서 정보교육을 받는 체계이다.

김성일 관장은 “국가규정이 그러니까 의무교육 6년을 줄일 수 없어, 금성교육은 대학교가 한 2년을 잡아 당겨, 대학에 와서 2년을 다닌다, 18-19살 이런다”고 말했다. 전문 중학교 과정 중에 있는 수재도 대학에 미리 데려와 2년정도 조기 교육을 시키고 있다는 뜻이다.

<통일뉴스> 취재진이 찾은 김책공업종합대학은 2개 단과대학과 14개 학부(사실상 단과대학)를 갖추고 있지만 재교육학부와 스포츠학부를 제외하면 모두 공과계열이다. 그중 ‘정보과학기술대학’(학장 류순렬)이 바로 IT분야 인재양성의 산실이다.

김성일 관장은 “정보과학기술대학이 2,500명 규모”라고 밝혔다. 특히 최고의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대학답게 정규 대학과정 위에 학사반 3년, 박사반 2년이 개설돼 있다고 설명했다.

김 관장은 “우리 공화국 교육에서는 과학센터 교육이라고 해서 그(박사반) 위에 또 있다”고 새로운 사실을 밝혔다. “ 우리나라 계응상이라든가 리승기 같은 이런 급의 세계적인 학자로 키우자. 연한이 정해져 있지 않고 국가적인 연구과제가 떨어지면 그걸 집행함으로써 코스를 통과하는 것으로 돼 있다”는 것이다.

이를 종합해보면 <소학교 4년부터 컴퓨터 교육(주1-2시간) -> 금성학원 등 전문중학교 정보교육(일5-6시간 중 절반, 방과후 복습), 혹은 일반 중학교 정보교육(주5-6시간) -> 김책공대 정보과학기술대학 등 대학교육(중학교 조기교육대상자 포함) -> 학사반(3년) -> 박사반(2년) -> 과학센터(국가적 연구과제)>로 요약된다.

정보교육 전문대학으로는 평양컴퓨터기술대학과 함흥컴퓨터기술대학, 평양리과대학 등이 있으며, 각 대학에도 컴퓨터 관련 학부나 학과가 개설돼 있다. 그러나 수재교육과 전문교육과 같은 돋보이는 엘리트 교육체계 외에 일반 교육과정에 대해서는 제대로 취재된 바는 없다.

“인민대학습당은 근로자들의 평생종합대학”

북한 IT 교육에서 또 하나의 특징은 대학 졸업후 재교육 체계이다.

전자열람실이 갖춰져 있는 인민대학습당의 황순희 해설원은 “대학습당은 근로자들의 평생종합대학이라고 말할 수 있다”며 “일하다가도 배울 수 있고, 한가지 만 아니라 다 배울 수 있고, 전문가 상담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황순희 해설원은 “서가 장서 능력은 3천만부, 열람식 강의실 비롯 600개의 방, 좌석수는 6천여석이다. 매일 평균 1만여 명이 와서 공부한다”고 자랑했다.

인민대학습당 김승기 대외사업실장은 “여기서는 대학에서 배워주지 않는 새로운 과학기술적 문제를 가지고 강의를 한다”며 학습당에서 진행하는 강의형식 중 하나가 현장 과학자, 기술자를을 위한 재교육 강의다. 재교육 강습을 과학 부문별로 2달씩 정기적으로 조치하고 있다”고 전했다.

인민대학습당에서 실시하는 재교육 강의는 2개월을 단위로 이루어지며, 주간과 야간 강의로 진행되고, 야간 강의는 오후 4시부터 시작한다. 이들의 숙식을 위한 ‘과학자 여관’도 별도로 마련돼 있을 정도다.

인민대학습당 외에도 교육성 산하 기관에서 재강습을 받는 경우도 있고, “예전보다 컴퓨터와 관련된 재강습을 많이 한다”는 소식도 들을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김책공업종합대학 전자도서관의 경우도 대학생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김성일 관장은 “우리가 현재 국가적, 지역적 거점으로 활동한다. 우리 김책공대에만 한하지 않고 주변, 서부지구 아무데서나 다 온다”고 말했다. 김책공대 전자도서관은 전자열람실 470석을 비롯해 동시에 2000명을 수용할 수 있다.

대학도 재학중인 대학생들 외에 지역적, 국가적 정보교육 거점으로 활용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소학교 학생에서 일반 사회인에 이르기까지 북한의 IT 분야 교육은 전 국가적 차원에서 체계성을 갖춰 진행되고 있고, 여기서 배출된 IT 인력의 축적된 양과 질이 만만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그동안 IT분야에서 남북협력사업을 진행해온 남측 IT 기업체 관계자들은 한결같이 북한의 IT 인력이 풍부하고 우수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그러나 북측 IT 인력은 자본주의 시장에 접할 기회가 없었던 점이 단점으로 꼽히고 있다.

향후 북한이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되는 등 대외적 봉쇄조치가 풀리고 외부세계와의 교류가 넓어질 경우, 북한 IT 인력이 경제강국으로의 ‘단번 도약’을 위한 소중한 발판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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