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으로 10대들은 그리 주목을 받지 못했다. 기껏해야 서구에서 틴에이저(teen-ager, 13~19세), 하이틴(high teen, 17세-19세), Y세대(Generation Y)로 불리면서 상큼하고 발랄한 감성적인 이미지 정도로 용인되거나, 프랑스에서 한때 앙팡테리블(enfant terrible)이라 해서 주목받았으나 이도 ‘조숙하여 다루기 어려운 아이’ 식으로 부정적으로 인식됐었다. 한국에서도 10대는 곧잘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르는’ 철부지 정도로 치부됐다. 이 10대들이 한국사회에서 소비와 문화의 주역으로 떠오른 것도 몇 해 전이다.

◆ 지금 청계광장은 축제다. 다른 표현을 쓰자면 함성이고, 박수이고, 촛불이고, 문화제이고 그리고 시위이다. 촛불시위이다. 정부당국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따른 광우병 우려로 연일 시민들이 청계광장으로 모이고 있다. 청계광장은 열기와 환호로 가득 차다. 사회자의 멘트나, 발언자의 발언이나, 무대위의 춤과 무용에 참가자들은 열띤 환호로 호응한다. 촛불시위에는 머리 허연 ‘어르신’부터 고사리 손으로 부모 손을 잡은 어린아이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각계각층이 참여하고 있다. 이런 광경은 여느 시위와도 또 다른 흥취를 준다.

◆ 청계광장 ‘광우병 반대 촛불문화제’에서 10대들이 시위와 시위문화의 주역으로 떠오르고 있다. 가히 ‘10대들의 반란’이라 부를만하다. 10대들은 촛불문화제의 다수 참가자이며, 발언자로 무대에 올라 정부를 규탄하고, 비보이로 출연해 춤을 추고 그리고 광장에서는 교복에 발광띠를 두르고 자원봉사자 역할을 한다. 한마디로 촛불시위를 주도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두고 지금은 60대 말에 이른 한 4.19세대는 “4.19혁명 이후 중고생이 거리에 이렇게 많이 나온 것은 처음”이라고 감격했다.

◆ 물론 이같은 일이 전혀 생소한 건 아니다. 1990년대 초 서태지의 출현 이후 10대들이 한국사회의 소비와 문화의 주역으로 떠오르면서 10대들은 더 이상 응석받이나 철부지가 아니었다. 금세기 들어 10대들은 2002년 월드컵 거리응원, 그해 말 효순.미선이 추모집회,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반대 집회 등을 경험하거나 참여했다. 짧은 순간에 ‘압축체험’과 ‘압축성장’을 한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10대들은 정부당국과 보수언론의 촛불시위 ‘배후세력’ 운운에 대해 그 본질을 정확히 꿰뚫고 있었다.

◆ 10대들은 9일 촛불문화제 발언대에서 “우리를 촛불시위에 나오게 한 배후세력은 이명박 정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촛불시위의 과녁이 이명박 대통령임을 명확히 밝힌 것이다. 이 대통령은 서울시장 재직시 공사한 청계천 재개발로 인기를 끌었고 이 인기가 여론조사 50%대를 상회하면서 대통령이 될 수 있었다. 그런데 최근 지지율이 25%로 곤두박질했고 자신의 업적이라고 내세운 청계광장에서 시민들로부터 공격을 받는 처지가 되었다. 그 선봉에 10대가 자리해 있다. 10대들에겐 문화가 곧 시위이고 정치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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