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5공동선언 발표 8돌이 지나가고 있다. 8년 전 남북의 최고지도자가 평양상봉을 통해 6.15공동선언에 합의한 것은 분명 역사적인 일이었다. 이를 계기로 남과 북은 대립관계에서 화해관계로 바뀌었다. 일시에 한반도 정세에 훈풍이 불어온 것이다. 그로부터 8년이 지나면서 다소 우여곡절은 겪었지만 그래도 6.15선언에 근거해 남과 북은 화해 기조를 유지할 수 있었고, 그 덕택에 지난해에는 10.4선언까지 내왔다. 남과 북이 6.15선언에 더해 10.4선언으로 한반도 평화를 유지하고 통일을 꾀할 수 있게 되었음은 당연하다. 따라서 남.북.해외가 6.15공동선언 8돌을 맞아 이를 기념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6.15민족공동위원회는 남.북.해외 대표단 43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지난 15-16일 금강산에서 ‘6.15공동선언 발표 8돌 기념 민족통일대회’(6.15민족통일대회)를 열고 한 목소리로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을 실천하자’고 강조했다.

남측의 경우, 15일 서울에서는 6.15남측위 주최로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서울.경기.인천지역본부와 노동.여성.청년학생본부 회원 등 1,500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6.15공동선언 8주년 기념대회’가 열렸다. 14일에는 각계인사 1,043명이 명동 향린교회에서 정부에게 ‘6.15, 10.4선언의 이행을 촉구하는 공동선언’을 발표했다. 6.15여성본부와 청년학생본부 그리고 전교조 등도 6.15와 10.4선언의 이행을 촉구했으며, 6.15언론본부는 기념행사를 가졌다. 이밖에도 대중적 차원에서 서울시 구로와 경기도 수원, 광주전남, 대구경북 등 각 지역에서 ‘6.15km 걷기대회’와 ‘통일한마당’ 등 다채로운 기념행사가 진행되었다. 북측의 경우, 언론매체들이 15일 일제히 6.15공동선언 8돌과 관련한 사설과 논설, 기사들을 싣고는 6.15시대를 자주통일시대로 규정하면서 6.15선언과 10.4선언을 이행할 것을 촉구했다. 해외의 경우도 일본과 중국, 미국 그리고 유럽에서도 6.15공동선언 8돌을 기념하는 행사를 가졌다.

그런데 유독 6.15행사에 무덤덤한, 아니 보다 정확하게는 안절부절 못하는 데가 하나 있다. 다름아닌 남측당국이다. 남측당국은 6.15행사 주간이 다 지나가도록 끝내 6.15선언에 대해 일말의 표명도 못하고 있다. 이는 이명박 정부가 올해 초 출범하면서 북측에 잘못된 신호를 보낸 업보 탓이다. 그런데 지금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는 급속도로 대화와 평화 분위기로 가고 있다. 북미관계는 이미 순풍에 돛단 듯 순항을 하면서 6자회담 재개가 가시권에 들어왔다. 지난 13일에는 그간 난감하던 북일 사이에도 ‘납치문제 재조사’와 ‘대북제재 조치의 부분해제’라는 의미있는 합의를 이뤘고, 이미 중일관계는 지난 5월 후진타오 주석의 ‘暖春之旅(따뜻한 봄 나들이)’로 불린 방일로 돈독해졌다. 중국과 대만 사이의 양안관계도 급물살을 타고 있다. 미래의 중국국가 주석으로 유력한 시진핑(習近平) 부주석은 지금 방북중(17-19일)이다. 이처럼 한반도를 둘러싼 각 나라가 1 대 1로 새로운 관계, 협력관계를 맺고 있는데 비해, 오직 하나 남북관계만이 얼어붙은 듯 경색되어 있다.

이처럼 남.북.해외 온 민족이 6.15공동선언 8돌을 기념하고, 또 한반도를 둘러싼 각 나라들이 대화 분위기로 몰입하고 있는 지금 당혹스러운 것은 남측당국이다. 대세에 쫒기고 상황에 밀리니 남측당국은 북측과 대화에 나서지 않을 수가 없게 되고 있다. 실지로 남측당국은 북측과 대화를 하고픈 행태도 보이고 있다. 통일부 장관이 갑작스레 지난 12일 김대중평화센터가 개최한 6.15남북공동선언 8주년 기념행사에 정부를 대표해 참석해서 축사를 한 것이나, 통일교육원 신임 원장에 내정된 홍관희 안보전략연구소 소장의 인선이 미뤄지고 있는 것으로 보아 그렇다. 그런데 이 몇 가지는 지난 시기 같으면 긍정적인 분위기 조성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변죽만 울리는 것이다. 딱 하나, 남측 당국은 북측이 요구하는 신호를 보내야 한다. 그리고 이같은 북측의 요구는 그간 8년간의 남북관계에서 볼 때 조금도 과하지 않다. 이명박 정부는 화끈하게 6.15와 10.4선언 존중의사를 표명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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