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2시간 릴레이 국민행동' 3일째인, 7일 촛불문화제에서 사회를 맡아 진행하고 있는 박원석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공동상황실장. [사진-통일뉴스 조성봉 기자]

역사상 처음 시도된 ‘72시간 릴레이 국민행동’이 벌써 3일째로 막바지에 접어들었다. 서울 시내 한복판 대로에서 민주주의의 축제가 연일 이어지고, 과거와는 다른 시위문화에 모두가 놀라고 있다.

이틀째 밤인 6일 촛불집회에는 20만 시민이 몰려 주최측인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관계자들마저 즐거운 당혹감에 빠지게했다. 한마디로 우리는 지금 새로운 민주주의의 역사를 목도하고 있는 것이다.

이 역사적 현장의 최일선에서 공동상황실장을 맡으며 동분서주하는 이가 있다. 박원석(39)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이 그다. 반듯한 서생같은 외모의 그가 이처럼 거대한 국민적 욕구의 분출을 제대로 담아낼 수 있을까?

7일 낮 1시 30분, 실무회의를 마치고 서울시청 앞 국민대책회의 천막 인근에서 화창한 날씨와 흥겨운 시민들의 축제를 음미하며 그의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그는 정부당국의 ‘사실상 재협상’은 한마디로 ‘사기치는 것’이라며 재협상의 길은 얼마든지 열려있다면서 여러 가지 합리적인 방법론을 제시했다. 뿐만 아니라 지금의 국민적 진출을 ‘네트워크 민주주의’라 명명하며 나름의 견해들을 피력했다.

6월 10일 이후의 정치적 향방까지는 아직 마련하지는 못한 것으로 보이지만 그가 현장의 중심에 서서 느끼고 고민하는 바들은 충분히 공감할 수 있었고, 상식적인 균형감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재신임 투표, 설득력 어느 정도 있는 주장”

▲ 7일 낮 박원석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공동상황실장과 인터뷰를 가졌다. 인터뷰 중에도 전화로 그를 찾는 이들이 많았다. [사진-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 어제(6일) 가장 많은 사람들이 모였다. 72시간 릴레이 국민행동이 막바지에 달했다. 국면이 전환되고 있는지, 아니면 그대로 유지되고 있는지?

■ 국면이 전환되는 실질적인 조짐은 보이지 않는 것 같다. 그런데 재보선 이후에 한나라당과 청와대 일부에서도 ‘전면적인 인적 쇄신이 불가피한 것이 아니냐’, 그래서 아마 다음주 중반 이후에 인적쇄신을 포함한 이른바 민심수습 대책이 나올 것 같은데, 인적 쇄신의 폭은 커질 것 같기는 하다. 총리, 대통령 비서실장을 포함해서 그동안 ‘강부자’, ‘고소영’ 내각으로 구설수에 올랐던 장관들, 비서진들, 그리고 이번 쇠고기 협상에서 문제점이 지적된 장관이나 협상대표들이 포함될 것 같기는 한데, 문제는 이걸로 국면전환이 되겠느냐는 것이다.

일단 국민들은 쇠고기 재협상을 요구하고 있는데, ‘인적 쇄신이 민심수습책이다’는 약간 동문서답인 것 같다. 그리고 어제 이명박 대통령이 ‘재협상은 더 큰 문제를 부른다’고 사실상 재협상을 안 하겠다고 다시 한번 확인했기 때문에, 국민들로서는 ‘대통령이 정말 쇠심줄이구나, 벽창호구나’ 이런 생각을 더 하게 될 것 같다.

본질적으로 쇠고기 문제가 해결되지도 않고, 그렇다고 이대로 민심이 가라앉을 것 같지도 않고, 당분간 이 상황이 지속되지 않겠는가 생각한다.

□ 중간에 6월 10일이라는 계기가 마련돼 있는데, 어느 정도로 예상하고 있나?

■ 아무래도 6월항쟁이라는 역사적 상징성 6월 10일에 목표는 전국에서 100만명이 행진에 나서는 것이다.

6월항쟁 당시 군부독재의 퇴진과 직선제 개선, 호헌 철폐를 요구했던 슬로건이나 민주주의에 대한 국민들의 열망 같은 게 지금의 상황과 굉장히 흡사하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현재 이슈는 쇠고기 문제고 훨씬 더 미시적인 정책의 문제이기는 하지만, 그 근저에 깔려있는 국민과 권력과의 대립의 본질이라는 것은 결국 민주주의의 문제가 아니겠나 생각하고 그런 면에서 유사성이 있는 것 같다.

100만명이 실제로 가능할지는 모르겠다. 가능하기 위해서 지금 여러 가지 대책들이나 방안들, 행동지침 등을 세우고 있다. 100만명이 실제 거리에 나오느냐보다 중요한 건 ‘작은 행동의 지침이든, 실천의 지침이든 여기에 얼마나 많은 국민들이 참여하느냐’일 것이다. 그것은 100만명이 훨씬 넘는 숫자가 아닐까.

□ 6월 10일이 분수령이 되겠지만, 하나는 쇠고기 재협상이라는 목표가 제기돼 있고, 다른 하나는 이명박 사과나 퇴진까지 나오고 있는데, 어디까지를 목표로 잡고 있나? ‘재협상 불가’는 받을 수 없는 것인가?

■ (재협상 불가는) 그것은 전혀 받을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정부 퇴진, 하야는 사실 복잡한 문제인 것 같다. 정치적으로 이 국면을 수렴할 수 있는 계기가 있으면 그런 슬로건이 자연스럽고, 선거로 수렴될 수 있다는 희망이 사람들에게 있는데, 가장 가까운 선거가 2년 뒤에 있다. 어쨌든 선거를 통한 제도화된 민주주의가 일상화돼 있는 상황에서 정부를 퇴진하라, 대통령을 하야하라 할 수단이 없다. 탄핵은 더군다나 한나라당이 다수당인 조건에서 수단이 안 된다. 결국 그러면 봉기를 통해서 전복시킨다는 것인데 그것은 제가 보기에 국민적인 동의나 합의가 없을 것 같다. 더구나 출범 3개월 된 정부에 대해선.

그렇기 때문에 저희로서도 고민이 되는 점이 이명박 정부에 대한 불신과 분노, 불만은 극대화 돼있고, 이제 쇠고기 문제, 혹은 대운하 문제, 영어 몰입교육 이런 개별적인 정책의 문제를 넘어서는 이 정권이 갖고 있는 독선과 오만, 국민무시 이게 문제의 근원이라는 공감대가 있는데, 이걸 어떻게 정치적으로 수렴하고 국민들이 승리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케 만들 수 있을까. 대안이 뭐냐라는 것에 대해서 고민이 많이 된다.

일부에서, 야당에서는 내각 총사퇴를 주장했고, 내각 총사퇴는 좀 약한 것 아니냐, 실제 재협상도 없는 내각 총사퇴가 무슨 술책이냐는 이야기도 있다. 일부에서는 또 재신임 국민투표 이야기를 한다. 쇠고기 수입 문제를 국민투표에 부쳐서 그것을 사실상 이 정부에 대한 재신임을 묻는 국민투표로 하자. 아마 진보신당도 그런 주장을 하고, 네티즌도 일부 그런 주장을 하고 있다. 저는 설득력이 어느 정도 있는 주장이라고 본다.

또 한편에서는 뚜렷한 제도적 대안 없이 ‘퇴진하라’, ‘하야하라’ 이렇게 얘기하고 있는데 그건 사실 좀 막연해 보인다. 어쨌든 이 상황을 수렴할 수 있는 정치적 비전을 보여줘야 한다. 그리로 국민들의 힘을 집중시켜 나가는 그런 필요성이 있다고 생각하고 6월 10일을 분기점으로 해서 정치적 대안을 만들고, 그리로 수렴해가는 전략에 대한 고민이 나와야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인터넷 매개로 이루어지는 ‘네트워크 민주주의’

▲ 새로운 시민들의 진출은 진보진영에게도 새로운 숙제를 던져주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 방법론적 대안도 문제지만, 도대체 대안 세력이 뭐냐는 문제도 있다.

■ 사실은 대안세력의 부재가 대안의 부재와 일맥상통하는 문제라는 생각이 들고 87년 당시에는 DJ, YS로 상징되는 야당이 어떻게 보면 정치적 대안이었다. 그리고 DJ, YS가 현재의 야당과 다른 반독재 투쟁의 중심이었고 국민적 신망을 갖고 있었는데 그에 반해서 현재의 야당은 국민적인 신망에 기반해 있지도 않고 DJ나 YS와 같은 리더도 없는 상황이고, 민주노동당이나 진보신당이 있지만 아직 큰 틀에서 국민적인 대안이 되기에는, 국민의 지지를 받는 정도나 그 정당의 수권능력이 확인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그게 막연한 지점이다.

결국엔 야당이나 시민사회단체를 다 아우르는 일종의 87년 민주헌법쟁취국민운동본부와 같은 국민전선이 만들어지고 그런 국민전선이 정치적 비전, 대안, 희망을 보여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얘기하는 분들이 있는데, 87년의 민주헌법쟁취국민운동본부는 야당과 당시 재야 사이에 큰 차이가 있지 않았다. 그런데 그 이후로 운동이 발전하고 분화하면서 이념적으로나 정책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스펙트럼이 너무나 다양해졌다. 이걸 한군데 묶어서 국민전선을 만들고 이것으로서 정치적 대안을 수렴해간다는 게 쉽지 않은 일이고 최소한의 요구, 최소 공감대에 기초할 수밖에 없게 된다. 그렇다면 재협상 정도가 아니겠나. 좀더 한발 나간다면 ‘재신임을 어떤 식으로든 물어야 된다’ 정도가 아니겠나라고 보는데 이조차도 제 개인의 의견일 뿐이고 다른 의견들이 어떨지는 모르겠다.

또 한 가지 변수는 우리가 지금 목도하고 있는 새로운 민주주의 현상인데, 직접민주주의에 대한 대중의 열망이 굉장히 강하다. 인터넷을 중심으로 만개하고 있고, 그 앞에서 기존 제도권 정당도 그리고 제도화된 투쟁을 하던 시민사회단체도 당혹스러워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면 이 사람들이 과연 민주헌법쟁취국민운동본부와 같은 전선체의 리더십 내지는 권위를 인정할 것인가의 문제도 있는 것이다. 어쨌든 이번 시위의 출발점은 청소년들이었고, 네티즌들이었고, 지금도 여론의 비중을 강하게 형성하고 있는데, 이 사람들과의 충분한 공감대, 동의, 합의 없이 과거와 같은 관념으로 권위를, 리더십을 자임했다가는 오히려 큰 비판이나 불신에 직면하게 될 가능성도 있다. 그런 점도 굉장히 중요한 변수이기 때문에 여러 가지 고민해야할 요소들이 많은 것 같다.

□ 새로운 지형 내지는 새로운 현상들이 많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는데, 예전 6월항쟁과 비슷한 점과 다른 점도 있는데, 이번 상황의 특성, 본질을 어떻게 규정해야 하는지? 기존 정통 재야단체나 야당이 선도한 것도 아니고, 자발적인 네티즌이라고 하지만 그것만으로 된 것도 아니고 이들이 결합돼 있다고 봐야할텐데.

■ 몇 가지 측면들이 있는데, 일종의 네트워크 민주주의 같은 게 형성되고 있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예전에 민주주의는 그나마 합의됐던 것이 ‘민주적 중앙집중제’였는데, 저는 그것과는 좀 다르게 ‘네트워크 민주주의’라고 이름붙여 봤다.

이게 뭐냐면 어떤 특정한 조직도 기구도, 리더도, 권위도 없이 개인들이 어떤 특정 이슈와 사안들에 대해서 공감하고 합의한 바를 무슨 특별한 계획이나 매개하는 조직이나 이런 것 없이 자발적으로 모여서 실천하고 이게 굉장히 무정형적인 것 같지만 그 내부에 뭔가 합의와 공감대의 메카니즘이 작동하고 있다.

지금 거리에서 벌어지고 있는 가두시위 양상과 비슷하다. 요즘 그나마 방송차가 나왔는데 바로 지난주까지만 하더라도 대열을 이끄는 방송차도 없고, 구호도 제각각이고, 목적지도 특별히 없고, 가다가 막히면 일률적인 지침도 없고, 그러다가 어느 정도 되면 자연스럽게 해산되고, 다음날 또 모이고, 이 양상처럼 지금 이 쇠고기 촛불문화제를 통해서 나타나고 있는 ‘광장의 민주주의’ 형태라는 것이 기존에 보던 것과는 다른 생소한 민주주의가 이루어지고 있고, 이른바 개인이 중심이 돼서 인터넷이라는 실시간, 쌍방향 의사소통 공간을 매개로 이루어지는 ‘네트워크 민주주의’ 같은 게 만들어지는 게 아닌가 어렴풋이 저는 그런 감이 들었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의제 성격의 변화이다. 언론에서도 많이 분석했는데 87년 ‘호헌철폐, 독재타도’는 어떻게 보면 대단히 거대한 담론이고, 권력구조와 관련된 문제이고, 일반 민주주의적인 요구이긴 하지만 당시로선 아주 절박한 요구였던데 반해서, 지금 수십만의 군중이 거리로 몰려나온 이슈는 쇠고기 문제고, 건강과 안전의 문제이다.

건강과 안전의 문제를 딛고서 이 정부가 하도 독선과 오만을 보이니까 정부에 대한 비판으로 가고 있는데, 어떻게 보면 정치의 중심에 생활의 의제가 들어오기 시작했다는 것이고, 생활의 의제라는 게 정치적이지 않다라고 과거에 관념적으로 생각했었다고 본다. 그런데 그게 아닌 거다. 생활의 의제가 매우 정치적인 이슈라는 거고, 더군다나 이게 기본권의 문제와 결부돼 있을 때, 혹은 일종의 민족적인 정서가 개입된 국가주권의 문제와 결합될 때 이렇게 폭발적인 반응으로 나타날 수 있다라는 새로운 경험을 하고 있다.

그런 측면에서 ‘21세기 민주주의’ 혹은 ‘정치의 의제’라는 게 87년 6월항쟁 때 보여줬던 정치적 의제들과 다른 정치적 의제들이 형성되고 소비되는 것도 이번 과정에서 중요한 특징이다.

그리고 시민참여의 경로, 방식이랄까 이것도 굉장히 달라졌다고 본다. 예전에는 오랜 민주화운동 집단인 재야가 있고, 야당이 있고, 이들이 조직동원하고 거기에 공감하는 국민들이, 예를 들어 87년 ‘넥타이부대’들이 전면에 나서고 그랬던 것이다. 그런데 이번 양상을 보면 10대가 먼저 시작했고, 그 다음에 30,40대, 20대 이렇게 확산돼 가고 있는데, 이게 온라인상에서의 아주 신속한 실시간 정보공유와 정보의 소통, 토론, 합의에 기초해 있다는 점에서 과거에 비해 속도가 굉장히 빠르다.

정부가 이 상황을 왜 대처를 못하느냐, 이 디지털 민주주의를 잘 이해를 못하기 때문에 자꾸 배후를 이야기한다고 생각한다. 자기들 상식에는 이게 이해가 안 되는 현상인데 과거에 정부와 시민사회의 권력관계를 보면 정보의 비대칭성과 그로 인한 권력관계의 불균형이 존재했었다. 그런데 정보의 비대칭성이 거의 깨졌다고 본다. 정부가 알고 있는 만큼 시민들이 정보를 알고 있다. 예전에 물리력으로 통치하던 시대를 지나서는 정보로 통치했던 건데, 이렇게 되면 여론을 호도할 수가 없다. 그래서 번번히 깨지고 있는 것이다. 배후론도 깨지고, 반미세력 선동론도 깨지고, 다 깨진 것 아닌가. 사람들이 바보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리고 또 한 가지는 이 사람들은 쌍방향 의사소통을 하기 때문에 정부처럼 일방적으로 ‘나를 따르라’, ‘이게 문제다’ 이렇게 이야기하는 것에 전혀 신뢰하지 않는다. 그런 식의 의사소통 방식에 대해서. 이런 커뮤니케이션과 정보의 변화, 이런 것도 지금의 시위의 참여 양상을 특징짓는 굉장히 중요한 변화인 것 같다.

이 점에 대해서 저는 정부뿐만 아니라 제도정당이나 시민사회단체도 굉장히 고심해야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야당이나 시민사회단체의 담론과 소통방식 역시 여전히 계몽적이고 일방향적인 측면이 있다. 이런 담론의 계몽성과 일방향성을 극복하지 못하면 네트워크 민주주의를 만들어가고 있는 세대, 이런 변화된 시민들과 소통하기 굉장히 어려워지고 고립되거나 신뢰를 만들어가지 못할 수 있다. 그러면 이게 대중운동이 안 되는 것이다. 그냥 정책집단 정도로 축소돼 버리거나 대중조직들 같은 경우는 이익집단으로 고립돼 버리거나 이럴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래서 이건 한편으로는 기회이면서 또한 운동 스스로를 되돌아봐야 할 성찰의 지점이기도 하다고 저는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진보정당, 민주당개혁파 포괄하는 정치세력화 고민

▲ 현 상황의 전개방향에 대한 그의 고민은 아직 답을 찾지는 못했지만 문제의식은 좀더 깊어지고 있는 듯 했다. [사진-통일뉴스 조성봉 기자]

□ 이전에 인터뷰한 한 시민운동가는 대선과 총선이 끝나고 나면 본격적인 정치세력화 논의를 해봐야 하지 않느냐는 생각을 갖고 있던데, 시민진영의 정치세력화를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나?

■ 아직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그런데 고민은 있다. 어떤 거냐면, 시민사회운동으로 정책과 제도를 변화시키는 운동의 패턴이 갖는 한계가 있다. 어느 지점에 가면 더 이상 가지 못하는. 결국에는 제도정책은 정당과 정부가 만드는 것이고, 거기에 개입하는데 한계가 있다.

물론 시민사회운동이 권력에 대한 감시, 정책적 개입, 옹호, 이런 걸 시민운동이 자기 실천의 본령으로 하기 때문에 그것까지면 되지 않느냐는 평가나 분석도 있을 수 있는데, 결국 이번 대선과 총선 과정을 봐도 그렇고 한국사회의 진보개혁진영의 정치적 대안이 뭐냐는 공통의 질문에 우리가 직면해 있다는 생각이 든다.

당장 2년 후에 지방선거, 그 뒤에 총선, 그 뒤에 대선, 쭉 정치일정들이 있는데 여기서 우리는 어떤 비전을 국민들에게 보여주고 어떤 참여를 유도하고 그걸 어떻게 정치적으로 수렴해나갈 거냐라는 것에 관해서 고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그것이 시민운동 단체들이 정당을 만드느냐 아니냐는 좁은 의미의 정치세력화에 관한 문제의식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현재 진보정당들이나 혹은 민주당의 이른바 개혁파들까지를 다 포괄하는 범주에서 고민돼야 될 점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사실상 재협상’은 사기, “여러 가지 재협상 방법론 있다”

□ 쇠고기 문제에 대해서 재협상은 관철시켜야 되나? 타협은 있을 수 없나? 정부는 ‘사실상 재협상과 다름없는 대안을 추진하겠다’고 하는데.

■ ‘사실상 재협상’, ‘자율규제’ 이런 건 안 되는 거다. 사기치는 것이다. 아무 구속력도 없는 것이고, 실제 한미 수입.수출업자들이 깨버리면 그만인 것이고, 정부가 그것을 담보할 수 없다. 무엇보다 웃긴 건 정부간 협상을 해놓고 뒷수습을 민간업자들에게 맡기겠다는 것도 사실 맞지 않은 접근법이다.

30개월 이상의 쇠고기가 들어오지 않는 게 문제의 핵심이라고 이명박 대통령이 이야기하는데 문제를 축소시키는 것이다. 30개월 이상의 쇠고기뿐만 아니라 30개월 미만의 특정위험물질이 포함된 쇠고기가 들어오게 돼 있는데, 그 문제에 관해서 30개월 이상만 문제라고 하는 것은 자꾸 문제를 축소시키는 것이고, 사실상의 재협상이라는 것은 없다. 그냥 재협상인 것이다.

그러나 재협상이 가능한 방법론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사실 가장 국민들의 요구에 부응하는 방법은 정부가 선언하는 것이다. 이번 쇠고기 협상이 한미간 무역협상이긴 하지만 그 효력은 국내 이행절차를 통해 하게 돼 있다. 그게 관보에 게재하는 일종의 수입위생조건 고시행위인데 이걸 안 하면 된다. 그러면 계속 지연되는 거고, 그러면 재협상의 조건이 마련되는 것이다. 그 점에 있어서 우리 정부가 미국에 대한 상당한 협상력을 국민에 의해서 부여받았다고 생각한다. ‘아니, 어쩔거냐. 당장 대통령 직에서 물러나게 생겼는데’.

그리고 한미 쇠고기 협상문에 보면 이 쇠고기 협상을 발효해서 이행할 때 퍼블릭 코멘트(공적 의견)를 듣게 돼 있다. 국내 청문절차 같은 것이다. 그런데 이것을 고시에 대한 이의신청 몇 건 받아놓고 퍼블릭 코멘트라고 하고 있다. 이 거대한 퍼블릭 코멘트(촛불시위)가 있는데. 그래서 (재협상은) 협상 내용으로 봐서도 전혀 문제가 안 되는 문제라고 보는 것이다.

두 번째는 국회가 입법을 해버리는 수가 있다. 가축전염예방에 관한 법률이든 혹은 다른 어떤 법률이든 특정 월령 이상의 쇠고기가 못 들어오도록 강제하는 입법을 해버리면, 이건 장관고시를 통해서 발효하게 돼 있는데, 상위법 우선 원칙에 의해서 고시는 무력화되고, 새로 협상을 해야 되는 상황이 오는 것이다. 이 점에서 저는 한나라당이나 민주당의 역할이 있다고 본다.

그러면 앞에 말한 이 두 가지가 과연 WTO 제소대상이 되느냐. 저는 아니라고 본다. 왜냐면 아직 협정이 발효되지 않았다. 발효된 이후에 이러저러한 부당한 조치로써 이행을 안 한다면 그건 무역분쟁이 되고 제소대상이 되는 건데, 발효되지 않은 조건에서는 WTO 제소대상은 될 수 없다.

그러나 미국이 보복조치를 취할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가장 수위가 높게는 301조를 발동한다든지. 그게 아니면 FTA 결렬을 선언한다든지. 그러나 하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도 있기 때문에 FTA는 논란이 있는 문제다. 다른 형태로는 주한미군 주둔비용 관련해서 한국측에 부담을 더 요구한다든지 그런 개연성들이 충분히 있을 것이다.

이런 것이 굉장한 어려움이어서 사후적으로 국민들의 양해를 구해야 하는 문제라면 저는 국민들이 이해할 수 있다고 본다. 한미관계의 힘의 불균형을 알기 때문에 ‘그건 이 정부의 문제가 아니고 미국이 나쁘다’ 이렇게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지금 미국과의 관계를 우선시할 문제가 아니고 국내에서 실추된 내치의 신뢰를 회복해야 되는 게 더 급선문데, 그것은 대책이 없는 채로 자꾸 미국과의 관계, 한쪽 측면만을 이야기하면서 재협상은 불가하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국민들이 비판하듯이 국민의 여론이나 의견을 존중하지 않은 것이다.

또 한 가지는 저희 입장에서는 수위가 낮고 정부로서는 현실적인 접근법이 될 수 있는 건데, 지금 미국하고 일본, 대만이 협상하고 있다. 그리고 정부 입으로도, 총리나 장관이나 ‘일본, 대만이 OIE(국제수역사무국) 기준보다 더 강화된 기준으로 협상하다면 미국에게 재협상을 요구하겠다’, 이런 얘기를 분명히 한 적이 있다. 그렇다면 그때까지 고시를 안 하면 된다. 그리고 일본 대만 협상 결과가 나오면 그 결과를 근거로 사정변경을 근거로 한 재협상 요구를 미국을 상대로 할 수 있는 방안이다.

물론 미국이 안 받을 것이다. 안 받지만 OIE 기준이 절대적 기준이 아니라는 것이 확인되고, 일본은 모르지만 대만의 국내 검역위생체계가 우리 보다 더 특출나게 뛰어나다고 볼 수도 없고, 그런 등등을 이유로 재협상을 요구할 수 있다고 본다.

물론, 국내적인 압력은 재협상의 중요한 근거인 것이다. 재협상의 길이 없다고 얘기할 수 없고 지금 문제는 재협상의 의지가 없다는 것이 문제의 본질이다. 그렇기 때문에 ‘재협상에 가까운’이라는 표현 자체가 사실은 또 한번의 거짓과 기만이 될 수 있고, 그냥 ‘재협상’이다.

□ 미국 입장에서 봤을 때, 축산업자의 이해관계도 있겠지만 자기들도 국익을 생각한다면 몇 가지 고려할 사항이 있을텐데, 여전히 강경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미국이 진짜 우리 민족 정서를 제대로 읽고 있는지 의문이다.

■ 이 문제는 사실은 미국 축산업계의 이익과 미국 국내정치가 복잡하게 얽혀있다고 본다. 미국 축산업자들이 대통령 취임식에도 왔고, 축산업계는 전통적으로 공화당 지지기반이다. 반면에 자동차라든지 제조업은 민주당 지지기반이 강하다. 오바마 진영에서 ‘한미FTA 이대로 비준 못한다’라고 이야기하는 것도 그런 중공업을 지지기반, 자금기반으로 하는 민주당의 정치적 이해관계가 상당히 걸려있는 정치적 래토릭(수사)이다.

지금 공화당 쪽에서는 ‘쇠고기 문제 선결 없이 FTA 비준 없다’고 공공연하게 이야기하고 있고, 축산업자들이 거기에 로비를 상당하게 하고 있고, 상황은 이 지경까지 왔고, 결국은 30개월 이상이든 30개월 미만이든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한국인의 거부감은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런데 문제는 소비자 개개인의 선택에 의해서가 아닌 방식으로 수입되고, 유통되고, 소비될 수 있다는데 문제가 있는 것이다.

연간 우리가 평균 20만톤 이상 수입했었다던 미국산 쇠고기가 한때 못 들어왔다. 미국 축산업자 입장에서는 한국 내 여론이 극도로 나빠져서 수입물량이 준다하더라도 여전히 수입해서 소비될 수 있는 물량이 있고, 지금은 하나도 유통이 안 됐던 때에 비해서는 한국내의 여론을 고려하지 않아도 충분히 장사가 가능하다는 판단이 자리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지금 미국의 조야 내지는 백악관은 말로만 한미동맹을 이야기하는 거지, 동맹의 정부가 이렇게 자국과 관련된 문제로, 악화된 국내여론의 위기를 겪고 있는데 거기에 대해서 계속 압력을 가하는 것은 동맹이 아닌 것이다. 얼마전 버시바우가 한마디 던졌듯이, 마치 식민지 총독이 식민지 백성들에게 얘기하듯이 ‘공부 좀 더해라’라는 그런 오만한 발언을 하고 있는 것을 보면서 국민들이 없던 반미감정도 생길 상황이다.

“뉴라이트는 보수도 아닌 권력친위대”

▲ 경찰의 소환장에 "바빠서도 못 간다'는 박원석 실장. [사진-통일뉴스 조성봉 기자]
□ 집에는 가끔 들어가나?

■ 이틀째 못 들어갔다. 그전까지는 새벽에라도 꼭 들어가서 잠깐 자고 옷도 갈아입고 나왔는데, 72시간 철야 농성을 결의한 것이니까.

□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을 하다가 새롭게 국민대책회의 상황실장 역할을 맡았는데, 최근 상황이 자신에게 새로운 경험이 되고 있나?

■ 저도 새로운 경험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고, 이전에 다른 연대사업들을 많이 해봤지만 이번처럼 다양한 사람들이 참여해서 다양한 목소리를 내는 연대운동을 조직하고 조율한다는게 사실은 쉽지 않고 굉장히 부담스럽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특히 네티즌 여론이나 이런 것들이 대책회의를 잘 이해하지 못하고 비방하는 여론이 비등할 때는 좀 힘들기도 하고 그랬었는데, 그래도 저는 큰 틀에서 원칙을 갖고 일관되게 가야 된다고 보고, 그게 신뢰를 형성할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하고 그런 신뢰가 많이 쌓였다고 본다.

여전히 국민들이 시민사회단체가 갖고 있는 여러 가지 문제점을 알고는 있지만 그래도 시민사회단체가 나서고 중심을 잡는 게 중요하다는 여론이 많은 것 같다. 그런데서 힘을 많이 얻는다.

□ 심지어 뉴라이트전국연합 사무처장이 TV 토론회에서 한국진보연대를 구체적으로 거명하면서 이런 반미적이고 친북적인 단체들이 배후조정을 하고 있다는 취지로 문제를 제기했는데.

■ 뉴라이트의 인식의 편협성과 천박성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발언이었다고 본다. 여기 광우병 대책회의에 1,700여개의 단체들이 이름을 걸고 있는데, 굉장히 다양하다. 생협조직들, 여성단체, 환경단체, 소비자단체, 교육단체, 정치성향도 다 다르고 이념성향도 다르고, 이런 단체들이 활동하는데 한두 단체가 예를 들어서, 좀더 급진적이고 진보적인 성향이라 한들 전체에 영향을 미치고 전체의 배후가 된다는 발상 자체가 시대에 어울리지 않는 구시대적인 발상이고 전형적인 색깔론으로 본다.

뉴라이트는 뉴라이트가 아니고 올드라이트다. 무엇보다 황당한 게 자유선진당의 이회창씨가 한국 보수의 원조인데, 그 사람이 협상의 부당성과 촛불시위의 정당성을 주장하는데, 그러면 이 사람도 한국진보연대에 선동된 사람이라고 볼 밖에 없는 것 아닌가. 너무 앞뒤도 안 맞는 논리를 구사하는 것이다. 그리고 건강이나 생명, 안전 이런 것은 진보의 가치만이 아니라 보수의 가치이기도 하다. 보수의 가치를 부정하는 뉴라이트는 보수도 아니고 권력친위대 같은 것이다.

□ 소환장을 받았나?

■ 두 번 나왔다.

□ 소환에 응할 계획이 있나?

■ 없다. 지금 바빠서 못 가겠고, 소환자체가 저희는 부당하다고 본다. 소환의 사유도 구체적이지 않고 ‘집시법 위반 혐의’라고 뭉뚱그려져 있기 때문에 그런 사유로 소환에 응할 생각이 없고 소환의 사유를 더 구체적으로 밝히라는 것이다. 지금은 바빠서 못 간다.

□ 상황이 끝나면 어떻든 법적 처리를 하려고 시도할텐데.

■ 그 문제는 출두해서 우리 시위의 정당성이나 이런 것들을 주장할 수 있을 것이다.

□ 대책위의 통제력에 좀 문제가 생기지는 않나. 지난달 31일 시위의 경우도 대책회의는 10시 반에 마무리하겠다고 했는데, 자발적으로 철야로 이어졌다.

■ 어제 굉장히 힘들었다. 일단 어떻게 보면 국민들이 가지고 있는 자발성 같은 것을 못 쫒아간 측면이 있고, 72시간 릴레이 투쟁을 잡은 것도 대중이 행동하려고 하는데 어떻게 억제하느냐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더군다나 정부가 계속 ‘똥볼’을 차는데.

다만 일정선 이상으로 돌출되지 않도록은 해야 할 것이다. 어제 밧줄로 차를 끌어내고 유리창을 파손하고 그 결과로 새벽에 10여명 이상 연행됐다. 어제 한 명의 연행자도 발생 안 할 수 있는 시위였다. 왜냐하면 (경찰이) 연행할 생각이 없었다. 엄두도 못 냈고.

청와대로 가고 싶은 열망들 때문에 그랬는지 모르겠는데, 청와대로 간다는 것은 공간적 상징성이 아니고 정치적 상징성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우리 민심의 불만이 어디를 향하고 있다는 것을 정치적으로 명확히 선언하는 건데, 그것을 너무 공간적인 의미로 해석하는 측면들도 있는 것 같고, 그렇다 보니까 그런 행동이 나오는데 자칫 역공의 빌미를 줄 수도 있다.

물론 어제까지는 뭐 그다지 뭐 불을 지른 것도 아니고 차를 넘어뜨린 것도 아니고, 그런데 이게 조직되지 않은 대중들 같은 경우에는 행동을 예측할 수 없다. 어제는 조직 대중들이 얼마 없었다. 어제하고 그제하고 양상이 좀 다르다. 그제는 민주노총 조합원과 학생대오가 선두에 서니까 그 흐름으로 되는데 어제는 몇몇 집단이 ‘끌어내야 된다’ 이러니까 (전경버스에) 밧줄 묶어서 막 끌어내고 그랬다.

오늘 집회때 그런 호소를 좀 드리려고 한다. 충분히 심정적으로 이해하고 공감이 가는 바지만 큰 투쟁에 자칫 역공의 빌미를 주는 오점으로 작용하면 안 되지 않느냐 설득을 좀 하려한다.

□ 72시간 릴레이 국민행동 마지막 3일째인 오늘은 얼마 정도의 시민들이 모일 것으로 예상하나?

■ 어제보다는 적을텐데 한 5만 이상, 어제도 사실은 그렇게 많이 모일 줄 몰랐다. 저희는 항상 예상치는 적게 잡고 5만 이상 많으면 10만으로 본다.

어제 20만이라고 했는데, 피크타임 때 실제 수로 15만 이상이었던 것 같다. 왔다갔다한 사람까지 다 합쳐 20만 정도로 본다. 가장 많이 모였을 때가 (노무현)탄핵 때 13만이었다. 그때 교보옆 종로통에서 시작해서 YMCA 근처 도로까지 꽉 찼는데, 여기는 도로가 훨씬 넓고 대한문 앞에서부터 교보까지 거의 들어찼기 때문에 그보다 훨씬 많았다는 게 중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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