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혁신세력은 분파적 추태를 시급히 지양하라

- 경협반대투쟁공동전선 형성으로 혁신통합을 모색 시도하라

사월혁명을 계기로 한국의 혁신세력은 음지에서 양지로 다시 그 늠름한 자태를 드러내었다.

이승만=자유당의 사찰강도정권의 아성이 사월의 푸른 얼들의 일어섬과 거룩한 낙화로 인하여 무너짐과 함께 혁신세력은 전체대중의 기대와 시대적 요청 속에 역사의 각광을 받으면서 정치무대에 등장했다.

세계사적 사명감과 구도자적 정열을 갖고 혁신의 깃발을 높이올린 혁신세력은 과감한 대보수투쟁을 전개했다.

보수할 아무것도 없고 혁신해야하고 혁명해야 할 일들이 산적해 있는 한국적현실로 봐서 혁신세력이 성장 발전할 것은 당연한 일이었으니 운명의 강물은 분명 혁신세력과 함께 흘러가는 듯 보였다. 하기에 어느 나라의 사회주의 정당의 성장과정에서 그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만큼 이 땅의 혁신세력은 순조롭고도 빠른「템포」로 경이적인 세력확장을 기할 수가 있었다.

혁신세력의 주류를 형성하기에 이른 사회대중당은 보수 민주당에 대결할 혁신 제일야당으로 되었고 그리하여 보수, 혁신의 양대 정당제 확립의 가능성마저 있었다. 그러나 7.29총선의 참패로 정치세력의 분포도엔 큰 변화가 오고 말았다.

보수정당은 그의 압승에 따른 지나친 비대와 부패성으로 말미암아 분열되고 혁신정당은 어처구니없는 패배로 또한 갈라졌다. 이와 같은 사태는 한국민주정치의 발전을 위해 더 할 수 없는 비극이 아닐 수 없다.

이리하여 겨울이 되면 말라버렸다가 봄과 함께 새로 움트는 숙근초(여러해살이풀)의 생리를 닮은 혁신세력은 교목의 둥치가 미처 자라나기도 전에 잔가지만이 먼저 벌어지고 말았다.

혁신세력은 몸뚱이는 하나이나 대가리가 여러 개인 희랍신화에 나오는 괴물「히드라」를 닮아 고민하고 있다.

대가리가 여러 개이기에 위세가 있어 보이고 또 쉽게 절명되진 않으나, 그러나 이 다두(多頭) 때문에 보기가 흉할 뿐 아니라 몸뚱이가 하나의 방향으로 빨리 잘 움직여지지 않는다.

군웅할거의 양상을 띠운 혁신세력은 주도권을 위요한(圍繞,둘러쌈) 추잡한 싸움에 열중한 나머지「정치적 결단」을 그르치고 있는 면마저 있다.

「적과 동지」를 옳게 파악 못했음인지 혹은 알고도 그렇게 하는지는 잘 몰라도 때때로 대보수투쟁이 아니라 혁신세력 진영내의 싸움에 더 많은 시간과 정열을 낭비하고 있는 듯 보인다.

이것은 변명되어질 수 없는 중대한 과오임이 분명하다. 이와 같은 일은 혁신정당자체의 존립의의를 부인하고, 전체민중의 기대를 배반하고 스스로의 역사적 사명을 포기한다고밖에 말 할 수가 없다.

국내자로서의 혁신정객들은 이 비극적이고도 타기할 현상을 일시적 과도기인 불가피한 것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하면서 강력한「리더십」의 결여, 가시지 않는 계열의식, 심각한 자금난, 이념의 빈곤 등을 통합 못하는 이유로 든다. 그리곤 오랫동안「서클」활동밖에 못 하게한 이정권과 의식수준이 낮은 국민대중과 새로운「매카시」적 탄압을 말하면서 그 책임의 일부를 밖으로 전가시키려고도 한다. 그러나 혁신세력이 사분오열되게 된 원인과 책 임을 국외자로서의 대중은 집권당이나 대중에게 있다고는 아예 믿질 않는다. 몇 갈래의 갈라진 혁신정당은 다같이 민주적 사회주의나「소비에트적 강권적사회주의」와 구별되는 사회주의를 표방하고 있다.

이렇게 공통적인 이념을 주장하면서 하나로 합치지 못하고 몇 개의 정당으로 갈라져있는 까닭을 전체 대중은 잘 모른다. 분열되어있는 혁신정당은 모름지기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명분을 내세워야한다. 대의 없이 쪼개먹는다고 한다면 이는 이념위주가 아니고 「보스」중심으로, 사명감이 아니라 감투 때문에 모였다 흩어지는 보수정당과 사실상 다를 바가 없다.

혁신세력 자체의 통일을 기하지 못하면서 민족통일을 운운한다는 것은「넌센스」가 아닐 수 없다. 분열된 현사태가 지속되면 될 수록 대중은 여기서 완전히 등을 돌리고 말며 그 결과는 보수세력에게 이를 주게 되고 만다.

이것은 따져보면 이적행위요 해족행위로 되기도 한다는 사실을 혁신정치인들은 알아야 한다.

이제야말로 혁신지도자들은 물에 비친 자기모습에 황홀히 취해있었다는 그「나르시스」의 독선의식에서 깨어나야 한다.

우리나라의 혁신세력은 선진제국의 혁신세력이 겪은 이합집산의 과정을 그대로 밟고 되풀이 하려해선 안된다. 우리에겐 시행착오만을 일삼을 시간적 여유가 없다.

민주당에 실망하여「집단적 이반상태」에 있는 전체국민도 지금 새로운 정권의 담당세력을 발견치 못하고 번민하고 있다.

보수세력에게도 혁신세력에게도 다같이 기대 못하겠다고 대중이 믿게 될 때 어떤 사태가 올 것인가 쯤은 알아야한다.

시간은 혁신세력 편을 들고, 사태는 반드시 혁신세력에게 유리하게 전개될 것이라고만 믿지 말라. 정녕 혁신세력은 지금까지 몇 차례의「찬스」를 놓쳐버렸다. 그러나 아직 기회는 있다. 지금 곧 종속적이고 불평등한 굴욕적인 한미신경제협정을 반대하는 투쟁에서 공동전선을 펴야한다. 앉아서 말만으로 통합은 안된다. 일을 해가는 과정에서 혁신통합의 길을 찾아야한다. 경협반대투쟁혁신공동전선을 혁신통합전선으로 전환시키도록 해야 한다.

통합으로 영광의 깃발을 높이 올리든지 분열로 혁신의 깃발을 내려버리든지 태도를 명백히 해야 한다.

혁신세력은 역사라는 이름의 거울 앞에 자기모습을 비추면서 행동해야한다.

(자료-민족일보 1961.2.17)

(자료-民族日報 1961.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