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중선(통일뉴스 논설위원)

 
지난 해 6월, 분단 이후 처음으로 남북정상회담이 이루어지고 남북정상간에 합의한 6.15남북공동선언이 발표되었을 때, 남과 북의 민족구성원들 모두는 실로 감격했었다. 그리고 이제 동족간의 적대적 관계는 해소되고 민족화합을 이루어 점차적으로 통일의 문은 열려질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었다. 그러나 그 이후 만 1년이 지난 지금 그 날의 감격과 기대와는 달리 남북대화는 사실상 닫혀있는 상태다.
 
작년 6월 공동선언 직후 그 실천의 일환으로 남북장관급 회담, 남북국방장관 회담을 비롯한 여러 형태의 남북대화와 3차례의 남북이산가족 교환방문 및 학술, 문화, 체육, 언론 등의 남북교류들이 진행되었다. 그러나 금년 초 미국 부시 행정부가 출범하면서 대북강경 노선을 취함에 따라 그 영향으로 남북대화는 중단되고 말았다.

이런 현실에서 한반도는 남북간의 갈등과 함께 북미간의 군사적 적대관계가 중첩되어있는 이중구조라는 것과 이런 복잡한 구조 속에서 먼저 북미간의 군사적 적대관계의 해소 없이는 남북관계의 개선과 민족화해를 기대할 수 없는 현실임을 깨닫게 된다.

다시 말하면 우리 민족끼리 민족화해와 평화적 통일을 도모하려해도 외세가 개입하는 한 그 외세는 우리의 민족화해와 통일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민족의 통일을 향한 노력과 실천은 먼저 외세로부터의 자주성을 확보하는 일에서부터 출발해야 함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되돌아보면 지금까지의 남북대화들이 절차문제들에서는 일정한 합의를 이끌어내면서도 관건적인 의제들에서 진전이 없거나 중단되었던 본질적인 요인은 바로 `민족자주성`의 문제와 직결되어 있었다. 즉 그 동안의 남북대화 과정에서 민족자주성을 확보하지 못한 통일은 가능하지도 않고 의미도 없다는 문제의식을 놓고 남과 북은 늘 평행선을 그어왔고 그 결과 대화 자체가 중단되곤 했었다.
 
실제로 1972년 7.4남북공동성명 직후의 남북조절위원회의나 남북적십자회담이 중단되었던 것은 `실체인정`의 문제, 반공정책 문제, 주한미군 철수문제 등이었고, 1980년대의 남북국회회담을 위한 준비접촉, 남북경제회담 등에서는 남측의 `쉬운 것부터 접근`과 북측의 `정치 군사문제 우선 해결원칙`이 대립되었다.

그리고 1992년 2월 남북기본합의서 발효 후 대화가 이어지지 못했던 것은 팀스피리트 군사훈련의 재개문제였으며, 6.15공동선언 직후 이어졌던 대화의 경우도 예외 없이 미국의 대북강경책으로 말미암아 남북대화가 중단되는 사태로 이어졌다.
 
이와 같이 남북대화가 지속되지 못하고, 남북공동성명이나 남북공동선언이 실천되지 못한 근본 원인은 우리 민족이 자주성을 확보하지 못한 데에 있음을 알 수 있다. 현실이 이러함에도 그 동안 이 같은 본질적인 문제에 접근하지 않고 지엽적인 현안들에 집착해 왔던 것이 대화중단의 맹점으로 지적된다. 
 
그러므로 6.15공동선언을 실천하기 위한 남북대화의 재개를 위해서는 대화의 형식과 절차의 개선 문제가 아니라 본질적으로 `민족자주성`의 문제로 접근해 가야만 한다.
 
그러려면 구체적으로 아직도 온존되고 있는 냉전시대의 잔재들을 과감하게 제거해내야 하고, 대미종속적인 틀에서 벗어나려는 실천적 노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나아가 앞으로는 외세가 우리 민족에게 가해 오는 여러 형태의 내정 간섭적인 음모들에 대해 남과 북이 민족적 화해와 공조를 통해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

이렇게 할 수 있을 때 남북대화는 가능하고, 또 민족의 자주권 확보라는 민족사적 요구에서 창출된 7.4남북공동성명 및 6.15남북공동선언과 기본합의서를 비롯한 그 밖의 각종 남북간 합의사항들이 실천되어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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