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광우병 촛불'을 지켜보고 있노라면, 대의제가 그 수명을 다해가고 있는 것 아닌가는 생각이 듭니다.

해묵은 얘기지만, 이 나라의 자칭 '보수'세력은 대중의 정치참여에 극도로 부정적입니다. 2002년 '여중생 촛불'과 노무현 대통령 당선, 2004년 탄핵정국에서 나타난 대중의 역동적 진출에 대해, '조.중.동'이 한 목소리로 '포퓰리즘'으로 낙인찍은 게 그 증거입니다. 이명박 대통령의 당선은 그들의 '저주'가 성공했다는 징표로 받아들여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10대들이 중심이 된 '미 쇠고기 수입 저지' 촛불은 '新 권력-보수언론-재벌 엘리트 정치'를 밑뿌리부터 흔들고 있다는 평가입니다. 무기속 위임을 본질로 하는 대의제와 '대표자들을 통제하겠다'는 주권자들의 의지가 정면 충돌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같은 상황은 직접 민주주의라는 오랜 '화두'를 담론의 장으로 다시 불러들이고 있습니다.

4.19혁명이나 5월 민중항쟁, 6월 민주항쟁은 국가권력의 폭압에 맞서 국민이 저항권을 발동한 사건입니다. 또 2004년 '탄핵' 정국은 민의를 배반한 대표자들을 소환(recall)하겠다는 주권자의 의지가 분출된 장이었습니다. 나아가, 이제는 국가의 주요 정책에 국민이 직접 개입하겠다는 단계에 접어들었습니다.

논란의 여지는 있겠으나, 중요한 것은 이 모든 것이 주권자의 의지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점입니다. 따라서, 정부가 할 일은 인터넷 검열이나 시위 불법화가 아니라 대중정치의 제도화 방안을 찾아야 할 것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이같은 사안이 생길 때마다 대중들은 인터넷 민란을 일으킴과 아울러 청계천, 서울광장으로 달려나갈 것이고, 국민의 공복인 검.경은 국민을 막아나서는 소모적인 분란이 반복될 것입니다.

아마도 그 대안은 형해화되어 있는 국민투표제를 보다 현실화하여 중요 정책에 대해 보다 용이하게 국민의 뜻을 물을 수 있는 길을 열어 놓거나, 국민의 뜻에 반하는 대표자들을 국민들이 직접 소환할 수 있는 절차를 제도화하는 것이라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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