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5공동선언 발표 8돌을 맞이하고 있다. 남북 우리 민족에게 있어서 6.15선언이란 무엇인가? 이명박 정부 들어 남북관계가 경색되면서 그 해법으로 북측이나 남북문제 전문가들 사이에서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을 인정하고 존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점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다.

이럴 즈음 6.15공동선언에 대한 새로운 해석이 나와 주목된다. 학자이면서도 대북 협력단체에서 일을 하고 또한 영문학자이면서도 통일문제에 관심이 많은 장시기(張時基, 동국대 영문학과, ‘우리겨레하나되기운동본부’ 남북교육협력추진위원회) 교수.

그가 최근 신간 『들뢰즈와 탈근대 문화연구』(당대)를 통해 6.15공동선언을 탈근대라는 관점에서 독특한 해석을 하고 있다. 6.15공동선언을 오늘의 시각에서 재해석하고 있는 장 교수를 11일 오후 그가 근무하고 있는 동국대학교 연구실에서 만났다. / 이계환.고성진 기자

“한반도를 문화적으로 하나로 보고자 했다”

▲ 6.15선언을 탈근대라는 관점에서 독특한 해석을 하고 있는 장시기 교수. [사진-통일뉴스 조성봉 기자]

□ 통일뉴스 : 6.15공동선언 발표 8돌이 다가온다. 어떤 선언, 어떤 합의들은 시간이 지나면 가치를 잃는 경우도 있고, 또 어떤 경우에는 그 의미가 새록새록 되살아나는 경우도 있다. 615공동선언은 어느 쪽인가?

■ 장시기 교수 : 후자다. 살아날 것이다. 왜냐하면 지금 시대는 근대적인 정치.경제 중심에서 문화적인 탈근대적인 것으로 변화하는 큰 전환점에 있기 때문에 사람들은 앞으로 계속 문화적인 탈근대적인 것을 요구하게 될 것이다. 또한 그것을 인식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점점 인식하게 될 것이다. 그런 점에서 (6.15선언은) 생명성이 있다

□ 최근 『들뢰즈와 탈근대 문화연구』책을 출판했다. 독자들을 위해 이 책을 간략하게 소개한다면?

■ 들뢰즈는 어렵다라고 사람들이 얘기하는데, 우리의 생각을 약간만 바꾸면 그렇지 않다. 인간이란 상호평등하다. 남자와 여자, 서구와 비서구, 인간과 동물 그리고 자연 등, 이것이 생명체로서 평등하다는 생각만 가지면 들뢰즈는 굉장히 쉽다. 우리의 지금까지 지식이라는 게 항상 계몽주의적 지식이다. 계몽주의적 지식이라는 것은 지식을 가진 사람, 권력을 가진 사람, 돈을 가진 사람이 우리보다 더 낫다, 그리고 그들이 세상을 올바르게 이끌어 갈 것이다, 따라가면 된다, 민중은 계몽되면 된다는 사고의 지식체계이다.

들뢰즈는 그같은 체계가 아니라 모든 생명체가 자기 삶의 권리와 자기 삶을 생산적이고 창조적으로 만들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보는 것이다. 그런 능력을 가지고 있는데 그것이 창조적이고 생산적이지 못하다는 것은 사회가 발현하지 못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그런 창조적이고 생산적인 생명성을 사회적으로 발현하게 하려면 내 개인적인 관계뿐만 아니라 사회적 관계가 창조적이고 생산적인 관계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 들뢰즈 사상의 기본요지다.

□ 문화 관련 책을 쓰면서 특별히 한반도 통일문제 다뤘는데, 이유가 뭔가?

■ 우리가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것 하나가 있다. 근대화 과정에서 우리는 한반도, 즉 코리아를 사우스(south)코리아, 노스(north)코리아, 다시 말해 남북코리아를 아우르는 하나의 관점으로 봐야 하는데, 근데 분단의 과정이 60년이 넘다보니까 자꾸 반쪽의 관점을 가지고 있다.

문화라는 것은 인간과 자연을 함께 생각해야 하고, 남성과 여성을 함께 생각해야 하고 또 서구와 비서구도 함께 생각해야 하는데 우리가 자꾸 이분법적으로 분리해서 생각한다. 그래서 우리 한반도의 역사나 문화도 지금은 분단되어 있지만 사실은 우리 의식 속에 이미 내재되어 있기 때문에 이것은 하나라는 것이다.

지금 전체 과정 속에서 잠깐 60년이라는 과정 동안 강제적으로 분단되어 있는 것인데 자꾸 그것이 사실인 것처럼 이미 의식 속에 내재되어 있는데, 그것을 보지 않기 때문에 문화적으로 한반도를 하나로 보고자 했다.

“6.15공동선언은 탈근대의 모델이 될 수 있다”

□ 이 책의 키워드 중 하나가 탈근대인데, 탈근대 개념을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 장시기 교수의 신간『들뢰즈와 탈근대 문화연구』 [사진-통일뉴스 조성봉 기자]
■ 근대의 관점에서 보면, 중세시대 때 서구에서 기독교주의와 비기독교주의, 불교와 유교 등이 공존하고 있었던 것처럼 근대라는 것도 소위 자유주의와 사회주의가 공존하고 있었던 시대이다. 근데 자꾸 우리는 자유주의와 사회주의를 분리시키려고 한다. 근대라는 것은 자유주의와 사회주의가 공존하고 있기 때문에 이분법적인 이같은 틀을 넘어서 또한 이데올로기를 넘어서 문화적인 공존과 생성을 모색하는 것, 이것이 탈근대라고 볼 수 있다.

□ 그러면서 특별히 한반도 문제를 다루면서 6.15공동선언을 탈근대 개념으로 표현했는데, 무슨 뜻인가?

■ 6.15선언에서 연합제와 낮은 단계의 연방제가 상호 유사성을 가지고 그런 방식으로 통일로 나아간다고 말했다. 이는 남의 자유주의 체제와 북의 사회주의 체제를 상호 인정하는 것이다. 이것이 우월하다, 저것은 열등하다고 하는 것이 아니다. 7.4공동성명이나 1991년 남북기본합의서에서는 정치경제적 관점에서 보면 남은 남이 우월하다고 하고 북은 북이 우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6,15공동선언에는 그런 것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6.15선언은 문화적인 것이고 탈근대적인 방식이고 또 그런 방식은 지금까지 전 세계에서 전혀 존재하지 않았다. 베트남식 통일방안이나 독일식 통일방안, 사회주의 통일방식이나 자본주의적 흡수통일방안만 있었는데 상호 존중하는 이런 통일방안은 없었다. 6.15공동선언은 탈근대의 모델이 될 수 있다.

□ 이 책에서 615공동선언에 관한 내용을 보면 그 해석이 독특하고 신선하다. 6.15선언을 오늘날의 시각에서 재해석 한다고나 할까...

■ 6.15선언의 특성을 보려면 그전의 7.4공동성명과 1991년 남북기본합의서와 비교해봐야 한다. 7.4공동성명은 남북의 평화적인 그리고 상호주체적인 통일을 밝혔다. 그렇기 때문에 남한은 남한대로 북한은 북한대로 통일방안을 자기중심적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마치 냉전적 대립처럼 그리고 미.소 대립처럼 1대1 대립관계, 적대적 관계를 유지시키면서 평화를 유지하는 방안이 곧 7.4공동성명이다.

91년 남북기본합의서 같은 경우는 경제적 상호주의이다. 상호 경제적 이익만 되면 관계를 맺는다는 것이다.

그런데 6.15공동선언의 경우 가장 중요한 것은 제2항이다. 낮은 단계의 연방제와 연합제 통일방안에 합의한 거다. 이것은 어떤 정치적 대립도 아니고 경제적인 상호주의도 아니고 문화적인 공존을 약속한 것이다. 서로의 삶을 인정해주자는 것이다. 마치 남녀가 서로의 삶을 인정하면서 우리 사랑하자는 것과 똑같은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7.4공동성명이 정치적인 특성을 갖는다고 한다면 91년 기본합의서는 경제적 특성을 갖고, 6.15공동선언은 문화적인 특성을 갖는 것이다. 문화적이라는 것은 상호공존, 상생을 말한다. 이런 측면에서 정치.경제가 근대적이라 한다면, 문화적인 측면은 탈근대적이다. 탈근대적인 방향을 제시해 주는 것이다.

“우리의 남북연합이나 연방이 동아시아연합을 주도할 수 있다”

▲ 연합제와 연방제가 문화적 민족주의로 함께 결합될 수 있다는 장 교수.  [사진-통일뉴스 조성봉 기자]

□ 남과 북이 8년 전에 6.15공동선언에 합의했는데 그간 남북은 방금 지적한 제2항과 관련해 구체적인 후속작업을 하지 않았다.

■ 노무현 정부의 경우에는 615공동선언이 옳다고 정서적으로 이해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진전시키는 방법을 몰랐던 것이다. 노무현 정부에서 일찍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만났더라면, 최소한 두 번 정도 만났더라면 615공동선언을 앞당기는 통일방안이 나왔을 것이다.

두 정상이 (통일방안에) 합의하면 점진적으로 나아갈 수 있는 것인데 그것에 대한 인식이 노무현 정부에 없었다는 것이 아쉽다. 그리고 현재 세계에서 미국이 유지하고자 하는 신자유주의 체제에 노무현 정부가 너무 빠져서 그와 같은 방향성을 이해하지 못했다는 것이 아쉽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는 아예 615선언을 인정조차 하지 않는다. 이게 보수세력들이 70년대, 80년대에 남한 중심, 미국식 자유주의 중심으로서 대립적 자기권력을 유지하고자 하는 방법이다. 그들의 입장에서 보면 6.15선언은 인정될 수 없는 것이다. 그러니까 6.15선언은 인정하지 않고 자꾸 91년 기본합의서로만 되돌아가려고 한다.

□ 앞에서 6.15선언은 문화적인 특성을 갖는다면서 탈근대적인 것으로 설명했다. 그런데 6.15선언에서 핵심은 2항이라는 지적이 많다. 6.15선언이 탈근대적이라면 제2항도 탈근대적이지 않은가. 낮은 단계의 연방제와 연합제, 이것을 탈근대의 의미로 설명한다면?

■ 근대라는 것은 내이션 스테이트(nation state), 즉 국민국가를 건설하면서 근대라는 것이 유지된 것이다. 그러면서 국민국가가 강성해지면 제국주의국가가 되고 식민지 쟁탈전으로 나아간 것인데 그것이 2차 세계대전으로 끝났다. 각국이 다 국민국가를 통해 제국주의국가로 나아간다면 서로의 대립 때문에 1차, 2차 세계대전처럼 상호 멸망한다는 것을 인류가 자각하게 됐다.

그래서 2차 세계대전이 끝나자 전 세계 헤게모니는 국민국가가 아니라 연방국가나 연합국가로 이전했다. 그것이 바로 미국과 소련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 체제가 가지고 있는 우월성, 그 체제가 가지고 있는 미래지향성을 미국과 소련이 깨닫지 못하고 그 연합과 연방이 내셔널리즘(nationalism)으로, 다시 국가주의로 돌아갔다는 것이다.

결국 소련이 멸망하는 것을 보면서 연합이나 연방이 국가주의로 돌아간다는 것이 상호멸망이라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1990년대 소련의 붕괴 이후 독일이 통일되고 유럽은 바로 유럽연합으로 갔고 지금은 거의 국경선이 없다. 지금은 경제적인 연합체이지만 곧 정치적, 문화적 연합체로 갈 것이다.

뿐만 아니다. 남미지역에서 지금 남미연합이 형성됐는데 거기에도 분명 경제적 요구가 있지만 문화적인 연합체로 갈 것이고, 이슬람지역도 분명 이슬람연합체로 갈 것이다. 아프리카도 아직 활발하게 활동하지는 않지만 아프리카연합이 형성되어 있다.

동아시아지역도 동아시아연합이 형성될 텐데 우리의 남북연합이나 연방이 그 단초를 마련할 수 있고 또 그것을 주도할 수도 있다. 전혀 다른 남과 북의 체제가 같이 살 수 있다면 일본, 중국뿐만 아니라 베트남, 태국, 몽골 등 이들 문화권을 한데 묶을 수 있다는 것이다.

연방제와 연합제 사이에 문화적 민족주의 공간 있다

▲ 인터뷰는 11일 오후 장시기 교수의 연구실에서 진행되었다.  [사진-통일뉴스 조성봉 기자]

□ 그와 같은 해석에서 그 안에 민족주의가 끼어들 수 있다고 보는가?

■ 물론이다. 민족주의는 원래 번역이 국가주의, 국민주의, 민족주의로 해석되는데 근대 서구주의에서 내셔널리즘은 국가주의나 국민주의다. 왜냐하면 영국의 내셔널리즘은 앵글로 색슨 이라는 민족과 웨일즈 민족과 스코틀랜드 민족이 연합을 만들어서, 왕국을 만들어서 내셔널리즘이 형성된 것이다. 서로 다른 민족들인 것이다. 그런데 우리한테 와서는 그 국가주의나 국민주의가 민족주의로 변화됐다.

그것은 왜 그러냐 하면 우리가 일본에게 식민지 지배를 받았기 때문에 저항으로서의 민족주의가 형성됐다. 남미도 그렇고, 인도네시아, 동아시아 지역에서 프랑스나 영국의 식민지였던 나라도 다 그렇다. 저항적 민족주의가 형성된다. 저항적 민족주의가 지배적 내셔널리즘으로 갈 때는 국가주의나 국민주의로 간다. 서양과 똑같이.

그렇기 때문에 해방 이후 한국전쟁을 겪고 난 이후에 남과 북의 내셔널리즘은 남과 북이 하나의 민족이라는 민족주의가 아니라 각각의 국가주의나 각각의 국민주의로 가게 된 것이다. 이게 폐쇄적이고, 우리가 실제로 피상적으로 생각하는 민족주의와 대립되는 것이다.

지금 대한민국의 보수단체나 민족주의를 주장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우리 국민, 남한 쪽의 국민.국가만을 생각하는 것이다. 민족 전체를 생각하는 것이 아니다. 그런 측면에서 볼 때 사실은 연합제나 연방제가 우리가 머리 속으로 생각하는 포용주의의 민족주의로 같이 결합될 수 있고 합체할 수 있는 가능성이 크다.

□ 좀더 구체적으로 말해서 낮은 단계의 연방제와 연합제 사이에 공통점이 있다고 할 때 그 안에 민족주의가 끼어들 수 있는가?

■ 그렇다. 그것은 문화적 민족주의라는 것이다. 정치적 민족주의나 경제이기주의의 민족주의가 아니라 상생의 문화적 민족주의다. 소위 문화라는 것은 서양에서 때로는 종교로, 때로는 왕조 체제로 이용됐지만 오늘날에서는 언어나 삶의 방식, 그리고 사회적인 전통양식들이 문화를 구성하는 것이다.

그런데 남과 북은 정치적 체제는 전혀 다르지만 문화적인 것은 서로 동일하다. 식생활이라든가 전통적인 역사에서 이어져 내려오는 관습체계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하나의 언어라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연방제와 연합제가 만들어내는 문화적 민족주의는 생산적이고 창조적인 민족주의로 나아갈 수 있는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무조건 대북지원 해야 한다”

□ 이명박 정부 들어와 남북관계가 경색되어 있다. 남쪽에서 그 원인을 제공했다는 지적이 많다. 결자해지 차원에서 남쪽이 푼다면 남쪽 정부가 가장 먼저 어떻게 해야 할까?

▲ “무조건 대북지원 해야 한다”  [사진-통일뉴스 조성봉 기자]
■ 일단 무조건인 (대북)지원이 되어야 한다. 우리가 한반도라는 하나의 상황인데 거리로도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굶는 사람이 있고 또한 경제적인 생활을 유지 못하는 사람들이 존재하는데, 지금 남한에는 먹는 음식물 쓰레기만도 얼마나 많은가.

그것을 아프리카, 아프가니스탄, 아랍 지역에는 지원하고 북에는 지원하지 못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무조건적인 (대북)지원과 함께 6.15선언의 의미를 인정해야 한다. 그리하여 한반도 전체가 미래지향적인 것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을 이명박 정부가 깨달아야 한다.

□ 영문학자인데도 통일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다. 그 경위는?

■ 영문학에서 문학이론과 비평을 전공하고 있다. 문학 텍스트를 어떻게 보느냐가 주요 관점인데, 전통적인 비평방식은 계몽주의로서 문학을 바라보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다양하다. 여성주의의 입장, 탈식민지의 입장, 생태주의의 입장, 맑시즘의 입장, 심지어 요새는 게이나 레즈비언의 입장으로 문학을 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내 관심은 그러한 상호소통하지 않는 페미니즘과 탈식민지를 어떻게 소통시킬 수 있는가, 또한 맑시즘과 생태주의를 어떻게 연관시킬 수 있는가에 있다. 사실은 연관이 된다. 페미니즘은 남성 가부장주의가 여성의 생명성을 파괴한다고 하기 때문에 등장한 것이고, 맑시즘은 부르주아가 노동자, 프롤레타리아의 생명성을 파괴했기 때문에 등장한 것이다.

탈식민주의도 서구 제국주의가 비서구 식민지를 억압했기 때문에 생겨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상호공통성은 생명성이다. 이 생명성에 자유로운 생성, 발현을 할 수 있는 가장 중심적인 이론이 생태주의 문학비평론이다. 들뢰즈가 바로 그런 점을 이야기하고 또 그런 것을 볼 수 있는 방법론을 제시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들뢰즈에 관심을 가졌다.

그런 측면에서 볼 때 내 내부에 남과 북의 이분법적 의식, 이런 것을 극복하는 것도 내가 문학비평을 잘 할 수 있는 이론들을 발전시킬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상호 연관이 된다.

□ 지식인들 사이에서 학문적인 연구와 실천이 괴리되어 있는 경우를 종종 본다. 실천을 일부러 경원시하는 경우도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장 교수 경우는 영문학을 공부하면서도 이를 현실과 연관시키고 있다.

■ 근대적 지식인은 그래왔다. 계몽주의이기 때문에 자기 삶과 자기 지식이 분리되어 있었다. 그러나 들뢰즈나 탈근대 문화론 쪽에서 본다면 분리되어 있어서는 그 개념이나 지식을 온전히 알 수가 없다. 자기 삶을 받아들여야만 그 개념이나 이론들을 이해할 수 있고, 텍스트가 가지고 있는 속성들을 발견해 낼 수 있다.

“6.15선언이 갖는 생명력은 그것이 미래지향적이라는 점이다”

▲ 장 교수는 확신에 찬 어조로 6.15선언의 생명성을 수차례 강조했다. [사진-통일뉴스 조성봉 기자]

□ 앞에서 줄곧 ‘생명성’을 강조해 왔다. 그렇다면 6.15선언의 생명력을 어떻게 봐야 할까?

■ 나는 인문학을 하는 사람으로서 전체적인 기본 골조들은 인문학에서 제시할 수 있다. 즉, 6.15공동선언이 탈근대적 성격을 가지고 있거나 정치.경제가 아닌 문화적 성격이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사회과학을 하는 학자들 사이에서 6.15선언이 가지고 기본 골조, 특히 2항이 가지고 있는 역사성들을 밝혀내는 논의가 좀 더 많았으면 좋겠다. 그런데 논의가 잘 안 된다. 6.15선언 1항, 3항, 4항은 자주 논의되는데 2항은 거의 논의되지 않는 게 아쉽다.

그러기에 무엇보다도 이명박 정부가 정신차려야 한다. 그래서 6.15선언을 인정해야 한다. 역사에서 쭉 보아왔듯이 생명이라는 것은 억압하면 억압할수록 그 생명은 더 자라지, 결코 죽지 않는다. 그래서 6.15선언이 갖는 생명력은 그것이 미래지향적이라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 6.15선언의 생명력은 계속 자라날 것이다. 그것이 큰 사고 없이 성장해서 인류의 어떤 모델이 될 수 있는, 미래로 나아가는 그런 것이 되었으면 좋겠다.

□ 말씀대로 6.15선언이 8년이 지났지만 생명성이 있는 것 같다. 북측에서는 남측 정부에 6.15선언 이행을 요구해 왔고 또 지난 10일 한 강연회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도 이명박 정부에게 6.15, 10.4선언을 존중하라고 주문했다. 이것은 8년이 지난 뒤에도 죽지 않는 생명력인 것 같다.

■ 그렇다. 6.15선언은 우리뿐만 아니라 세계가 인정한 것이다. 김대중 대통령도 그것 때문에 노벨평화상 받은 거다. 이미 그런 선언이 있었기 때문에 세계는 한반도가 기존의 분쟁지역, 전쟁지역에서 평화지역으로 전환하고 있다고 알고 있다. 그리고 미국과 다른 강대국들도 그것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6.15선언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생명력을 얻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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