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이번 사건 해결의 첫출발은 말끔한 진상규명에 있다고 본다. 물론 진상규명을 위해서는 남측 당국의 의도대로 남북 당국간 합동조사가 이뤄지면 더할 나위가 없겠다. 그러나 이는 현 시점에서 묘연하다. 윤만준 사장이 방북했다가 귀환 후 “북측은 합동조사가 필요 없다는 종전의 입장에서 변화가 없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진상규명을 하자면 남북간 당국이 만나야 한다. 그런데 지금 남북관계는 한마디로 꽉 막혀있다. 통로가 없다. 이명박 정부 들어 남북 대화 채널이 공식이든 비공식이든 완전 차단되어 있는 것이다. 이는 전부터 예견된 일이기도 하다. 그래서 북측에 보내려던 두 차례의 전통문이 거부당했고, 현대아산을 통하지 않고는 북측과 전혀 접촉할 수가 없다. 남측 정부로선 문자 그대로 ‘전전긍긍’ 상태다. 체면이 말이 아니다. 이는 이명박 정부의 자업자득이기도 하다. 정부당국이 출범 초부터 대북 강경정책을 펼친 탓에 부메랑이 되어 북측이 대남 강경책을 할 빌미를 제공했기 때문이다.
이같은 사태의 와중에서도 당-정간에 보여준 대북 대화제의는 긍정적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그 시점과 내용으로 인해 남북 양측으로부터 적지 않은 비판을 받았지만 지난 11일 6.15선언과 10.4선언을 포함한 역대 남북간 합의사항을 이행하기 위해 북측과 협의할 수 있다는 공식 제의를 했다. 이어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도 14일 국회에서 “지금은 정부 차원의 남북대화가 단절되어 있다”면서 “이런 때에 국회가 나서서 막힌 물꼬를 터야 한다”며, 이를 위한 ‘남북화해와 협력을 위한 국회 특별기구’ 설치를 통한 ‘남북정치회담’을 북측에 공식 제안했다. 특히, 한나라당의 경우 이번 사건의 대응과 관련 “남북의 이념갈등으로 확대시키지 말고 북한 관광의 안전 문제에만 국한”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는 점과 아울러 개성공단을 비롯한 경협사업과 이번 사건을 분리 대응해야 한다고 지적한 점도 수긍이 간다. 우리는 당-정이 이같은 기조를 계속 유지할 것을 당부한다.
사실 이전 김대중ㆍ노무현 정부 때에도 금강산에서 군사경계구역으로 남쪽 관광객이 넘어간 사례가 적지 않았고, 이 경우 북측은 사과 및 재발 방지를 요구하고 억류를 풀어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어인 일인지 이번 경우 피살사건으로까지 나아갔다. 우리는 이번 사건의 원인(遠因)이 현 시기 남북간 경색국면에서 비롯됐다고 본다. 남북관계가 경색된 만큼 북측 초병의 근무태도도 긴장됐을 터고, 긴장된 만큼 초병수칙에 충실하고자 했을 터고 그렇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지금 중요한 건 근인(近因)과 관련해서 이번 사건이 우발적인지, 의도적인지, 아니면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비롯된 것이냐 하는 점이다. 다행히도 윤만준 사장이 “북측에서도 이번 사건에 대해 안타까워하고 대처에 대해 상당히 고민하고 있다”고 전해준 것은 북측도 의혹해소를 위한 고충으로 받아들이고 싶다. 아무튼 이번 사건은 당국간 긴장상태가 민간 차원에까지 결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남북간 대화 채널이 필요하다. 우리는 이번 사건이 남북관계를 복원하는 전화위복의 계기로 되어 진상규명도 이뤄지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