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국가안전기획부의 수사결과가 실체적 진실과 다르다고 확신하는 만큼 이 법정에서 그 근거들을 하나하나 제시하길 원합니다.”

1일 오전 11시 서울중앙지법 526호 법정에서 형사 11단독(판사 최병률)으로 열린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1차 공판에서 KAL858기 사건을 다룬 소설 『배후』의 저자 서현우(본명 서현필) 씨는 “저는 대한항공 858기 사건에 대한 당시 국가안전기획부의 수사발표가 진실이 아니라는 것을 강하게 확신하고 있다”며 이같은 모두진술서를 제출했다.

1987년 11월 29일 115명의 승객을 실은 채 사라진 KAL 858기 사건의 진실에 관한 의혹이 20여년이 지난 뒤 법정에서 본격적으로 다루어지게 됐다. 당시 국가안전기획부는 북한 공작원 김승일과 김현희가 88서울올림픽을 방해하기 위해 공중폭파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서현우의 장편소설 『배후』의 표지(도서출판 창해, 2003).
[자료사진-통일뉴스]
서현우 작가는 모두진술서에서 “제가 소설 ‘배후’라는 제목으로, 지난 1987.11.29 인도양 상공에서 발생한 대한항공 858기 실종 사건이 기존의 수사발표의 내용인 북한공작원 김현희, 김승일에 의한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 국가안전기획부에 의한 것이라는 가상의 내용을 형상화하여 소설작품으로 서술하였다”며 “그 외의 고소인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등의 공소사실은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서 작가의 소설 『배후』가 출간되자 국정원 전현직 직원들은 자신들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서 작가와 전형배 창해출판사 대표에게 민.형사 소송을 제기했으며, 이미 민사상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은 기각돼 무혐의가 확정됐다.

서 작가는 “국가안전기획부의 수사발표 이후 불과 닷새 만에 수사결과를 토대로 하여 미국 국무성이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한데 대해서 부당하다고 생각한다”며 “북한의 테러지원국 지정은 20여년이 지난 현재에까지 동북아시아의 정치지형에 심대한 영향을 낳고 있다. 또한 남북의 동족 상호간에 불신과 대립의 토대로 되어 있다”고 이 사건이 단순한 국내 정치 문제 만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피고인석에 선 전형배 대표 역시 모두진술서에서 “KAL858기 사건에 대한 세세한 내막에까진 이르진 못하지만 저 역시 KAL858기 사건은 풀어야할 의혹이 매우 많다고 생각한다”며 “평소 출판인으로서의 사회적 역할과 시대적 소명을 간직해온 저로선 언론으로부터 소외되어온 KAL858기 사건의 진상규명에 힘을 보태기 위해서라도 응당 소설 ‘배후’를 출판하기로 결정했던 것이다”고 밝혔다.

검찰의 공소사실 낭독후 심재환 변호사는 “사건(KAL858기 사건)의 실체를 입증해야 하는 것이 이 사건(명에훼손 사건)의 쟁송이다”며 “그동안의 국정원 답변서 등 모든 자료를 종합하여 이번 기회에 사건의 실체를 다루고 싶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에 대해 검사가 “검찰측 증거자료가 허위사실을 제기했다고 보느냐”고 묻자 심 변호사는 “허위사실이다. 한마디로 거짓말이고 취재확인도 안한 소설이다”고 답해 파란을 예고했다.

검사는 고소인인 유원영 국정원 직원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판사는 오는 6월 3일 오후 4시로 2차 공판일을 정하고 폐정을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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