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 관광객 박왕자씨 피살사건과 관련해 16일 두 개의 중요한 일이 있었다. 하나는 방북조사를 마치고 돌아온 윤만준 현대아산 사장의 브리핑이고 다른 하나는 정부의 박왕자씨 부검 결과 발표이다. 사건이 발생한지 5일째가 지나고 있는데도 기존 의혹에 더해 새로운 의혹이 제기되고 있던 참에 이 두 가지 일이 의혹을 해소할지 주목된다. 가장 궁금한 의혹은 지난 12일 북측 명승지종합개발지도국이 사건 개요를 발표했지만, 50대 여성이 20분만에 3.3㎞를 움직일 수 있는가 하는 점과 아울러 공포탄 발사 없이 곧바로 2발의 실탄 사격이 이뤄졌는가 하는 점이다. 그런데 윤만준 사장의 브리핑에서는 북측이 처음에 발표했던 출발시간과 사격 발수 등에서 차이가 나고 있다. 즉, 박씨가 호텔을 나선 시각이 새벽 4시 31분이 아닌 4시 18분이며, 사격도 공포탄 1발을 쏜 뒤 조준사격을 3발 격발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정부는 부검 결과와 관련, 북측 초병이 원거리에서 총격을 가한 것으로 파악됐지만 더 자세한 거리는 추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로써 몇 가지 의혹들이 해명되고는 있지만 아직 말끔한 것은 아니다.

우리는 이번 사건 해결의 첫출발은 말끔한 진상규명에 있다고 본다. 물론 진상규명을 위해서는 남측 당국의 의도대로 남북 당국간 합동조사가 이뤄지면 더할 나위가 없겠다. 그러나 이는 현 시점에서 묘연하다. 윤만준 사장이 방북했다가 귀환 후 “북측은 합동조사가 필요 없다는 종전의 입장에서 변화가 없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진상규명을 하자면 남북간 당국이 만나야 한다. 그런데 지금 남북관계는 한마디로 꽉 막혀있다. 통로가 없다. 이명박 정부 들어 남북 대화 채널이 공식이든 비공식이든 완전 차단되어 있는 것이다. 이는 전부터 예견된 일이기도 하다. 그래서 북측에 보내려던 두 차례의 전통문이 거부당했고, 현대아산을 통하지 않고는 북측과 전혀 접촉할 수가 없다. 남측 정부로선 문자 그대로 ‘전전긍긍’ 상태다. 체면이 말이 아니다. 이는 이명박 정부의 자업자득이기도 하다. 정부당국이 출범 초부터 대북 강경정책을 펼친 탓에 부메랑이 되어 북측이 대남 강경책을 할 빌미를 제공했기 때문이다.

이같은 사태의 와중에서도 당-정간에 보여준 대북 대화제의는 긍정적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그 시점과 내용으로 인해 남북 양측으로부터 적지 않은 비판을 받았지만 지난 11일 6.15선언과 10.4선언을 포함한 역대 남북간 합의사항을 이행하기 위해 북측과 협의할 수 있다는 공식 제의를 했다. 이어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도 14일 국회에서 “지금은 정부 차원의 남북대화가 단절되어 있다”면서 “이런 때에 국회가 나서서 막힌 물꼬를 터야 한다”며, 이를 위한 ‘남북화해와 협력을 위한 국회 특별기구’ 설치를 통한 ‘남북정치회담’을 북측에 공식 제안했다. 특히, 한나라당의 경우 이번 사건의 대응과 관련 “남북의 이념갈등으로 확대시키지 말고 북한 관광의 안전 문제에만 국한”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는 점과 아울러 개성공단을 비롯한 경협사업과 이번 사건을 분리 대응해야 한다고 지적한 점도 수긍이 간다. 우리는 당-정이 이같은 기조를 계속 유지할 것을 당부한다.

사실 이전 김대중ㆍ노무현 정부 때에도 금강산에서 군사경계구역으로 남쪽 관광객이 넘어간 사례가 적지 않았고, 이 경우 북측은 사과 및 재발 방지를 요구하고 억류를 풀어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어인 일인지 이번 경우 피살사건으로까지 나아갔다. 우리는 이번 사건의 원인(遠因)이 현 시기 남북간 경색국면에서 비롯됐다고 본다. 남북관계가 경색된 만큼 북측 초병의 근무태도도 긴장됐을 터고, 긴장된 만큼 초병수칙에 충실하고자 했을 터고 그렇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지금 중요한 건 근인(近因)과 관련해서 이번 사건이 우발적인지, 의도적인지, 아니면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비롯된 것이냐 하는 점이다. 다행히도 윤만준 사장이 “북측에서도 이번 사건에 대해 안타까워하고 대처에 대해 상당히 고민하고 있다”고 전해준 것은 북측도 의혹해소를 위한 고충으로 받아들이고 싶다. 아무튼 이번 사건은 당국간 긴장상태가 민간 차원에까지 결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남북간 대화 채널이 필요하다. 우리는 이번 사건이 남북관계를 복원하는 전화위복의 계기로 되어 진상규명도 이뤄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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