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태환 (전통일연구원 원장/ 미국 이스턴 켄터키 대 명예교수)


I. 문제 제기

금년 2008년이 정전협정 체결(1953.7.27) 55주년을 맞이하는 해이다.
정전체제는 한반도에서 반 세기 이상동안 불안정(unstable)한 평화를 유지하였다. 그러나 아직도 한반도에서 정전협정을 대체하는 평화조약(peace treaty)을 위한 법적.제도적 장치가 없다. 다른 말로 표현하면 한반도에는 남북간 화해와 협력의 대북정책으로 6.15공동선언(2000년)이후 사실상 남북간의 평화공존체제를 유지하지만 아직도 전쟁상태에 놓여있다. 그러나 북 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 (북한의 비핵화)과 함께 이제 한반도에서 불안정한 정전체제를 대체하는 한반도 평화체제의 구축문제가 핵심이슈로 등장하고 있다.

부시의 대북 강경정책의 부산물로 미국이 북한의 고농축우라늄 존재여부를 놓고 2002년 10월 이후 제2 북핵위기가 발생하였다.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6자회담(미.중.일.러.남북한)이 개최되었고, 제4차 6자 회담에서 합의한 9.19공동성명(2005), 이를 이행하기 위한 2.13합의(2007)와 10.3합의(2007)로 북핵 불능화와 신고가 오랜 진통 끝에 만족할 만한 수준에서 성공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그 다음 핵 신고 검증과 핵 폐기 단계에 진입하게 되고 더 많은 진통과 지루한 협상을 통해 궁극적으로 한(조선)반도의 비핵화가 실현될 것으로 보인다. 9.19공동선언의 제 4항에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직접 관련당사국(미.중.남북한) 간 별도의 한반도 평화포럼을 개최하기로 6자가 합의했다. 이에 따라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4자간 한반도 평화포럼 이 곧 개최되어 4자 협상이 활발하게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이명박(MB) 정부는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이 국정과제 우선 순위에서 뒤로 밀리고 있어, 조속히 MB정부가 향후 개최될 4자간 한반도 평화포럼를 위한 구체적인 로드맵을 준비 해야 할 것이다. 이제 MB정부는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추진방향, 단계별 추진전략 그리고 액션 플랜(action plan)을 제시해야 하고, 북핵 폐기 단계에 진입함에 따라 이제 MB정부가 구체적으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방안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도움이 될 것을 기대하면서 필자의 한반도평화체제 구축 구상을 이 글에서 제시하고자 한다.

II. 한반도 평화체제구축의 장애요인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문제는 남북한 간에 해결해야 할 주요쟁점인 동시에 국제협력을 통해서 풀어야 할 국제문제임을 명심해야 한다. 한반도 평화체제란 무엇을 의미하는지 먼저 개념부터 살펴보자.

평화는 요한 갈퉁이 지적했듯이 적극적 평화와 소극적 평화로 구분된다. 소극적 평화(negative peace)란 전쟁이 없는 상태이고 적극적 평화(positive peace)는 전쟁뿐 아니라 전쟁의 원인이 될 수 있는 국제분쟁과 갈등의 구조적 요인을 제거하고 평화적으로 분쟁을 해결하려는 프로세스를 의미한다.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peace regime building)은 두 개념을 포함한 포괄적인 개념으로 한반도 평화 관련 당사자들이 한반도에서 전쟁의 요인을 제거하고 상호불신과 적대관계를 상호간의 상생과 공영의 관계로 전환하기 위한 국제적 합의, 원칙, 규범, 실천기구 등을 의미한다.

노무현 전 정부는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주요한 국정과제로 제시하였고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그러나 참여정부가 발간한 두 권의 자료, 통일부(2003.3)의 『참여정부의 평화번영 정책』과 국가안전보장회의(2004.3.1)의『참여정부의 안보정책구상: 평화번영과 국가안보』를 살펴보면, 평화체제 구축(peace-regime building)을 위한 참여정부가 제시한 추진방향, 단계별 추진전략 및 향후 과제 등 원칙만을 제시하였고, 5년간 구체적인 로드맵을 제시하지 못한 채 참여정부가 막을 내렸다.

참여정부는 한반도 평화체제구축을 다음과 같이 정의했다. "한반도 평화 체제 구축이란 지난 50년간 한반도 질서를 규정해온 불안정한 정전상태가 평화상태로 전환되고, 안보와 남북 및 대외 관계 등에서 이를 보장하는 제도적 발전이 이루어진 상태를 의미합니다"(『참여정부의 평화번영정책』, 통일부, p.14). 그리고 국가안정보장회의(NSC)는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이란 "6.25전쟁의 유산으로 형성된 정전체제를 평화가 확고히 보장되는 평화체제로 전환하는 것이."(『참여정부의 안보정책구상: 평화번영과 국가안보』, 국가안전보장회의, p.36). 다시 말하면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대체하고 국제적 보장이 이루어지면 법적.제도적으로 평화체제가 마련된 것으로 간주한다라고 되어있다.

필자의 견해로는 구체적으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프로세스는 3가지 특징을 갖고 있다. (1)55년간 지속되어온 정전협정을 법적으로 한반도 평화조약으로 대체하여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하는 것이고 (2)이런 평화프로세스에서 남북한 차원에서 남북간 실질적인 군축과 신뢰구축이 이뤄지고 (3)국제적 차원에서 한반도 냉전체제가 해체되고 한반도평화를 보장하는 국제규범과 보장 등 법적.제도적 장치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peace regime building)으로 정의하고자 한다.

분단된 한반도에는 국제법상 두 개의 주권국가가 존재한다. 남쪽에는 대한민국(ROK)이 있고 북쪽에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DPRK)이 있다. 이들 두 국가는 유엔 회원국이고 상이한 이념,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체제가 존재하며 동일한 민족이면서도 동질성 보다는 이질성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 한반도에는 하나의 민족 속에 두 주권국가가 존재하며 남북한관계의 특수성을 갖고 있는 유일한 지역이다.

한국전쟁 종전이후 현재까지 한반도 평화정착의 걸림돌로 작용하는 구조적 요인을 간단히 살펴보고자 한다. 첫째로, 남한과 북한의 두 체제간 상호불신이 팽배하고 상호 신뢰가 부재하며 더욱이 남북한 사이에 존재하는 상호 적대감과 군사적 대치상태에 놓여있으며, 특히 비무장지대(DMZ)는 양측이 1백만 이상 군대가 배치되어 세계에서 가장 중무장한 지역으로 남아있다.

둘째로, 남과 북이 평화체제 구축에 대한 상이한 접근을 하고 있다. 북한은 미 제국주의자 들을 한반도로부터 모두 축출해야 하고, 한미군사동맹을 철폐하고, 주한미군을 철수시키고 정전협정을 대체하는 북미 평화협정이 체결해야 한반도평화가 온다고 주장한다. 반면에 남한은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고 북핵 문제를 평화적으로 풀고, 남북협력을 통한 한반도 긴장완화 후 남북평화협정을 체결하고 미국과 중국이 보장하면 평화가 온다고 주장한다.

셋째로 한반도 평화협정의 당사자 문제에도 이견이 있다. 북한은 1974년 이후 일관성 있게 북.미 평화협정체결을 원하고 있고. 남한은 2(남북평화협정) + 2(미.중 보장) 방안을 주장하고 있지만 미국과 중국은 정전협정을 다자간 평화협정으로 대체하길 원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남북이 다자간 협정체결에 대해 지지를 표시하였고, 2007년 10.4 남북정상회담 공동선언에서 당사자 문제에 합의하였는데 즉 미. 중. 남북한 4자 정상회담에서 종전선언을 하기로 합의하였다.

한반도 평화체제구축을 위한 두 가지 접근(two approaches)

이 글에서 한반도 평화체제를 어떻게 구축할 것인가에 대한 접근은 남북한 차원과 국제적 차원에서 두 가지 접근을 통해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한다.

첫째로, 남북한 차원에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과정에서 남북한이 주도적 역할 (leading role)을 해야한다. 남과 북이 이미 합의한 남북간의 합의서와 약속을 성실히 준수하겠다는 의지와 결단이 있어야 한다.

한반도 평화를 위해 남북한이 ‘남북 사이의 화해와 불가침 및 협력에 관한 합의서’(남북기본합의서)를 1991년에 서명하고 1992년 발효했으나 현재까지 본 기본합의서가 실천.이행이 안 되고 있다. 남북기본합의서 제5조와 불가침조항(제9조-14조)이 이행되면 정전상태에서 평화상태로 전환될 것이고, 남북한간 군비통제 및 군사신뢰구축이 실현될 것이다. 그리고 제 1차 남북정상회담에서 공포한 6.15공동선언(2000)과 제2차 남북정상회담에 합의한 10.4선언(2007)도 남과 북이 성실하게 실천.이행하면 한반도 평화체제구축 프로세스는 지속될 것이다.

둘째로, 국제적 차원에서 한반도 문제의 해결은 관련 당사국들의 국제적 협조가 필요로 하는 국제적 사안이다. 1953년에 체결한 정전협정은 북한, 중국, 미국(유엔대표) 장성들이 서명한 다자간의 국제협정이었다. 향후 정전협정을 대체하는 한반도 평화조약은 다자간 국제조약이 되어야 마땅하다.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1990년대 말 관련 당사자인 미.중.남북한이 6차례에 걸쳐 4자회담(1997-1999)을 개최하였지만 북한은 주한미군 철수와 북미평화협정 두 개 안건 채택을 고집하여, 결국 4자회담은 의제(agenda) 설정도 못하고 현재 교착상태에 빠져있다. 그러나 4자회담에서 평화체제위원회와 긴장완화위원회 두 개의 위원회 구성에 합의한 것은 성과로 본다. 그리고 4자 회담을 통하여 한반도 평화조약의 당사자는 4자로 확인되었다.

향후 한반도 평화포럼이 개최되면 한.미 군사관계에도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과정에서 유엔군사령부(UNC) 해체문제와 주한미군의 역할변화가 핵심쟁점으로 부상될 것으로 보인다. 북 핵 폐기가 순조롭게 진행됨에 따라 북미.북일 관계의 정상화 회담이 진전되면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프로세스도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III.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의 3단계 구상 개요

필자의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3단계 구상은 앞에서 논의한대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두 가지 접근을 바탕으로 남북이 주축이 되어 추진함은 물론 아래와 같이 몇 개의 가정을 전제로 하였다.

첫째, 북한 핵 문제를 평화적인 방법(양보, 타협, 외교협상)으로 해결한다. 북핵 비핵화 프로세스는 지속적으로 추진한다. 둘째, 북한의 현 체제가 유지되면서 북한은 서서히 개혁.개방의 폭과 속도를 진행시킬 수 있도록 국제사회가 돕는다. 셋째, 남북한간 화해, 협력, 평화 프로세스는 지속된다. 넷째, 미국은 일방적으로 대북 선제공격을 포함한 핵무기나 재래식무기를 이용한 무력사용을 하지 않는다. 핵 폐기 단계에서 북미관계의 정상화 프로세스가 지속된다. 다섯째, 단기적으로 동북아 지역체제가 현상태로 유지된다(예, 미.중 협력체제 유지, 대만,중국 현상태 유지,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 비확산 등). 그리고 여섯째, 북한 주장 (북.미간 평화협정)과 남한 주장(남북 평화협정)을 향후에 개최되는 4자간 한반도 평화포럼에서 논의하여야 하고 4자(남북한, 미.중)가 체결하는 '한반도 평화조약'(A Korean Peninsula Peace Treaty) 속에 부속합의문 형태로 포함되어야 한다.

한반도 평화체제구축 구상은 3시기로 나눠 4자가 장기적으로 확고하고, 일관성 있는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필자는 아래와 같이 향후 12년간 장기 로드맵을 여기에 제시해 보고자 한다.

먼저 단기적으로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이 전제가 되어야 한다. 북한의 비핵화과정에서 반드시 순차적이 아니라 하더라도 다른 단계로 진입이 가능하다.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릴지 모르겠지만 북핵 불능화와 신고 단계가 성공적으로 이뤄지면 중기적으로 9.19공동성명에 따라 4자간 한반도 평화포럼이 개최되어 남북간 군축 및 평화 레짐(peace regime)의 법적.제도적 장치를 준비하는 단계이고, 장기적으로 한반도 평화조약체결과 함께 북미.북일 외교관계의 정상화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중기와 장기의 시간 개념상 차이 때문에 동시 병행추진도 가능 할 수도 있다. <표-1 참조>

<표-1> 필자의 한반도평화체제 구축구상 로드맵
 
               관련국가
단계별현안
문제해결
북한
국제사회(5개국+)
 
 
 
 
 
 
 
 
 
 
 
 
【단기】
한반도비핵화 3단계
로드맵
1 단계: 북핵폐기준비 (북핵
시설폐쇄와불능화/ 농축우라늄
신고)
 
o 모든핵활동,시설폐쇄.
핵신고(핵무기, 핵물질의생산, 이전, 실험중지; 5MW 흑연감속로및방사화학실험실가동중단;50MW, 200MW 원자로건설중단) 
o NPT/IAEA 안전협정복귀 
o 고농축우라늄(HEU)포기선언 
o 4자한반도평화포럼개최
o 5개국의중유공급제공
o 한국, 대북송전설비착공
o 경수로제공논의협의
o 북.일및북.미접촉개시
o 대북경제지원협의
o 검증절차합의
o 4자한반도평화포럼
개최
2단계:북핵시설
불능화완성
o 북핵시설불능화완성
o IAEA 사찰(과거핵활동
포함) 
o 5MW흑연감속로및관련시설    폐기
o  4자간종전선언 논의
 
 
 
O 경수로건설재개(신포혹은타지역확정) 합의
o 신고및폐기작업검증
o 북.일, 북.미수교협상
o 5개국의잠정안전보장문서보증
o  4자간종전선언논의 
3 단계: 핵폐기/ 비핵화보장합의문체결
o 핵폐기 (흑연감속로관련시설;핵물질및핵무기; 농축우라늄물질및관련시설의폐기)
o 6자간한반도비핵화보장공동합의문체결/UN 사무국등록
  o 한반도평화체제포럼합의문논의 
o 대북안전보장문서화 
o 한국, 200만KW 대북송전 
o 경수로건설재개 
o 북미북일관계정상화서명 
o 6자간한반도비핵화공동합의문체결/UN 사무국등록 
 
 
 
【중기】
한반도평화포럼/
남북기본합의서실천이행/
4자회담재개
한반도평화포럼/
4자회담재가동과 WMD문제해결/
군축의 준비단계 
 
 
 
 
o 남북정상회담의정례화추진
o‘남북기본합의서’/‘한반도비핵화공동선언’의   재확인및수정. 보완
o 미사일수출중단및장거리미사일개발배치의중단
o 한반도평화포럼 /4자회담(남북한. 미. 중) 재개
o WMD 수출금지및폐기비용부담
o 북.미북.일외교관계정상화협상
o 주한미군 (USFK)의재조정및유엔군
사령부(UNC)해체
【장기】
한반도평화
체제구축완성
4자(남북한,미.중) 한반도평화조약
체결
o 북.일외교관계정상화
o 미.북외교관계정상화 
o 대규모대북경제지원 (북한판마샬플랜) 제공
o 4자간 ‘한반도평화조약’
(남북평화합의문과 
미.북및한.중평화합의문) 체결
o  4자가서명하고 UN안보리가추인한‘한반도평화조약’을 UN사무국에등록. 한반도평화체제의법적. 제도적장치완료
o 동북아안보. 경제   협력제도화
 
그러면 각 시기. 단계마다 구체적으로 관련 당사자들이 해야 할 액숀 플랜(action plan)을 살펴보자.

Ⅳ. <단기> 북한의 비핵화

먼저 단기적으로 한반도에서 비핵화가 실현되어야 한다. 6자회담에서 9.19공동선언(2005), 2.13합의(2007) 그리고 10.3합의(2007)에 따라 북핵 폐기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3단계로 나눠 실행하기로 6자간 합의가 있었다. 1단계(북핵 폐쇄)- 2단계(북핵 불능화와 핵 시설/프로그램 신고)- 3단계(핵 폐기와 비핵화 실현) 순서로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이 현재 진행 중에 있다.

그리고 북한의 6.26 핵신고(2008)로 인해 한반도 비핵화 실현이 가속화 되고 있다.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6자가 합의한 사항을 어떻게 이행 할 것인지에 관한 필자의 북한의 비핵화 로드맵의 3단계 (three phases)를 살펴보자.

6자회담의 일차적인 목표는 한반도 비핵화의 실현이다. 그동안 미국 등이 요구했던 북한의 모든 핵무기 및 현존 핵 프로그램의 포기 (abandoning all nuclear weapons and existing nuclear programs)와 북한이 주장했던 그에 상응하는 보상, 즉 경제제재 철회와 대북 에너지 제공, 경제지원, 군사적 안전보장이 한반도 비핵화의 이행 로드맵에 포함되어야 한다.

9.19공동성명의 모호성 때문에 여전히 북한과 한국, 미국간에는 비핵화의 순차(sequence)를 놓고 이견이 존재하였다. 첫째는 ‘공동성명’의 최종목표인 핵 폐기와 북미, 북일 국교정상화의 시점 문제이고, 둘째는 대북 경수로 제공 시점과 북한의 NPT 복귀시점과 IAEA 혹은 다자 핵 사찰 시점 문제가 향후 6자회담에서 핵심 쟁점이 될 것이다.

필자의 북한의 비핵화 3단계 이행 로드맵
북한의 비핵화 과정에서 9.19 공동선언의 이행 로드맵에는 세부적으로 비핵화3단계 (핵 폐기준비단계, 실천단계, 완전폐기 단계)로 나누어 검토하고자 한다. <표-1> 에서 그 동안 진행되었던 한국, 미국과 북한의 합의사항을 토대로 필자가 타협안으로 한반도 비핵화의 이행 로드맵을 3단계로 나누어 제시한 것이다.

1단계(1st Phase) : 북핵 폐기 준비단계

먼저 북한은 현재 소유하고 있는 모든 핵무기와 핵 프로그램을 완전하고 검증할 수 있는 핵 신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기초 신고는 핵무기, 핵 물질의 생산, 이전, 시험중지와 5MW 흑연 감속로 및 방사 화학 실험실가동중지 와 50MW, 200MW 원자로 건설중단 등을 포함한다. 그리고 모든 핵 활동을 폐쇄(shutdown)해야 한다. 그리고 북한이 고농축 프로그램의 존재를 부인하고 있기에 향후에도 농축프로그램을 가지지 않을 것을 공약하는 포기선언을 해야 한다. 농축프로그램 포기선언과 동시에 검증절차도 밞아야 한다. 북한은 NPT와 IAEA 안전협정에 조속히 조건 없이 복귀해야 한다.

9.19공동성명의 제5항에 의거하여 '동시행동원칙'에 따라 다른 5개국은 대북 중유공급 제공, 경수로 제공 논의를 협의하고, 북.일 및 북.미관계 정상화를 위한 외교 접촉을 개시하고, 대북 경제지원 협의와 검증절차에 대한 합의가 필요하다. 특히 한국정부는 북한에 약속한 대북 2백만KW의 전력 공급을 위한 협의와 대북송전설비 착공 준비를 위한 협의도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북한과 다른 5개국이 취해야 할 조치들이 동시행동원칙에 입각하여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

2단계(2nd Phase) : 핵무기와 핵 시설의 폐기 실천이행

북한은 5MW 흑연 감속로 및 관련시설의 폐기 합의.실행하고 IAEA는 과거 핵 활동을 포함한 사찰과 검증을 해야 한다. 5개국은 잠정안전보장을 문서로 보증하고, 북한이 신고한 품목을 검증하고 폐기작업을 시작하며, 그리고 그 동안 중단된 신포 경수로 건설을 재개하든지 혹은 새 경수로 건설에 합의해야 한다. 신포 경수로 건설은 KEDO 사업이 아닌 6자틀 속에서 KEDO 구성원을 포함한 새로운 조직으로 출범하여 신포 경수로 건설을 재개하는 것이 경제적 측면에서 바람직하다. 더욱이 이 단계에서 북.일, 북 미 수교협상을 시작하여 협상을 종결하는 단계가 됨이 바람직하다.

3단계(3rd Phase) : 한반도 비핵화 보장 합의문 체결

흑연 감속로 관련시설, 핵 물질과 핵무기, 농축우라늄물질 및 관련시설을 완전 폐기하고 6자간 한반도 비핵화 보장 공동합의문을 체결하고 유엔 사무국에 등록하여 법적.제도적 장치로 구속력을 갖는 6자간 한반도 비핵화 공동합의문 체결이 필요하다. 이제 3단계(핵폐기)에 들어가면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직접관련당사국(미국, 중국, 남북한)이 4자 한반도 평화포럼을 개최하여야 한다. 이 단계에서 대북 안전보장이 문서화되고, 한국은 경수로 건설이 완공될 때까지 2백만KW 의 대북송전을 고려해야 하고 북.미와 북.일 관계 정상화 조약서명도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경수로 제공 시점을 놓고 북한은 핵 폐기 이전을 고집하고 있고 NPT (핵무기비확산조약) 복귀와 IAEA (국제원자력기구) 안전조치 이행 등의 신뢰확보 이후를 주장하고 있는 미국과 상이한 견해의 조율이 필요하다.

요약하면, 향후 북핵 문제가 평화적으로 완결되고 한반도 비핵화가 실현되기까지는 멀고, 긴 그리고 험난한 길이 놓여있다. 향후 6자 회담에서도 신뢰구축을 바탕으로 북미간의 양보와 타협이 요구된다. 북미간의 양보와 타협 없이 한반도 비핵화의 실현이 성공적으로 이룰 수 없게 될 것이다.

단기적으로 북 핵 폐기단계에서 한반도 평화체제구축을 위한 법적.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기 위하여 6자회담 틀 내에서 4자간 한반도 평화포럼이 열리게 될 것 이다.

Ⅴ. <중기> 4자간 한반도 평화 포럼

단기적으로 6자회담에서 합의한 9.19공동성명(2005)과 2.13합의(2007)에 따라 북핵 폐기 단계와 병행해서 관련당사국 4국(미. 중. 남북한) 간 한반도 평화포럼이 열리게 될 것이다.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법적.제도적 장치마련을 위한 준비 단계이고 다자간의 한반도평화조약 체결을 논의하게 될 것이다. 1990년대 말에 개최되었던 4자회담(1997-99)의 경험이 시사하는 바 크다 할 것이다.

한반도 평화포럼에서 협의해야 할 의제(agenda) 가운데 4자간의 양자협상을 통해 부속 평화합의서를 고려해 볼 수 있다. 남북간 협상에서는 평화협정이 아닌 남북평화합의문(an inter-Korean peace agreement)을 체결하고 이 합의문 속에 남북 기본합의서(1991)와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1992)을 수정 내지 재확인하고 남북간 합의서를 성실히 이행해 남북간 군축과 불가침조항을 성실히 이행하여 한반도 평화를 정착시키자는 합의문이어야 한다.

특히 남북기본합의서의 제5조에 "남과 북은 현 정전상태를 남북 사이의 공고한 평화상태를 전환시키기 위하여 공동으로 노력하며 이러한 평화상태가 이룩될 때까지 현 군사정전협정을 준수한다"라고 되어 있어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주요한 조항이다.

남북 기본합의서 제2장 남북불가침(9조-14조) 조항을 실천.이행하고 상호검증을 통해 구조적 군비통제의 토대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남북불가침조항의 내용은 상호 무력 불사용과 불가침(9조); 분쟁의 평화적 해결 (10조); 불가침 경계선과 구역규정(11조); 부대이동과 군사연습 상호통보 및 통제문제, 군인사교류, 단계적 군축 실현문제, 검증 문제 등 군사신뢰조성 및 군축실현(12조); 쌍방군사당국자간 직통전화 설치.운영(13조) 그리고 남북군사분과위원회 구성.가동한다(14조)라고 규정되어 있다. 남북한이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이 조항들을 이행함이 바람직하다.

남북기본합의서의 제2장 남북 불가침 조항들이 성실히 이행된다면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법적.제도적 장치로서 한국정부가 주장하고 있는 현 정전협정을 남북평화협정으로 대체하자는 한국정부의 2+2방안 주장은 불필요하게 될 것이다. 이제 남북 기본합의서의 실천.이행 기구인 4개 남북공동위원회(화해, 군사, 경제.교류 와 협력 및 사회문화 교류와 협력)가 조속히 재가동.운영되어야 한다.

그리고 9.19공동성명에서 남북이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1992)을 준수.이행할 것을 확인하였기 때문에 그 동안 중단된 남북 핵통제공동위원회도 재가동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개발 및 배치의 중단과 미사일 수출을 중단하는 합의도 해야 한다. 대량살상무기(WMD) 수출금지로 북한의 손실을 보상하고 미사일 폐기비용도 관련 국가들이 부담하는 것도 고려함이 바람직하다.

한반도 평화포럼에서 4자가 현 정전협정을 한반도 평화조약(A Korean Peninsula Peace Treaty)으로 대체하는 것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다자 정전협정의 ‘실제’ 당사자는 미국, 중국과 남북한이기 때문에 한반도 평화조약(협정)은 다자간의 협정이 되어야 하고 강력한 구속력을 가진 4자간의 한반도 평화조약을 체결해야 한다.

상기 조치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짐과 동시에 북일.북미 수교협상이 재개되고 북미.북일관계의 정상화 조치들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이제 9.19공동성명의 제1항에서 미국은 "한반도에 핵무기를 갖고 있지 않으며 핵무기 또는 재래식 무기로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을 공격 또는 침공할 의사가 없다는 것을 확인"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미국과 불가침 합의서를 고집할 경우에 한반도 평화조약 속에 부속 합의서로 포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Ⅵ. <장기> 한반도 평화조약체결을 통한 평화체제 구축

장기적으로 다자 성격의 한반도 평화조약(A Korean peninsula peace treaty)의 내용은 남북 평화합의문(an inter-Korean peace agreement), 북미 평화합의문(a U.S.-DPRK peace agreement), 한중 평화 합의문(a China-ROK peace agreement) 등이 포함되어야 한다. 참여정부가 주장했던 남북평화협정 체결과 국제적 보장안(2+2 방안) 보다 4자가 서명하는 한반도 평화조약은 강력한 구속력을 가진 국제조약이 될 것이다. 현 정전협정이 다자협정의 성격을 띠고 있기 때문에 한반도 평화조약도 다자간 국제 조약이어야 하고, 검증가능하고 투명성이 있어 쉽게 위반할 수 없는 법적.제도적 장치가 될 것이다.

미.중.남북한 4개국 정상회담에서 4개국 정상이 서명하는 한반도 평화조약은 유엔에 보고하고 유엔안정보장이사회가 추인하고 이 조약을 UN 사무국에 등록하는 4+UN방식이 바람직하며 한반도 평화체제가 법적.제도적 장치가 공식적으로 완료되는 것이다. 이러한 절차는 많은 시간과 인내심을 필요로 한다. 그러므로 한국정부는 장기적으로 본 평화체제 구축 구상을 일관성 있게 인내심을 갖고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부시 행정부도 다자 성격의 한반도 평화협정을 지지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제임스 켈리 미국 전 국무부 동아태담당 차관보는 2004년 12월13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모든 핵 프로그램을 포기하기로 합의하면 한반도의 정전협정을 다자간 평화협정으로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도 다자간의 평화협정을 지지하고 있고 중국도 역시 2+2 방안 보다는 다자간의 평화조약을 지지할 것으로 사료된다.

한미동맹의 재조정과 주한미군의 지위.역할 변경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과정에 있어 한미동맹의 재조정이 불가피하다. 특히 평화체제가 구축될 경우 이는 현 주한미군(USFK)과 유엔군사령부(UNC)의 위상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인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과정에서 유엔사의 해체문제와 주한미군의 지위.역할조정은 피할 수 없는 과제로 제기되고 있다. 평화체제 구축과 관련하여 유엔사와 주한미군의 역할변경이 단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첫 단계에서 남북한간 군사적 신뢰구축이 이뤄지면 둘째 단계에서 유엔사 및 주한미군의 역할변경에 대한 검토작업에 들어가고, 최종단계에서 한반도평화조약이 체결되고 한반도 평화의 제도화가 이뤄지면 본격적으로 유엔사 해체와 주한미군의 역할변경이 있어야 할 것이다.

한미 양국은 2004년 10월에 2008년까지 3단계에 걸쳐 주한미군 12,500명을 재배치하기로 합의했다: 1단계는 이미 2004년에 5,000명이 철수하였고, 2단계는 2005-2006년에 총5,000명 (2005년에 3,000명; 2006년에 2,000명)이 재배치 될 것이고, 마지막 단계에서 2007-2008년에 2,500명이 철수하게 된다. 그러나 미국은 110억불 투자하여 한반도 배치된 미군의 현재장비와 억제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향후 6자 회담에서 북 핵 폐기 문제가 평화적. 외교적으로 해결의 실마리가 풀리기 시작하면 한국정부는 조속히 한반도 평화체제 구상 로드맵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정전협정을 한반도 평화조약으로 대체하는 작업을 시작하여 한반도 평화체제를 구축하기위한 법적.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이러한 평화체제 구축과정에서 주한미군의 재배치를 운영적 군비통제를 위한 수단으로 대북 협상카드로 사용하는 것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다.

Ⅶ. 결어

향후 12년간 3시기로 나눠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과정 (process)에서 영향을 줄 수 있는 장애요인 혹은 촉진 요인들은, 긍정적 혹은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간단히 3가지 요인으로 나눠 여러 가지 변수들을 살펴보고자 한다.

첫째로, 국제적 요인을 살펴보자. 전지구적 국제체제(Global International System)의 구조와 정치적 과정과 동북아 지역체제(Northeast Asian Regional System)의 구조와 과정이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프로세스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중요한 변수들을 살펴보면 (1) 한.미 정치, 경제, 안보동맹관계; (2) 미.중 관계의 미래와 중국과 일본의 강대국 부상에 따르는 중.일간의 분쟁; (3) 향후 남북관계와 북핵 문제의 장래; (4) 한.미.일 협력관계 대 북.중.러 관계 등 여러 가지 양자.다자 간 상호 관계의 변화가 크게 긍정적 혹은 부정적으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프로세스에 영향을 미칠 것이며 이에 대한 구체적인 분석과 연구가 필요하다.

둘째로, 국내적 요인이 향후 큰 변수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동북아 6개국(한국, 북한,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 의 이해관계와 이들 동북아 구성원들의 국내정치 프로세스와 국내적 요인에 따라 긍정적 혹은 부정적 영향을 주게 될 것이다. 이에 대한 연구의 필요성은 외교정책이 국내정치의 연장선상에서 조망할 필요가 있다.

셋째로, 동북아 국가들의 정책결정자들의 성격, 이념체계, 인식 등이 한반도 평화체제구축 프로세스에 상당한 영향력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면밀히 분석해야 한다. 향후 12년간 한반도 평화체제는 어떤 형태로 구축될 것인지 예측하는 것은 알지 못하는 변수에도 영향을 받게 될 것이다. 수많은 변수 혹은 요인들의 객관적 분석과 함께 현존하는 많은 변수와 비교하여 향후 12년 후의 한반도 평화체제가 어떤 형태나 모습일 것인지 예측할 수 있다. 이 많은 변수들을 확인하고 이들이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과정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면 2020년경의 한반도 평화체제의 미래모습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연구는 향후 많은 시간과 인력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장기간에 걸쳐 심층적 분석과 연구가 필요하다. 그리고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이후에는 실질적인 남북간에 통일시대에 진입하게 된다.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향한 길은 멀고 길고, 먼 험난한 여정은 이미 시작되었다. 단기적으로 6자회담을 통하여 평화적-외교적으로 북핵 문제가 먼저 해결되어야 한다. 북핵 문제의 해결 없이 여기서 논의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구상은 일장춘몽에 불과하다. 그러므로 한반도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은 불가분의 함수관계 이다. 이 글에서 살펴본 바, 남북한의 화해와 협력과 국제적 협력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의 필수 불가결한 요소이다.

6.15공동선언은 한반도에서 남북간의 사실상 평화공존의 틀을 제공하였다. 남과 북이 한반도에서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성실한 행동을 통해 협력하고 양보와 타협을 통해 함께 민족공동체 건설에 매진해야 한다. 그러므로 필자는 한반도 평화포럼이 열리기 이전에도 남과 북이 우선 중단된 남북공동군사위원회를 가동하여 남북기본합의서의 제2장 불가침선언을 성실히 이행할 것을 촉구하고자 한다.

국제적 측면에서 이미 지적한대로 9.19공동성명에 따라 4개국 한반도 평화포럼이 열리게 되면 정전협정을 한반도 평화조약으로 대체하는 4자간의 합의가 필요하다. MB정부는 지속적으로 상생.공영의 대북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여 한반도에서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하는데 주도적이고 적극적인 역할을 할 것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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