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소풍이라도 가는 날엔 잠을 설칠 정도로 좋았습니다. 지금은 1,000원만 내면 사먹을 수 있는 흔하디흔한 음식이 김밥이지만 저 어릴 때만해도 김밥은 소풍이나 운동회라도 가는 날에나 먹을 수 있는 별식이었죠. 아침 일찍 일어나 도시락을 싸고 남은 김밥꼬투리는 또 얼마나 맛이 있었던지요. 지금 생각하면 많이 유치하지만 제 아래 동생들이 소풍을 가 김밥을 도시락으로 싸가는 날에는 맨밥을 싸온 친구들이 빼앗아 먹을까 싶어 뚜껑으로 가려가며 먹기도 했습니다.

이런 기억 때문인지 이제는 아무리 흔한 김밥이라도 김밥을 떠올리면 가슴 한 켠이 따뜻해지는데요, 요즘 촛불집회 현장에서 김밥을 나눠주는 무적의 ‘김밥부대’를 보면 너무 감동한 나머지 울컥한 느낌까지 받습니다.

저도 어제 거리에서 김밥을 받았는데요, 안에 재료가 많지 않은 소박한 김밥이었지만 정말 맛이 있었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김밥을 준비해주시는 분들, 또 사비를 털어 음료수와 간식 등을 준비해 주시는 분들에게 다시 한 번 고마운 인사를 전합니다.

김밥의 유래에 대해서는 ‘한국고유음식설’과 ‘일본유래설’이 있습니다.

일본 유래설은 일본 관동지방의 김초밥에서 시작됐다는 것인데요, 일본의 김초밥은 도박장에서 놀던 사람들이 간편하게 즐기고자 김 반쪽에 밥과 박의 속을 넣고 만든 것에서부터 유래되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시기적으로 보나 여러 정황을 따져봤을 때 저는 개인적으로 한국고유음식설에 더 큰 힘을 실어주고 싶은데요, 일본은 1800년대에 들어서 김을 먹기 시작했다고 하지만 우리나라는 최적의 자연 조건으로 자연 김 양식이 가능, 이미 신라시대부터 김을 먹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에 대한 최초의 기록은 ‘삼국유사’에서 찾아볼 수 있으며 정월 대보름 풍습 가운데 김에 밥을 싸서 먹는 ‘복쌈(福裏)’이라는 풍습이 있는데 이는 밥을 김이나 취나물, 배추잎 등에 싸서 먹는 풍속을 말합니다.

이때부터 이미 김으로 밥을 싸 먹었으며 현재처럼 각종 재료를 넣어 만든 김밥의 형태는 1950년 대 이후부터 시작된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 전쟁 이후 높아진 교육열로 못사는 형편에도 학교를 보내던 우리의 어머니들이 소풍을 맞아 야외에서 밥을 먹는 번거로움을 김밥을 통해 해결하려고 했다는 것입니다.

밥과 국, 반찬으로 구성된 우리의 전통적인 식탁을 전부 야외로 옮기기에는 매우 번거로울 뿐더러 사는 형편 또한 넉넉지 못해 간단한 방법으로 아이들이 맛있게 밥 먹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생겨난 것이라는 거지요.

초기의 김밥은 매우 단순한 형태의 주먹밥으로부터 참기름과 소금으로 양념한 밥에 시금치나 단무지 등을 김에 단순히 싸는 형태로 출발했으나 점점 어머니들의 자식 사랑이 더해져서 계란지단, 어묵 등이 첨가되었고 1970년대에 들어서는 소시지, 오이, 참깨 등이 첨가된 각 가정의 개성이 살아있는 형태의 야외용 도시락으로 특화 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러던 것이 1980년대에서는 우엉조림, 유부볶음 등이 첨가되었고 1990년도에 들어서면서 ‘즉석김밥전문점’이라는 형태의 외식산업이 등장하면서 참치, 소고기, 김치, 치즈 등의 재료가 김밥에 첨가되는 등 특화된 다양한 메뉴로 발전, 현재에 이르고 있습니다.

일반적인 김밥과는 형태가 다르지만 오징어무침, 무김치 등이 곁들여진 충무김밥도 깔끔한 맛을 자랑하며 인기를 끌고 있는데요, 충무김밥은 지금으로부터 약 70년 전에 고기잡이에 바쁜 남편을 위해 간편하게 김밥을 싸줬으나 내용물이 금방 쉬게 돼 맨밥에 김을 싸고, 반찬은 별도(꼴뚜기 무침, 무김치)로 준비를 했더니 그 뒤로 별 탈 없이 맛있게 먹을 수 있었던 것에서부터 유래한다는 이야기가 남해안의 충무(현 통영)지역에서 전해집니다.

한 포털 사이트에서 ‘북녘에도 김밥을 먹을까?’ 하는 어린 학생의 질문을 본 일이 있습니다. 정답은 당연히 ‘있다’입니다. 지난 2006년 1월 27일자 연합뉴스에는 북 인터넷사이트 ‘내나라’ 음식문화 코너에 소개된 계란, 쇠고기, 당근, 쑥갓 등이 들어간 김밥을 사진과 함께 소개하고 있습니다. 자료를 많이 찾을 수는 없었지만, 일부 기사들은 개성김밥과 해주김밥이 유명하다고 전하고 있습니다.

김밥은 우리에게 너무도 친숙해 혼성듀오 더 자두가 ‘김밥’이라는 노래를 불러 인기를 끌었는데요.

<잘 말아 줘. 잘 눌러 줘. / 밥알이 김에 달라붙는 것처럼 너에게 붙어 있을래 / 날 안아 줘, 날 안아 줘 / 옆구리 터져 버린 저 김밥처럼 내 가슴 터질 때까지>

복고풍의 멜로디도 친숙하지만 가사가 조금 엉뚱하면서도 코믹해 사람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는 듯합니다.

요즘엔 이명박 대통령이 밤에 팔다리 쭉 뻗고 잠을 잘 수 있을까 싶을 정도인데요. 지난 10일 최대의 인파가 모였다는 촛불집회에서 컨테이너 박스로 ‘명박산성’을 쌓아놓고 국민과의 소통을 거부한 채 청와대 안에서 국민들이 어떤 목소리를 내나 내내 지켜봤다고 합니다.

그렇게 눈과 귀를 닫은 채 국민의 목소리가 잘 들릴까요? 벌써 한 달이 넘도록 지켜봐 왔으면서도 아직도 사태를 파악하지 못하는 것을 보면 이명박 대통령도 김밥 노래 가사의 ‘밥알이 김에 달라붙는 것처럼’ 국민들에게 착~ 달라붙어 국민들의 이야기를 들어야 사태가 해결될 듯합니다.
저작권자 © 통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